사계四季
최일공
春
겨우내 헐벗어 버린
나뭇가지 사이로 부는 바람에
보리싹 물오르고
봄 오는 소리 살포시 내려앉은
그리운 님의 매화향기 닮았네
따스한 아지랑이 그것마저도
내게 주는 귀한 선물.
夏
내 마음 어느새
달빛에 물들어 여름을 즐기고
내 몸은 어느새
달 속에 누워 풋풋한 바람을 맞이합니다
뭇 새들도 잠을 즐기는 계절
선잠 깨어나기 전, 들풀 섶에 숨어 있는
아침을 곱게 장식해다오.
秋
갈색바람은 추위를 넘나들고
하루를 묵는다
얇은 가을은 아쉬웁게
떠나갈 철새들을 부르고
아직은 돌아오지 않는
아이 그리운,
노을빛 서러운 저녁이다.
冬
바스락 바스락
발걸음 재촉하듯 부딪는 새벽바람
겨울을 만들고
어쩌면 아직은 마음 한구석에 남아서
머물고 있을지도 모를
바람꽃 그리운 흔적,
은빛 햇살이 숨쉬고 있다.
(경주문협 제63호 , 2019년 여름 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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