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란 손님이 머무는 집,
날마다 손님은 바뀐다네.
기쁨이 다녀가면 우울과 비참함이, 때로는 짧은 깨달음이 찾아온다네.
모두 예기치 않은 손님들이니
그들이 편히 쉬고 가도록 환영하라!
때로 슬픔에 잠긴 자들이 몰려와
네 집의 물건을 모두 끌어내 부순다고 해도
손님들을 극진하게 대하라.
새로운 기쁨을 위해 빈자리를 마련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
어두운 생각, 부끄러운 마음, 사악한 뜻이 찾아오면
문간까지 웃으며 달려가 집안으로 맞아들여라.
거기 누가 서 있든 감사하라.
그 모두는 저 너머의 땅으로 우리를 안내할 손님들이니.
-루미, <여인숙 전문>(김연수, <청춘의 문장들+> 책머리에
/ 아무리 무언가 할일이 많다고 수 많은 감정들이 오고간다고 생각이 많다고 생각할 때.
가슴이 답답하다고 느낄 때,
그 때 나는 호기롭게 여유를 부린다.
정말 오랜만에 답답한 가슴에 책을 들었다. 사놓고는 보지 않고 있다 누군가에게 빌려줬다가 돌려받은 책.
그랬다.
내가 생각을 좀 부릴 수 있을 때, 내가 아무것도 없이 그냥 몸으로 푹 젖어 살고 있을 때,
그 때 책을 꺼내들자고...다짐을 좀 했었다. 짧게 시를 읽는 것만 허용하고는... 허나 삶의 습은 쉽게 안되나보다.
찾게 된다. 술을 찾든 음악을 찾든 누군가의 목소리를 찾든 시를 찾든... 운동을 찾든...
다른 것들은 좀 쉬고 운동은 좀 꾸준히 찾아뵈자. 허허허
근데, 오늘은 이 시 한편과 시작된 책머리를 보고는 책을 덮게 되었다.
시가 연극처럼 되살아나 어떠한 여인숙의 풍경과 어떤이들이 찾아오는 모습이 상상이 되면서 나를 보게 된다.
또한 왜. 김연수 작가가 왜 이 시를 책머리에 놓았으며, 또한 거기에 자신의 관점을 담아 이야기 했는지를...
작가의 관점과는 또 다를 수 있겠다만
나는 상상해봤다.
나는 여인숙인지 혹은 내가 그 여인숙의 주인장인지로 대입을 해놓고선 그 찾아온 손님들을 맞이했었다.
그 손님들은 모두 다 나의 거울. 나의 생각과 나의 감정들... 나의 무의식 속에 꽁꽁 숨겨놓은 모습들...
그 손님들을 어떻게 감사로 대할 것인가. 아님 내 쫓을 것인가?
아니면 살살 달랠 것인가? 아니면?
머릿속으로 그리다 그리다... 혼자 헛웃음을 지었다.
그 손님들과 싸우다가 웃다가 울다가 안고 쌩 지랄을 하는 모습들...
하하하하하
앞으로 만날 손님들.
모두 다 네게 오라.
난 손님들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으니.
머물다가 금방 가시게들~!
나 그대들을 감사의 마음으로 극진히 대접하겠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