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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시인의 작은 시편, '순간의 꽃'

작성자스마일|작성시간15.06.25|조회수241 목록 댓글 6

고은 시인, 내가 좋아하는 고은 시인의 작은 시편, '순간의 꽃'!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집이다.


이 시집은 '책은 도끼다'를 보고 샀던 책이다.

시집에 손이 잘 가지 않았었는데, 박웅현의 글을 보니 꼭 사서 읽고 싶었다.

 

그래서 이미 두 번 정도 읽고 줄을 그어놨었는데, 읽을 때마다 안보이던 시들이 또 눈에 보였다.

이미 봤던 시들도 다르게 다가올 때도 있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대자연의 위대함을 느꼈고, 한글의 아름다움을 알았다.

그리고 고은이라는 시인의 대단함을 느꼈다.

('노벨문학상에 두차례나 유력한 후보로 오른 자랑스런 민족시인'이란다.)

 

고은 시인의 시는 정갈하고 담백한 것 같다.

그리고 짧지만 강력한 시들은 내 가슴을 흔들어 놓는다.

얇은 책이라 금방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천천히 느끼면서 봤으면 좋겠다.

 

이 시집에서 몇 개의 시만 소개할테니, 가슴이 움직인다면 구매해서 보시길...^_^

 

*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밥을 먹는다

 

흔하디 흔한 것

동시에

최고의 것

 

가로되 사랑이더라

 

 

*

급한 물에 떠내려가다가

닿은 곳에서

싹 틔우는 땅버들씨앗

 

이렇게 시작해보거라


 

*

왜 지금이 천년의 이후이고

또 천년의 이전이란 말인가

지금의 지금

나는 술이 확 깨어버린다

 

술상머리 일어섰다

 

 

*

겨울 잔설 경건하여라

낙엽송들

빈 몸으로

쭈뼛

쭈뼛 서서

어떤 말에도 거짓이 없다

 

이런 데를 감히 내가 지나가고 있다 

 

*

노를 젓다가

노를 놓쳐버렸다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

 

 

*

4월 30일

저 선운산 연둣빛 좀 보아라

 

이런 날

무슨 사랑이겠는가

무슨 미움이겠는가


 

*

저 매미 울음소리

10년 혹은 15년이나

땅속에 있다 나온 울음소리라네

감사하게나

 

 

*

개미행렬이

길을 가로질러 가는 것은

결코

이 세상이

사람만의 것이 아님을

오늘도

내일도

또 내일도

조금씩 조금씩 깨닫게 하는 것인지 몰라

 

햇볕이 숯불처럼 뜨거운 한낮 뻐꾸기 소리 그쳤다


 

*

일하는 사람들이 있는 들녘을

물끄러미 보다

한평생 일하고 나서 묻힌

할아버지의 무덤

물끄러미 보다

 

나는 주머니에 넣었던 손을 뺐다



*

할머니가 말하셨다

아주 사소한 일

바늘에

실 꿰는 것도 온몸으로 하거라


요즘은 바늘구멍이 안 보여



*

어쩌자고 이렇게 큰 하늘인가

나는 달랑 혼자인데



*

내 집 밖에 온통

내 스승이다


말똥 선생님

소똥 선생님


어린아이 주근깨 선생님



*

왜?

왜?

왜?

청명한 날

다섯 살짜리의 질문이 바빴다


그런 왜? 없이는

모두 허무인 줄을

그 아이가 알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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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기쁨(D.R) | 작성시간 15.06.25 수필같이 담백한 고은의 시
    저도 좋아합니다.
  • 작성자바람따라 | 작성시간 15.06.26 아~~~
    . . .


    네. . .
  • 작성자환희 | 작성시간 15.06.26 아 영축소식에 올리고..
    본'순간의 꽃
    제목에 감탄하네요~
    나눔 좋아요!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작성자달팽이 | 작성시간 15.06.26 '이런 데를 감히 내가 지나가고 있다'
    이런 글을 감히 내가 읽고 있다.
  • 작성자나무행 | 작성시간 15.06.26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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