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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니들의 삶, '길 위에서'

작성자스마일|작성시간15.06.30|조회수220 목록 댓글 10

비구니 스님들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길 위에서.

(이 영화를 알게된 계기가 재밌다. 잭 케루악의 책 '길 위에서'를 검색하다가 발견했다. 참고로,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책으로도 만들어졌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7381649)

 

1년에 2번만 개방한다는 금남(禁男)의 구역, 백흥암. 제작진이 설득하고 설득해서 300일간 함께 머물며 비구니 스님들의 삶을 담았다. (참고로 백흥암은 영천 팔공산 끝자락 은해사에 있다.)

 

티비에서 하는 '다큐 3일' 같은 프로그램과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최소한의 내레이션, 인터뷰를 제외하고는 영상으로만 이뤄져있다. 그 영상미가 참 좋다. 꾸미지 않은 자연의 풍경, 영화를 보는 내내 푹 빠져들었다가 나왔다. 보는 동안 함께 사찰에 있는 느낌이었는데, 끝나고 나니 현실이었다.

 

영화에 몇몇 스님과 행자들이 나오는데, 상욱 행자라는 분이 나온다. 그녀는 미국에 유학을 갔다가 돌아와서 교수 임용을 앞두고 출가를 했단다.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저런 결심을 하지... 그녀가 행자에서 스님이 되는 과정에서 스님과 얘기를 나누는데,

 

상욱 행자 : 저는 미국에 좀 있었는데요, 당시에 젠(Zen) 센터를 다녔습니다. 거기서 3년 정도 있다 보니까 부처님 말씀이 좋더라고요. 근데 한국에서는 전혀 불교에 대한 경험이 없다가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들어와서 바로 출가 했습니다.


스님 : 미국에서 접했던 젠 센터는 한국의 불교와는 달리 이제 일생을 살아야 하는데 3년의 좋았던 그 어떤 아름다운 기억만 가지고 일생을 사찰에서 사는 그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까요? 가다가 꺾이거나 좌초하지 않을까?


상욱 행자 : 물론 어려움은 많겠죠. 많겠지만 스스로 헤쳐 나가야죠.


스님 : 그러니까 너무 피상적인 출가를 하지 말라는 얘기예요. 여기도 밥 먹어야 하고 여기도 옳고 그름을 따져야 하고 여기도 미운 사람 있어요. 그럴 때 나는 미국의 젠 센터의 그러한 이상향이 아니라 한국 현실에서 수 없이 부딪힐 일들에도 자기를 확고하게 세울 수 있는 수행자가 될 수 있을까요?

 

나는 스님께서 이렇게 물으면 크게 고민할 것 같다. 아무리 큰 결심을 했어도 많은 사람이 그만둔다는 1년간의 고된 행자 생활을 마치고나면 갈등이 있을 것 같다. 근데 상욱 행자는 대답한다.


이 대화에서 그들도 사람이구나. 옳고 그름을 따지고 사람을 미워하는 그들도 역시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스님은 뭔가 다르겠지? 라는 내 편견, 선입견이 깨지는 순간이다.


그리고 영화를 보다보니 어? 왠 아가씨가??? 라고 했던 장면이 있다. 민재 행자라는 분이다.


그녀는 머리카락을 자를때도 웃을 정도로 웃음이 많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처럼 웃음이 참 많은 천방지축인 것 같다. 백흥암 주지스님께서도 어떻게 저런 캐릭터가 왔을까? 라고 말할 정도로 말이다.


천방지축 같은 그녀였는데, 그녀의 말이 인상 깊었다.

교회나 성당은 누군가를 믿는 것인데, 절에서는 나를 믿는다는 것. 그래서 나를 찾고 싶어서 절에 왔다고.

그리고 그녀는 자기만 좋아서 출가를 해서 부모님께 미안하단다. 자신은 행복하지만 부모님은 얼마나 아프실까라며.

(내가 출가를 해보진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나를 찾고 싶다면, 사실학교를 한 번 경험해보길 추천한다.)

 

상욱 행자, 민재 행자 말고도 선우 스님이라고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 아무것도 모를 때 스님이 된 분도 나오고, 17살에 출가했다는 백흥암의 영운 스님도 나오고, 3년간 하루 한끼식사만 먹으며 독방 안에서 정진을 하는 무문관 수행을 하신 스님들도 나온다. 그들의 삶과 이야기를 가감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면서 빠져들었던게 영상미인데, 참 좋았다. 이 풍경들만으로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었으니까.

짙은 초록, 초록의 향이 나지 않는가?

언어의 정원이라는 애니메이션이 떠오르기도 하고...!


이 영상을 보고 있는데, 비오는 날, 비 냄새와 함께 비를 맞은 풀내음이 물씬 풍기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겨울날, 따뜻한 모닥불 앞에서 먹는 빈대떡... 참 맛있어 보인다.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맑아지는 느낌이다. 푹 빠져들었다가 나온 느낌이다. 참 좋다.


먼저 소개했던, '시간의 숲' 이후, 또 다른 힐링 영화!

강력추천!


※코스모스께서 '시간의 숲'이 보고싶은데, 구할 수가 없다고 하신게 생각나서 덧붙입니다.

제가 소개한 영화들은 보고싶으면 제게 연락주시면 나눠드리겠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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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나우 | 작성시간 15.06.30 지난번 꾸베씨~영화도 좋았는데
    이번 다큐영화도 꼭 볼게요
    나누어주셔서 기뻐요
  • 작성자달팽이 | 작성시간 15.06.30 영천 팔공산 자락 거조암과 은해사 사이에 시골집이 있어요.
    이리 가까운 곳에 이런곳이 있는 줄 몰랐네요.
    왜 한번도 출가를 꿈꾸지 않았을까 불법을 공부하다가 이런 생각을 한적도 있는데...
    스마일 말대로 사실학교를 만날려고^^
  • 작성자모모 | 작성시간 15.06.30 꼭보리라~
    캄사합니다~♡
  • 작성자다해 | 작성시간 15.06.30 감사합니다! 스마일.
    이영화는 나도 봤는데,
    스마일의 소개로 되새기게 됩니다.
  • 작성자요정 | 작성시간 15.06.30 좋은 영화 추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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