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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것소개

지리산 추성계곡, 그리고 시 하나.

작성자명징|작성시간16.01.12|조회수128 목록 댓글 7



그때는 설레었지요

- 황인숙




그때는 밤이 되면

설레어 가만히

집 안에 있을 수 없었지요



어둠이 겹주름 속에

감추었다 꺼내고

감추었다 꺼냈지요, 만물을



바람이 어둠 속을 달리면

나는 삶을 파랗게

느낄 수 있었어요

움직였지요

삶이 움직였지요

빌딩도 가로수도

살금살금 움직였지요

적란운도 숲처럼 움직였지요



나는 만물이 움직이는 것을

자세히 보려고 가끔 발을 멈췄어요

그러면 그들은 움직임을 멈췄어요

그들은 나보다

한 발 뒤에 움직였어요

달린다, 달린다,

움직인다, 움직인다,

우리는 움직임으로 껴안았지요



그때는 밤이 되면

설레어 가만히

집 안에 있을 수 없었어요



바람이 어둠 속을 달립니다

전신이 팔다리예요

바람이 자기의 달림을

내 몸이 느끼도록

어둠 속에 망토를 펄럭입니다

나는 집 안에서

귀기울여 듣습니다

바람은 달립니다

어둠의 겹주름 속을



그때는

밤이 되면

설레어 가만히

집 안에 있을 수

없었지요



- 황인숙, 詩 <그때는 설레었지요>
「자명한 산책」 중에서

덧붙이는 말: 일요일날 지리산을 다녀오고, 가슴에 남았는데. . . 오늘 시 한편 읽다가 문득 다시 떠올라 나누고 싶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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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다해 | 작성시간 16.01.12 아ㅡ좋다!
    멋지네요!
    감사합니다.
  • 작성자깜찍이 | 작성시간 16.01.12 잔잔합니다 글구 감사합니다
  • 작성자산새 | 작성시간 16.01.13 명징이 있는 곳이 부셔요~
    명징이 기이일다~
  • 작성자나우 | 작성시간 16.01.13 그런 곳에 명징이 계시는구나!
    즐기시는 님 멋집니다.
  • 작성자나우 | 작성시간 16.01.13 그런 곳에 명징이 계시는구나!
    즐기시는 님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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