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좋은것소개

설명절과 잘 어울리는 백석의 시 <여우난곩족>

작성자명징|작성시간16.02.07|조회수76 목록 댓글 0

여우난곬족(族)

        

                          

 

 

                                                        -  백석(1912.07. 01 - 1996년 1월 )

 

 

 

 

 

 명절날 나는 엄매 아배 따라 우리 집 개는 나를 따라 진할머니 진할아버지가 있는 큰집으로 가면  

 

  얼굴에 별 자국이 솜솜 난 말수와 같이 눈도 껌벅걸이는 하루에 베 한 필을 짠다는 벌 하나 건너 집엔 복숭아나무가 많은 신리(新里) 고무 고무의 딸 이녀(李女) 작은 이녀(李女)

  열여섯에 사십이 넘은 홀아비의 후처가 된 포족족하니 성이 잘 나는 살빛이 매감탕 같은 입술과 젖꼭지는 더 깜안 예수쟁이 마을 가까이 사는 토산(土山) 고무 고무의 딸 승녀 아들 승동이

  육십 리라고 해서 파랗게 뵈이는 산을 넘어 있다는 해변에서 과부가 된 코끝이 빩안 언제나 힌옷이 정하든 말 끝에 설게 눈물을 짤때가 많은 큰곬 고무 고무의 딸 홍녀(洪女) 아들 홍동이 작은 홍동이

  배나무 접을 잘 하는 주정을 하면 토방돌을 뽑는 오리치를 잘 놓는 먼 섬에 반디젓 담그러 가기를 좋아하는 삼촌 삼촌엄매 사촌 누이 사촌 동생들이 그득히들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안간에들 모여서 방안에서는 새 옷의 내음새가 나고

  또 인절미 송기떡 콩가루떡의 내음새도 나고 끼때의 두부와 콩나물과 볶은 잔대와 고사리와 도야지비계는 모두 선득선득하니 찬 것들이다

  저녁술을 놓은 아이들은 외양간섶 밭마당에 달린 배나무 동산에서 쥐잡이를 하고 숨굴막질을 하고 꼬리잡이를 하고 가마 타고 시집가는 노름 말 타고 장가가는 노름을 하고 이렇게 밤이 어둡도록 북적하니 논다

  밤이 깊어가는 집안엔 엄매는 엄매들끼리 아르간에서들 웃고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옿간 한 방을 잡고 조아질하고 쌈방이 굴리고 바리깨돌림하고 호박떼기하고 제비손이구손이하고 이렇게 화디의 사기방등에 심지를 멫 번이나 독우고 홍게닭이 멫 번이나 울어서 조름이 오면 아릇목싸움 자리싸움을 하며 히드득히드득거리다 잠이 든다 그래서는 문창에 텅납새의 그림자가 치는 아츰 시누이 동세들이 욱적하니 흥성거리는 부엌으론 샛문 틈으로 장지문 틈으로 무이징게국을 끓이는 맛있는 내음새가 올라오도록 잔다

 

 

/ 오늘 하루 종일 부모님과 함께 하면서 전붙이고 나물다듬고 하다가 이 시가 떠올랐습니다.

  연극<백석우화>의 첫 장면에 백석과 일가친척이 함께 나와 이 시를 읊어 무지 신기했었습니다.

  텍스트로서의 시가 연극의 인물로 인해 살아나는 모습이.. 참...

  제 입꼬리가 빵긋 올라갔던게 떠오릅니다.

  지금은 보기 힘든 풍경이라 조금은 그리울 따름입니다. 

 

  모두 도란도란 즐겁고 행복한 설 명절 되세요^^

  차례준비를 다 마치고, 보이차 한잔 하러갑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