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의 꽃은 아름답다
봉황은 상상속의 동물로 모든 새들 중에 으뜸이며 상스러운 새이다. 청와대 하면 봉황새가 떠오르며 봉황새를 상징한 봉황대가 있고 봉황새를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의 문양으로 사용해온다. 바다 속의 용왕님을 못 보았듯 봉황새를 본 이 도 없기에 이들의 모양은 사람들의 상상세계서만 있을 뿐이고 화가들이 그린 그림이 전부일 뿐이다.
지인들의 모임에서 대구 인근에 산행을 하였는데 일행 중의 한 사람은 이 산을 선택한 이유를 어디서 들었다며 잘 찾으면 봉황삼을 만날 수 있기에 눈만 밝으면 뽕도 따고 임도 보는 일거양득의 산행임을 강하게 말한다. 그냥 산삼도 뭣 할 터인데 봉황삼이라니 모두들 호기심이 발동하여 눈이 번쩍 띄는 모습이다. 산행에서 만나는 나무들은 여느 산과는 달리 초피나무, 피나무, 쪽동백나무, 박쥐나무, 고추나무, 오갈피도 만나니 매우 반가웠다. 오후 늦게 서야 하산을 하는 길옆에서 탄성을 지르며 찾은 봉황삼은 바로 백선이었다.
꽃이 5-6월에 피기에 요즈음 산행을 하면 더러 볼 수도 있다. 꽃이 고와서 꺾으려면 냄새가 많이 남으로 그냥 두고 스치는 편이다. 백선으로 불리는 봉황삼은 꽃차례와 꽃자루에 기름구멍이 많아 냄새를 풍긴다. 꼬챙이와 맨손으로 작은 것 한 뿌리를 캐었다. 뿌리의 모양은 독활을 많이 닮았고 잘라보니 안에는 단단한 심이 있다. 목단의 뿌리에도 심이 있기에 약재로 사용 시는 거심(去心)을 해야 하고 이를 목단피라 하는데 백선도 역시 거심한 것을 ‘백선피’라고 한다. 백선의 선(蘚)은 양의 냄새를 뜻한다. 백선의 뿌리는 흰색이고 양의 누린내를 풍기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봉삼은 봉황삼이라고도 하는데 원래의 식물명은 백선이다. 백선은 인삼과는 천지 차이를 가질 만큼 다르다. 대개의 삼(인삼, 산삼)은 약성이 열성이지만 백선은 그 성질이 열을 내리는 찬약으로 산삼과 비슷하다고 하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는 헛된 소리일 뿐이다. 인삼이 두릅나무과에 속하면 백선은 운향과에 속하는 별개의 식물인데도 봉삼으로 불리는 까닭은 뻗어나간 뿌리의 모양새가 봉황이 날개를 편 것처럼 닮았다는데서 유래한다. 외래식물로 들어온 수초인 부레옥잠의 꽃잎 무늬가 마치 봉황의 눈동자를 닮았다고 하여 ‘봉안연(鳳眼蓮)’으로 불리는 경우를 생각한다면 이 이름도 그와 유사하다고 여겨진다.
우리가 보통 오래된 산삼을 캤다면 그냥 캔 것이 아니고 신령한 꿈을 꾸어서 캤다는 이상한 이야기가 꼭 따르듯이 뿌리의 모양이 상상의 봉황을 닮았으니 형태만으로도 능히 신령스러운 약초로 믿고 빠져 들게 마련이다. 이러다 보니 산삼을 능가한다고 한술 더 뜨게 된다. 실제로 백선의 뿌리를 술에 담가 놓은 모습은 다른 여느 식물들의 뿌리보다 힘차게 사방으로 뻗어있어 영물처럼 기이한 모습을 보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약효 또한 여러 면에 우수하게 작용하니 그럴 듯도 하다. 여기에다 만병통치의 약이라고 일부의 종교단체들이며 한의사, 약초5꾼들도 가세하여 선전을 하면서 그 값이 천정부지로 수백 수천만 원으로 거래되어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모두가 돈을 쫓아서 거짓 약을 파는 행위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은 일이 되었다.
백선은 그리 흔한 식물도 그리 귀한 식물도 아니다. 인근 야산에서도 자주 보인다. 필자가 살고 있는 뒷산에도 지금 자라고 있다. 봉삼이라는 어원은 일본의 학자 '가네무라'가 펴낸 인삼기라는 책에서 만주지방에 가면 뿌리가 봉황을 닮은 삼이 있어서 봉삼이라 한다는 말을 주장했는데 후세 사람들이 백선의 뿌리가 그와 유사하다하여 봉삼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온다. 지구상에는 많은 종류의 삼들이 있기에 사람의 모양을 한 인삼이 있듯이 봉황을 닮은 삼이 있을 수도 있으리라 여겨지는데 엉뚱한 백선에다가 봉황삼의 이름을 달게 한 것은 잘못이다.
그러나 봉삼으로 불리는 백선의 약효는 실제로 다방면에서 나타나기에 모양 값을 훌륭히 한다. 흔히 피부병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데 계속 복용하면 체질이 개선되어 윤기 나는 피부로 바뀌게 되고 금은화, 포공영, 고삼, 황금등과 같은 약효를 낸다. 백선은 열을 내리고 습기를 제거하여 주는 작용이 있어 피부진균에 대한 억제작용이 있으므로 습열로 인한 피부질환에 자주 쓰이는 약재로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알레르기성 비염, 기침, 천식, 간염의 치료에 좋은 효과를 보인다고 하며 꾸준히 사용하면 폐결핵, 위장염, 관절염에도 효과가 크기에 약효가 광범하고 독이 없는 관계로 만병통치라는 말이 나온 게 아닌가 싶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이 있듯 이름대로라면 봉삼(백선)은 산삼을 능가한다고 여길 수 있지만 삼(蔘)의 약효가 아닌 다른 여러 방면에서 약효가 우수하기에 백선의 다른 이름을 봉선(鳳蘚)이라 고쳐 부르면 손색이 없는 약초가 되지 않을까 여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