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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구 전농 3동에 자리 잡은 2층 건물의 내인당 한의원에 들어서면 쑥 타는 냄새가 찾는 이를 먼저 맞이한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다소 낡아 보이는 내부 구조의 대기실 곳곳에 고령의 내원 환자들이 자신의 시술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한의학 박사 허인무 씨는 임상을 시작한 후 40년 가까이 전통적인 침법과 뜸 법을 고수한다며 서두를 꺼낸다. 침과 뜸 치료 중에 나타나는 통증에 대한 환자들의 두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최근 다양한 침 시술법과 여러 형태의 침과 뜸이 등장했지만, 자신은 일반적인 침에 비해 굵은 황두침(黃頭鍼)과 뜸쑥을 쌀알 크기로 말아 경혈(經穴)에 직접 붙이는 직접구(直接灸)를 사용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허박사는 현재까지 침(鍼) 수기법(手技法)에 대한 가장 명료한 서적으로 꼽히는 명대(明代) 양계주(楊磎洲)의 [침구대성(鍼灸大成)]이라는 침구 전문서적의 수기법을 자신에 맞게 발전시켜 임상에 활용하고 있는데, 진료실 곳곳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낡은 의서와 노트는 그 각고의 연마과정을 대변하는 듯 하다.
허박사는 그와 문하의 한의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비경주기" 4법에 대해서 간략한 소개를 해주었는데 - 용이 꼬리를 흔드는듯한 "청룡파미법" - 호랑이가 머리를 흔드는듯한 "백호요두법(白虎搖法)" - 거북이가 땅을 파고 들어가는 듯한 "창구탐혈법(蒼龜探穴法)" - 봉황이 날개를 펴는 듯한 "적봉영원법(赤鳳迎源法)" 의 네가지 방법을 중심으로 인체의 나쁜 기운이 모여 있는 곳을 헤치고, 건강한 기운(正氣)이 부족한 곳은 더해 줌으로써 신체의 균형을 바로 잡는 것에 치료의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일단 환자를 맞이하면 맥진과 질문을 통해 환자의 병력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뒤 환자를 침대에 누인다. 침과 뜸을 시술할 곳을 세심히 찾기 시작한 뒤 치료에 필요한 위치를 결정한다. 곧이어 알콜솜에 싸인 4~5개의 황두침을 차례차례 자입한 뒤, 비경주기법을 구사하는 노(老) 한의사의 손놀림은 절정에 이른 춤사위를 보는 듯 하다. 뒤이어 젊은 한의사가 지정된 위치에 쑥뜸을 올려 놓고 향으로 불을 붙이는 것으로 치료를 마무리 한다. 40여년 한 곳에서 진료를 해온 허박사의 문하를 거쳐간 한의사가 10여명에 이른다. 또한, 가난을 이겨가며 공부한 자신의 과거를 잊지 않고 후학을 위해 장학 기금도 마련하였다. 그리고 지난 94년엔 공을 인정 받아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상하였다. 기자를 배웅하는 백전노장은 마지막으로 "침을 잡을 수 있는 순간까지는 환자 곁을 지켜야지요"하며 웃음에 여유를 담고 진료실을 향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