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와 소설가가 심은 한 알의 진심
저자 이동현, 김탁환 출판 해냄 2026.4.20. 276쪽 e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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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로 인한 생태계 교란, 농촌 지역 소멸은 더 이상 통계나 뉴스 속 먼 이야기가 아니다. 논이 사라지고 농촌의 일손이 줄어들면,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은 우리의 밥상이다.
먹거리가 넘쳐나는 시대, 친환경 농사로 우리 쌀을 말없이 지켜는 곳이 있다. 전남 곡성군 장선 마을, 섬진강 옆 들녘에 자리 잡은 농업회사이자 생태 공동체 ‘미실란’의 이야기다.
이 책은 농업법인 미실란 대표 이동현과 귀농하여 집필실을 옮긴 소설가 김탁환이 함께 써 내려간 생태 에세이다. 미실란 창립 20주년을 맞아 두 사람의 글이 한 권으로 엮여졌다.
미실란을 이끄는 이동현은 일본 유학까지 마친 미생물 학자이다. 곡성에 정착하여 278여 종의 벼를 재배하며 유기농 발아현미를 생산하는 농부로서 들녘 생명을 지켜가고 있다.
김탁환은 서울에서 곡성으로 집필실을 옮겨, 농사를 짓고 글을 쓰며 산다. 그는 어느새 논밭을 스스로 일구는 마을소설가가 되었고, 섬세한 관찰력으로 미실란의 발걸음을 담았다.
입춘에서 대한까지 24절기에 담긴 농부의 정직한 땀방울과 소설가의 깊은 살핌이 특징이다. 2022~2025년의 4년 동안 농부 이동현은 기록하고 작가 김탁환이 욧점을 정리했다.
미실란은 곡성에서 쌀 생산 기업을 넘어, 지역의 생태·문화예술 거점이 되었다. 유치원생이 논을 체험하는 생태학교, 광주 초등학생과 ‘한 평 논’을 비롯한 교육 활동을 해오고 있다.
매년 자력으로 작은들판음악회와 섬진강마을영화제, 김탁환의 ‘생태책방 들녘의 마음’에 이르기까지, 문화 활동이 어떻게 지역 소멸의 위기를 넘는 대안이 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동현 농부과학자로서 ㈜미실란 대표 자연과 농업의 가치를 연구하고 실천해 온 농학자이자 농부이다. 일본 규슈대학교 대학원에서 생물자원환경과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교수였다.
소설가 김탁환은 1968년 진해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녔고,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 졸업했다. 수많은 작품 중에 역사소설 KBS 대하드라마『불멸의 이순신』을 썼다.
의술이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현재 사람의 수명은 백년을 넘기기 어렵다. 백년을 산다해도 주고 나면 그 삶은 영영 사라지고 마는가. 씨앗은 DNA를 통해 영원한 삶을 이어준다.26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이 엄청난 사회변혁을 일으킨 것처럼, 경운기는 우리 농촌의 생산력을 엄청나게 변화시켰다. 산비탈 논밭은 소의 몫이지만 평지 들녘은 경운기가 담당한다.
녹비작물 자운영과 헤어리베치 같지는 않지만, 밀은 잘 돌봐야 한다는 지혜를 얻은 것처럼 정성들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한다. 매년의 농사를 소홀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신을 악기처럼 쓸 수 있어야 한다,' 미실란이 이 사회에서 수익을 내는 회사가 되도록 경쟁력을 가지려면, 일하는 사람이 열심히 하되 자기 몸을 즐겁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58
농업의 일차적인 역할은 식량을 공급하는 것이지만, 생산과정에서 다양한 가치를 창출한다. 토양보전과 수자원 보호, 아름다운 경관, 생물종의 다양성 유지...다방면의 순기능이다.
미실란의 현장 세 가지 원칙은 우량 볍씨종자를 지역 농가와 함께 나누는 것, 수확한 볏짚을 다시 농으로 보내기, 화학비료·농약·제초제를 쓰지 않고 논의 미생물을 살리는 것이다.
2023 독일-프랑스 공영방송 아르테Arte의 '한국의 아름다움' 다큐멘터리에서, 미실란의 발아현미와 친환경 쌀이야기를 기후위기에서 생명의 다양성과 품종의 다양성을 강조되었다.
매년 12월 5일은 2012년 유엔이 정한 '세계 토양의 날'이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사용해 온 수많은 농약들이 얼마나 우리 대지를 훼손했는지를 유엔식량농업기구가 인식한 것이다.
작가는 미실란의 정체성을 다음과 같이 결론짓는다. '나를 돌보고, 들녁을 돌보고, 마을을 돌보고, 지구를 돌보는 기업, 미실란.' 구호보다 뭇 생명을 살피며 천천히 나아가는 회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