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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력 저하- 젊은 날의 다짐

작성자구영명|작성시간26.06.13|조회수23 목록 댓글 0

  과거의 글들을 검색하다 보니 '기억력 저하-젊은 시절의 다짐'이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2019년 12월에 쓴 글인데, 지금으로부터 약 7년 전의 글이다.  내용을 살펴보니 기억력 저하로 겪은 좌절감을 쓴 글이다. 나는 방송대에서 지난 4년 동안 공부하면서 기억력 감퇴로 혼이 났는데, 지금도 기억력 감퇴는 진행형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씁쓸했다. 지난날을 돌이켜 보고자 글을 이곳으로 옮겨왔다.

 

   며칠 후면 만 64세, 나이가 들어가면서 여러 가지 신체적 기능이 조금씩 떨어진다. 특히 공부에 대한 학습력은 현저히 떨어지는 것 같다. 아마 50대 중반부터였을 것이다. 나는 새벽에 일어나 일찍 회사에 출근해서 하루 2시간씩 공부를 일정하게 했다. 오랫동안 손을 놓았던 수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영문법, 국문법 등을 요일별로 꾸준히 공부를 했다. 그 이유는 젊은 시절인 20대 초반이었다. 나는 삶의 존재 이유를 찾지 못해 심각하게 방황했다. 그래서 은퇴 후에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세계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 철학과 과학을 공부해 보고자 하는 다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은퇴를 하고 책상에 앉으니 공부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것은 급격한 기억력 감퇴로 인한 학습장애가 아닌가 싶다.

 

   1968년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14살의 어린 나이로 곧장 직장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던 나는 사춘기를 지나면서 삶의 문제에 고민이 많아졌다. 가난해서 중학교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던 내 처지 때문에 나는 또래들보다 일찍 내 삶과 존재의 이유에 대해서 고민했던 것 같다. 내가 사는 이 물리의 세계는 어떻게 구성되었고 왜 만들어졌을까, 어떤 원리로 존재하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간은 왜 존재하는지, 그리고  반드시 소멸의 길을 걷는 인간이 무엇 때문에 아둥바둥거리며 살아가야 하는지 등의 철학적 물음에 나는 깊이 빠져들었다. 그래서 20대 초반에는 한때 허무주의에 빠져 자살도 시도했었다. 이문열의 소설 <젊은 날의 초상>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방황하던 나는 종교를 통하여 그 해답을 찾고자 했고 또 한편으로는 학문을 통하여 과학적, 철학적 진실을 찾고 싶었다. 우주의 생성, 인간의 존재 이유 그것은 인간에게는 영원히 풀 수 없는 수수께기겠지만, 아무튼 강한 지적 욕구, 진리를 찾고자 했던 그 마음 때문에 나는 오늘을 이어온 것 같다.

 

   형이상학적인 문제보다 더 급한 발등의 불, 먹고 살기 위해서 학력이 필요했던 나는 20대에 들어서서 주경야독으로 검정고시를 준비했다. 이때 물리, 생물, 그리고 독서를 통해 철학, 역사 등 인문학의 세계를 접하면서 그 깊은 학문의 세계에 매료되었다. 그러나 시험 합격에만 급급하여 제대로 기초를 쌓지 못했다. 34살 때였다. 대학에서 공부할 기회가 있었지만 나는 먹고 사는 문제로 실용학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이 원시 상태를 벗어나 먹고 사는 문제에서 조금 벗어났을 때 비로소 철학적 사유를 했듯이 나 또한 지금은 먹고 살기 급해 제대로 공부는 못 하지만, 언젠가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이 거대한 세계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 깊이 있는 공부를 언젠가는 꼭 할 것이라는 다짐을 했다. 천신만고의 시련과 인고의 세월을 헤쳐 나온 50대 초반, 나는 다니던 회사의 대표이사가 되었다. 초기 힘들었던 회사 경영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되자, 나는 은퇴 이후 20대 때 다짐했던 목표를 이루고자 새벽에 일찍 일어나 기초 공부를 했다. 특히 철학적, 과학적 사유를 위해서 수학과 물리의 기초를 닦으려고 중학교 과정부터 ebs를 통해 공부를 했다. 대략 하루에 두어 시간, 지금까지 대략 10여 년간 꾸준히 공부했다. 그러나 회사 일 때문에 항상 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작년에 미래에 대한 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나는 회사를 부득이하게 물러났다. 지방에 봉사차 내려갔고 이것저것 하다가 바빠서 관련 공부를 중단했다. 지난 10월 초 다시 집으로 돌아와 책을 펼쳐들었지만, 그 사이 약 일 년 정도의 공백이 있었던 것일까? 그동안 힘들게 공부했던 수학, 물리의 기초 지식은 멀리 사라져 버렸다. 심지어 최근에 이르러서는 불과 일주일 전에 공부한 내용도 몇 번이나 반복했지만 돌아서면 까맣게 잊어버린다.  나이의 한계를 절감한 나는 오늘 새벽 글을 올려본다.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이 저하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체험하는 것이지만, 최근처럼 기억력이 크게 저하된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무엇일까? 퇴직 후 무기력하게 늙어간다는 생각 때문일까? 아니면  젊은 시절의 꿈을 찾아가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 때문일까?

 

   현재 나의 나이는 만 71세이다. 위의 글을 옮기면서 내 자신을 살펴보니 젊은 시절 추구했던 구도자로서의 진리를 찾아서 공부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사업가로서 은퇴 이전에 이루지 못한 꿈 때문에 좌절하고 있었고, 예상치 못한 장수사회가 불러온 현실의 문제와 점점 더 떨어지는 기억력과 싸우면서 사느라고 나는 기력을 소진하고 있었다. 그래서 젊은 시절의 다짐인 진리를 찾아가는 구도자의 궤도를 한참 이탈하여 엉뚱한 곳에서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무척 한심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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