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답사는 참 좋았다. 문화관광해설사 이름에 걸맞게 균형 있는 답사를 했다. 관광 부분은 원주 케이블카와 재미있게 엮어진 두 개의 다리다. 몸은 출렁출렁 가슴은 울렁울렁… 대다 보니 정신없이 건너고야 말았다.
그런데 여기에다 아이디어를 추가하고 싶다. 서로 엉켜서 가볍게 넘어지는 재미를 보태면 어떨까! '스프링 기능'을 적용… 아마 찾는 사람이 많게 될지도 모른다. 숙소에 와서 동료가 1만 보를 걸었다고 한다. 일생동안 처음 겪어본 기록이다. ㅎㅎ
다음 날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융릉(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과 건릉(정조와 효의왕후)을 보았다. 이곳은 비극적인 당쟁으로 뒤틀린 가문의 역사를 효(孝)와 개혁이라는 가치로 승화시킨 정조의 거대한 '건축적 서사시'이다. 뒤주에서 피어난 정조의 공간…
입구에 들어서면 울창한 소나무와 참나무 숲길이 손님을 맞이한다. 이 고요하고 스산한 숲길은 조선 역사상 가장 잔인했던 비극, 즉 1762년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숨진 사건의 기억을 품고 있다. 즉위 일성으로 "과인은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라고 선언했던 정조는, 양주 배봉산에 초라하게 묻혀 있던 아버지의 묘를 당시 최고의 명당인 이곳 화성 화산으로 옮겨왔다.
그것이 바로 현륭원(지금의 융릉)이다. 그리고 자신 역시 죽어 아버지 곁에 눕기를 자처하며 건릉을 조성했다. 이곳은 정조에게 단순한 무덤이 아니라,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하고 왕권을 확립하려는 정치적·인문학적 기획의 거점이었다.
다행히 날씨는 괜찮았다. 아무리 멋드러지게 기획된 행사라도 야외행사는 날씨가 쾌청해야 한다.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50%밖에는 안 된다. 그래서 우리 인간은 언제 어디서나 겸손해야 한다. 하물며 준비하는 집행부는 어떻겠는가! 이 또한 집행부의 포근하고 넉넉한 마음이 한데 모아져서 하늘에 전달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이틀째 아침에는 룸메이트들과 산책하러 가는 중에 빗방울이 떨어져 산책을 포기하고 룸으로 돌아왔는데, 나가자고 꼬드긴 내 모습이 초라해지고 뻘춤하였다.
오랜만에 만난 22개 시·군 해설사 친구들과 울렁출렁 다리를 건너면서 즐거움을 맛보고, 정조대왕과 사도세자께서 잠들어 계신 화산(花山)의 산바람을 기억하는 여행이 되었다. 집행부를 비롯한 모든 친구님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