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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맛과 멋

푸아 그라 - 미식의 유혹

작성자정강김정숙|작성시간06.03.19|조회수554 목록 댓글 0
푸아 그라 - 미식의 유혹


‘모든 쾌락을 상실한 뒤에도 우리를 위안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것은 식탁의 쾌락’ 이라고 프랑스의 정치가이자 미식가인 브리야사바랭은 갈파했다. 굶주림에 대한 인간의 공포가 본능적이라면 미식을 탐하는 인간의 욕망은 때론 잔인하다. 단지 미식을 즐기기 위해 동물학대를 수천년 이전부터 행해오기도 한다.

프랑스어로 ‘기름진 간(肝)’을 뜻하는 푸아 그라(foie gras). 주무르면 곧 뭉개져버리고 입에 넣는 순간 녹아버리는 부드러운 기름덩어리인 살찌운 거위의 간이다. 부드러우면서 고소한 맛이 짙고, 영양과 맛도 최고로 씹힐듯 녹아드는 육질이 일품이다.

인간의 욕심과 미식을 즐기는 향락이 합쳐진 식품이다. 간의 주요 성분은 깨끗한 혈액과 건강한 혈관에 도움이 되는 철분, 비타민B2, B6, B12, 미네랄 등 미량원소의 보고이다.

푸아그라는 ‘유럽식 미식의 극치’ 로 2,000년 동안 호사스럽게 즐겼다. 2005년 프랑스의회가 푸아그라를 ‘국가문화유산’으로 지정하는 법안을 내자 유럽언론이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한해 세계생산량 2500만개 가운데 80%를 차지하는 프랑스로선 세계적인 반(反)푸아그라 바람을 피해갈 구실을 만들려는 심산이다.

프랑스의 대표적 별미지만 로마인들도 즐겨 먹었다. 1세기 로마의 미식가 가비우스 아피시우스가 쓴 요리책에도 푸아그라 요리법이 기록되어 있다. 로마인들은 무화과를 먹여 거위를 살찌웠다. 푸아(foie)라는 단어도 ’무화과로 채운 간‘을 의미하는 라틴어’ 에주르 피카툼(ejur ficatum)’에서 유래했다.

푸아그라를 요리하는 가장 흔한 방법은 핏줄을 정리하고 버터를 두른 팬에 지져 소금과 후추를 살짝 뿌려서 빵에 얹어 먹는 것이다.
푸아그라는 단맛이 나는 소스나 술과 잘 어울려 구워 먹을 때는 사과소스나 졸인 포트와인 소스를 곁들이기도 한다.

푸아그라는 흔히 ‘거위 간’이라고 불렸으나 INLA(프랑스 국립농학연구소)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생산되는 푸아그라 중 ‘거위 간’은 10%에 불과하고 오리 간이 90%를 차지하고 있다. 맛의 차이가 별로 없을 뿐 아니라 비용이 훨씬 적게 먹히고 사육도 쉽기 때문이다.
‘간을 키우는 방법’인 가바주( gavage)의 과정은 거위는 보통 한달 정도, 오리는 2주 정도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푸아그라 농장에선 거위와 오리를 끔직하게 학대한다. 거위가 움직이지 못하게 틀에 넣고 부리에 깔대기를 물리거나 금속관을 목 깊숙이 넣는다. 그리고 깔대기 끝에 달린 손잡이를 돌리면 옥수수 알갱이가 거위의 목으로 쏟아져 들어간다.

거위가 옥수수를 잘 삼키도록 헐떡이는 거위의 목을 손으로 훑어 내리며 한달을 먹이면 영양과잉으로 12배나 커진 거위 간은 700~ 900g, 오리간은 400~600g이 나간다. 이렇게 사료를 반복해서 먹이는 과정을 ‘ 가바주’라고 한다.

거위나 오리는 도축될 때 까지 지방간으로 뇌와 내장이 터지는 고통을 겪는다. 그래서 EU는 2010년 까지 생산방식을 바꾸라고 권고했고 영국을 비롯한 13개국은 푸아그라 생산을 중단했다.

간이 비대해진 이유는 단지 영양과잉 때문이 아니라 지독한 스트레스를 받아 일종의 지방간 상태에 빠지는 것이라고도 한다. 미식을 탐하는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대표적인 경우이다.
베트남 승려 틱낫한은 살면서 화(火)를 남기지 말라했다.
잔인하게 길러 죽인 가축의 좌절과 분노인 화(火)는 그 고기를 먹는 사람에게 옮는다는 뜻도 된다.

식욕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위안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미식을 위해 동물을 학대하고 동물이 남긴 화까지는 먹지 말아야 할 것 같다.

김정숙 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김치발효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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