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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름 연구

정동진 배우리의 땅이름 기행

작성자이름사랑|작성시간21.05.22|조회수279 목록 댓글 0

배우리의 땅이름 순례 - 정동진

 

 

정동진

한국땅이름학회 회장 배우리

 

 

1. 본격적인 휴가철-. 올여름 휴가를 갈 장소로 가장 선호하는 장소를 알아봤더니 강릉, 속초, 정동진 등 주로 동해안. 오늘 그 중의 한 군데로 땅이름 순례를 해 볼까 하는데, 어디로 떠나 볼까요?

 

정동진.

매년 12월 31일이면 새해 첫 해돋이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일출의 명소. 서울 경복궁의 정동쪽에 위치한다고 하여 '정동진'이라는 이름이 붙은 작은 바닷가. 드라마 <모래시계>에 소개되면서 더욱 유명.

정동진역은 우리나라에서 바닷가와 가장 가까이 있는 기차역이란다. 인접한 모래시계 공원까지 가벼운 산책을 즐길 수 있다.

 

 

2. 옛날엔 어떤 곳이었나요?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동해안인데, 여기엔 전부터 '정동나루'라는 나루가 있었다.

이 나루는 고기잡이배들이 동해로 뱃길을 떠날 때 많이 이용하던 나루로, 옛날에는 꽤 번창했던 곳이나, 지금은 그러한 '나루터'로서의 느낌을 별로 주지 않는다. 그러나 이 나루 근처의 마을 이름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정동나루' 또는 '정동진'으로 부른다. 그래서 이 지역을 지나는 동해북부선 철도의 기차 정거장 이름도 '정동진역'이다.

다른 곳과 갈리 이름에 '바른 동쪽'의 뜻을 갖는 '정동(正東)'이란 말이 들어간 것이 특이하다.

이곳은 원래 강릉군(명주군) 자가곡면의 지역으로서, 한양(서울)에서 보았을 때 정동쪽에 해당하는 곳에 나루가 있어 '정동나루'라 했었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약 1백년 전(1916년. 일제 때) 행정구역을 조정하면서 그 근처의 고성동, 등명동 등의 동네들을 합하여 '정동진리'라 하였다.

 

 

3. 대개 동해바다가 서해바다보다는 물이 맑다고 하죠?

 

동해의 물은 서해의 물에 비하여 맑다고 한다.

예부터 동해의 용왕님도 이 점에 많은 신경을 썼다고 한다.

동해 용왕님과 동해의 물에 관한 한 전설.

조선시대의 한 임금이 눈병으로 고생을 하고 있었다. 이름난 의사를 부르고, 좋은 약을 쓰는 등 갖가지 방법을 다 써 보았으나. 도무지 치료가 되지 않았다.

임금은 이것이 자신에게 주는 하늘의 벌이라고 생각하고, 무슨 죄를 지어 이런 고생을 할까를 알아보기 위해 하루는 이름난 점쟁이를 불렀다.

"내가 이처럼 눈병을 오래도록 앓고 있으니, 도무지 그 까닭을 알 수 없소. 눈병은 대개 앓다가도 낫게 마련인데, 이처럼 오래 가는 것은 무슨 까닭이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일이 아니겠소?"

근심 어린 눈으로 그 병의 원인을 묻는 임금의 표정을 안타깝게 지켜 본 점쟁이는 그 자리에서 금방 점을 치기 시작하였다.

한참 무엇인가 중얼중얼 뇌까리며 점을 쳐 보던 점쟁이는 별안간 '탁' 하고 무릎을 쳤다.

"어떻소? 그래, 그 이유를 알아냈소?"

"알아내었사옵니다, 상감마마."

"그래, 그 이유가 무엇이던가요?"

"말씀드리기 심히 괴롭사오나, 바다의 용왕이 크게 노한 탓이옵니다."

"용왕이? 그래, 어째 용왕이 노했다는 거요?"

"동해 바다를 흐리게 한 백성이 이 땅에 있어 그 동해의 용왕이 크게 화를 낸 것이옵니다."

"바다를 흐리게 하다니, 그건 무슨 소린고?"

"서울의 정동쪽 바닷가에 있는 절에서 쌀을 씻어 낸 뜨물이 동해 바다를 흐리게 했다는 것이옵니다."

"그럼, 동햇가의 절에서 흘러나온 쌀뜨물이 원인이란 말인고?"

"그러하옵니다."

눈병의 원인이 한 백성이 함부로 흘려 낸 쌀뜨물 때문이라고 여기게 된 임금은 그 뜨물을 흘리는 절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리하여, 신하와 함께 나가 동해 바닷가 북쪽의 원산에서부터 남쪽으로 찾아 내려오면서 뜨물 흐르는 냇물부터 찾아보았다.

지금의 동햇가 강릉 근처까지 찾아 내려가던 중에, 임금과 함께 있던 신하는 주위의 바닷물이 뿌옇게 흐려 있는 것을 보고 임금께 아뢰었다.

"전하, 이 근처 어디선가 쌀뜨물이 흐르는 내가 있나 봅니다. 바닷물이 뿌옇게 흐려져 있습니다."

"그래? 그럼, 그 내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 보오."

정동나루 못미처에서 바닷물이 흐린 것을 보게 된 임금은 물줄기를 따라 올라가 등명사에 이르렀는데, 거기서부터 쌀뜨물이 흘러나옴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는 그 절을 없애도록 명하였다.

그런 뒤로, 임금의 눈병은 언제 그랬더냐싶게 말끔히 나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후부터는 그 절이 있던 일대에서 훌륭한 인물이 나지 않았다고 한다.

1940년에 서학수라는 사람이 그 자리에 암자를 짓고, 옛 절의 이름을 따서 '등명사(燈明寺)'라 하였다.

'등불로 어두운 세상을 밝힌다'는 뜻의 이름을 가진 등명사는 화비령 북쪽 줄기 괘방산에 있었다. 이 절을 세간에서는 그냥 '등명이'라고도 불러 왔다.

 

 

4. 화비령? 많이 들어본 고개 이름 같은데, 왜 화비령인 거죠?

 

등명사 근처의 화비령이라는 고개는 강릉시 강동면 산성우리에서 임곡리 대수원 마을로 넘는 고개로, 동해 가까이 있는 청학산의 맥을 넘는다.

이 고개는 흙빛이 유달리 불탄 것같이 검다고 해서 '불화(火)'자가 붙은 이름이 나왔다고 한다. 또, 꽃같이 붉다고도 해서 '꽃화(花)'자가 들어간 '화비령'으로 쓰기도 한다. 지금은 이 고개 밑으로 동해고속도로가 지나고 있다.

등명사터 밑에 있는 마을을 '등명이'라 하는데, 이는 '등명사' 절을 '등명이'라고 한 데서 나온 것이다.

 

 

5. 서울 정동쪽에 있다고 해서 정동진이라 하셨는데, 이 정동진 말고 ‘정동’이란 이름을 가진 것이 또 있지 않을까요?

 

서울 정동쪽에 있는 곳이어서 그런지 이 일대에는 '정동'이란 이름을 단 곳이 아주 많다.

전설 속에 나오는 내의 이름은 '정동개울'로, 이 내는 피래산 동북쪽 산골짜기에서 시작하여 동쪽으로 흘러 산성우리의 구나무골에서 북쪽으로 꺾이어 산성우 앞을 지나 정동진 앞에서 동해로 들어간다.

정동진에서 고성동쪽으로 가는 곳에 있는 다리는 '정동교'이고, 이 근처에 있는 동해북부선 철도의 기차역 이름은 '정동진역'이다.

 

 

6. 정동진은 고기잡이가 성한, 전통 어촌이었을 텐데, 대개 이러한 전통 어촌 마을에는 전해 오는 옛 전설이라도 있지 않을까요?

 

동해 바닷가인 강릉 일대는 고기잡이가 성하여서 바다 제사와 관계된 이야기가 많이 전해져 온다.

강동면 안인진리 해령산 위에 있는 해령사라는 사당의 한 전설도 그 하나다.

옛날에 신랑을 너무 고르다가 너무 나이가 많아진 처녀가 어느 날 배를 타고 온 한 남자를 보고 반하여 쫓아가 그 남자에게 말을 건네려 했다. 그러나, 그 남자는 처녀의 기대와는 달리 홀연히 배를 몰고 떠나고 말았다. 처녀는 크게 실망을 하고, 그것으로 인해 병이 들어 죽었다. 그 후, 밤만 되면 이렇게 외치며 돌아다니는 처녀 귀신이 나타났다.

"바다가 바라보이는 곳에 남자 모양의 물건을 모시라. 그렇지 않으면 고기를 잡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에 마을 사람들이 사당을 지어 '해령지신(바다의 신)'이라는 위패(나무에 이름을 써서 신처럼 모시는 물건)를 모시고, 그 옆에 나무로 남자의 그림을 만들어 달아 매고 제사를 지냈다. 그 후부터는 고기가 잘 잡히게 되었다고 한다.

1930년경에는 안인진리 구장의 아내가 이상한 정신으로 '김씨 남편'을 얻어야 하겠다는 등 이상한 말을 하며 돌아다녔다. 그리고는 날마다 안인진리 사당에 오르내렸다. 사람들은 이를 보고, 바다의 총각 신이 들린 것이라 하고, 그 총각 신의 성씨가 '김(金)씨'일 것이라 생각하곤 위패를 '김대지신(金大之神)'이라 고쳐서 제사를 지냈단다. 그렇게 한 후로는 안인진리 구장의 아내가 본정신으로 돌아갔다 한다.

우리 나라 어촌 중에서는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 곳이 많다. ///

 

130810 KBS1 방송 생방송 토요일 땅이름 순례 66 `정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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