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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우리말
배우리 한국땅이름학회 회장
소나무와 솔나무
겨울이 되니 나무들이 나뭇잎을 다 떨구고 앙상한 가지들만 남았다. 그 중에도 소나무와 잣나무 사철나무만큼은 푸른 잎을 지키고 있었다.
일요일 아침, 조카 은솔이와 함께 공원에 나왔다.
"은솔아, 묻는 대로 빨리 대답해 봐. 아주 쉬운 문제야. 은솔아, 밤나무엔 밤이 열리지? 감나무에는...?
"감이 열리죠."
"그럼 잣나무엔...?“
"잣이오."
"배나무엔...‘“
"배요."
"그럼, 소나무엔...“
"소가……. 아 참, 삼촌한테 속았네."
"하하하. 내 그럴 줄 알았다. 소나무에서 어떻게 소가 열리겠니? 솔방울이 열리지. 소나무의 옛말은 '솔나무'인 건 알고 있겠지? 그런데 말이다. '나무'라는 말이 옛날에도 '나무'였을까?“
"글쎄요. 어떻든 지금의 말 '나무'와 비슷한 말이 아니었을까요?“
우리 옛 문헌에는 '나무'가 '나모'로도 나오고, '남ㄱ'이라는 말로도 나온다.
'나무'나 '나모'는 원래 '난다(생겨난다)'의 뜻인 '남'이란 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즉, '나다'의 이름씨꼴(명사형)인 '남'과 뒷가지의 '오'가 합쳐져 이루어진 것으로 보는 것이다.
남+오=나모>나무
옛날 문헌에 보면 '나무'라는 말이 '나모'라는 말로 더 많이 나온다.
-나모 아래 안즈샤
(나무 아래 앉으시어) <월인천강지곡>
-그 나못 불휘를
(그 나무 뿌리를) <석보상절>
그러나, 문헌들에선 '나모'보다는 '남ㄱ'이라는 말을 더 많이 썼다.
-'불휘 기픈 남간 바라매 아니뮐쌔'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거니와) <용비어천가>
-성(城)엔 프른 남짓 내 얼의엿도다
(성에는 푸른 나무에 연기가 서리었도다) <두시언해>
-향(香)의 얼구른 남기오.
(향기의 얼굴은 나무요) <법화경언해>
이 옛말 '남ㄱ'이 지금도 남아 '남구(남그)'라는 사투리로도 쓰이고 있다.
"남구에 올라가지 마라." (나무에 올라가지 마라.)
"남기 해 왔냐? (나무를 해 왔느냐?)
"소남기 우거졌다." (소나무가 우거졌다.)
방언 '남그(남구)', '남기'가 '나무'의 옛말이었음을 잘 말해 주고 있다.
'소나무'의 원이름이 '솔나무'라는 사실은 솔잎, 솔가지, 솔가래, 솔방울 등의 말이 있는 것으로 보아서도 알 수 있다. '소나무'란 이름은 그 가느다란 잎 때문에 이름이 나온 것이다. ‘솔’에는 ‘작음’이나 ‘가느다람’의 뜻이 담겨 있다.
<조금 더 알기>
솔바람
솔바람이 소나무집에 놀러 왔다. 소나무가 말했다.
"넌 이름이 '솔바람'이지? 솔나무 숲에서 분다고 솔바람 맞지.“
“이 바보, 솔바람이 ‘소나무 바람’인 줄 알았어? '솔바람'은 '소나무(솔나무)' 때문에 나온 게 아냐. ‘솔’은 ‘작음’의 뜻인 거야.”
언어 어간 말에 위치한 ‘ㄹ’ 이 ‘ㄴ, ㅅ’ 따위와 같은 자음 앞에서 탈락하는 음운 현상을 ‘ㄹ 탈락’이라고 한다. 기저형에 존재하는 ‘ㄹ’이 음성으로 실현되기 전에 탈락되는 것이다. 합성어나 파생어를 형성할 때나 용언 어간 뒤에 어미가 결합할 때 적용되는 법칙이다.
-버들+나무>버드나무
-솔+나무> 소나무
-물+논> 무논
-알+느냐> 아느냐
-딸+님> 따님
토박이 땅이름에서도 ㄹ 탈락에 의한 것이 적지 않다.
-소너미고개 ; 경기 여주시 점동면
솔+너미 >소너미. 소나무가 많은 고개
-소남동산(소나무동산) ; 제주도 제주시 오등동
솔+나무+동산 >소나무(소남). 소나무동산
-무너미 ; 전남 여수시 화정면 월호리
물+넘이(너미) >무너미. 물이 넘는다는 뜻
-무네미 ; 강원 횡성군 우천면
물+네미(넘이) >무네미, 물이 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