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름의 뿌리
한국땅이름학회 배우리
1. 땅이름의 정착 과정
“거기가 어디쯤이요?”
“내 건너 밤나무골 가는 큰 고개 밑이죠?”
“어제 저 너른 벌 가쟁이 마을 느린 비알에 산사태가 났다는구먼.”
이렇게 불리던 그 ‘어디’기 고정 형태를 이루다가 땅이름으로 정착된다. ‘내건너’, ‘밤나무골’, ‘큰고개’, ‘고개밑’, ‘너른벌’, ‘가장말’, ‘느리비알’ 등의 토박이 땅이름들은 이렇게 해서 나왔다.
땅이름이 형식을 갖추기 전이면 우리 조상들은 이런 식으로 그 ‘어디(장소)’를 말했다. 이것은 뒤에 한자로 표기될 때는 ‘밤나무골’은 ‘율목(栗木)’이 되고 ‘큰고개’는 ‘대현(大峴)’이 되며 ‘고개밑’은 ‘현저(峴低)’가 되고 ‘너른 벌’은 ‘광평(廣坪)’이 된다. 우리 땅이름 중에는 이러한 식으로 생성 과정을 거친 것이 많다.
즉, ‘어느 곳’을 가리키는데, 그것이 ‘어떠한 곳’이라는 지칭 형태를 이루고, 많은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정리된 말로 불림을 받을 때, 이것은 땅이름으로 자리잡는다.
<보기> ‘벌 건너에 있는 마을’→‘벌 건너 마을’→‘건너 마을’→‘건넛마을’→‘건넛말’
경주에 있는 마을 몇 개를 예를 들어 보자.
향교말→교동(校洞) ; 향교가 있다고 해서
도기실(독이실)→도지동(道之洞) ; 돌이 많은 마을. 독(돌)의 실(마을)
성안말→성내동(城內洞) ; 성 안에 있는 마을이어서
참새미→냉천(冷泉) ; 찬 샘이 있어서. (용강동)
탐마→탑동 ; 탑이 있는 마을이라 해서. ‘마’는 ‘마을’의 사투리
소티고개→효현동(孝峴洞) ; 작은 고개의 뜻인 ‘솔티’가 변한 이름
덕골→덕동(德洞) ; ‘큰 마을’의 뜻
말골→마동(馬洞) ; ‘튼 마을’의 뜻
섶덜(섶들)→신평동(薪坪洞) ; 섶이 있는 들
진티→진현동(進峴洞) ; 긴 고개가 있어서. 긴고개→진고개
2. 땅이름의 변화 과정
국토가 변하면 땅이름도 변한다. ‘등마루’가 깎여 평지처럼 되면 이미 이 이름은 사람들 입에서 멀어진다. 근처에 새 마을이 들어서도 그 땅이름은 다시 우리 입으로 돌아오지 않고, 한자 이름인 ‘등촌동(登村洞)’ 식의 이름이 등장한다.
해방된 지 70여 년. 우리 땅도 엄청나게 많이 변했다. 서해안에 많은 간척지가 생겨 해안선이 바뀌고, 산이 평지가 되는가 하면, 새 도시가 들어서 아파트 숲으로 되면서 옛 모습을 찾기 어렵게 되었다. 또 맞닿은 두 고을이 합쳐져 전혀 다른 이름이 나오기도 했다.
(예) ‘동해시(東海市)’(묵호+북평=동해)
특히 우리 토박이 땅이름을 한자로 옮기는 과정에서 옛 이름이 우리 입에서 멀어져 갔다.
3. 땅이름의 생성과 소멸
한자가 보편화되지 않던 신라 초기에는 나라 이름에서부터 임금, 벼슬, 땅, 사람 등의 이름들이 온전히 배달말로 되었었다. 그런데, 서기 6세기 초부터 한자 사용이 본격화됨에 따라 순수한 우리말로 된 갖가지 이름들이 한자말로 바뀌었다.
즉, 22대 지증왕 때에 ‘사로’, ‘서나벌’, ‘서라벌’, ‘서벌’ 등으로 일컬어지던 이름은 ‘서울’이란 이름으로 자리잡게 되었고. ‘서라’라는 이름은 ‘신라(新羅)’라는 이름으로 옮겨갔다.
‘거서한’ ‘니사금’ ‘마립간’(또는 ‘마리한’) 등으로 일컬어지던 왕호는 ‘왕’(王)으로 통일되었다. 이처럼 많은 순수한 우리말 땅이름들이 한자 옷으로 입혀졌다.
예를 들면, 경덕왕 때에 본디 백제 땅의 ‘진악산현(珍岳山縣)‘이나 고구려 땅의 ‘모을동비(毛乙冬非)’ 등의 우리식 땅이름이 ‘석산현(石山縣)’이나 ‘철성군(鐵城郡) 등으로 바뀐 것이다.
‘진악산’은 그 본이름 ‘돍뫼’, ‘돌가뫼(돍아매)’가 ‘돌산’의 뜻이어서 ‘석산(石山)’이 되었고, ‘모을동비’는 그 본이름 ‘털두미’, ‘털동구리(텰동구레)’가 ‘털(텰)’이 ‘철(鐵)’로 소리빌기 한자로 되고, ‘두미’나 ‘구레’는 ‘고을’과 같은 뜻으로 보아 뜻빌기 ‘철성(鐵城)’이 되었다. 이들 땅이름은 뒤에 다시 ‘석성(石城)’(지금의 부여군 석성면)과 ‘철원(鐵原)’이 되었다.
이렇게 되면서 한자로 바뀌어 버린 이러한 이름들 중에는 그 글자 자체로는 뜻을 알기 힘든 땅이름들도 많게 되었다.
땅이름은 지속성과 변화성을 지니지만, 소멸성도 아울러 지니고 있다.
‘새터말’, ‘벌말’, ‘밤나뭇골’ 등의 토박이 땅이름들은 대개 ‘신촌’(新村) ‘평촌(坪村)’, ‘율곡’(栗谷) 등의 한자식 이름으로 바뀌어 버렸다. 새로 태어나는 땅이름들도 ‘성남(城南)’, ‘동해시(東海市)’, ‘왜관7동(倭館七洞)’ 식으로 거의 한자 일색이어서 이젠 토박이 땅이름이 정식 이름이 된 것이 없게 되었다. 행정구역 설정에 따라 지금도 새로운 땅이름들이 계속 생기지만, 우리말을 바탕으로 한 이름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더구나 도로명 중심의 주소 체계로 되면서 조상들이 불러 왔던 우리 땅의 이름들이 거의 불리지 않게 되었다.
4. 잘못 뜻을 풀기 쉬운 땅이름
여기서는 전국에 깔려 있는 땅이름들의 대부분이 우리의 일반 말(언어)의 뿌리를 두고 있는 것 중 대표적인 것을 찾아 예를 들어 보기로 한다.
⓵ 가장자리에 있다고 해서
우리의 땅이름들 중에는 ‘가장자시’의 뜻을 가지고 있는 것이 무척 많다.
물가(수변)나 들가(들 가장자리)에 가장자리에 있는 것들이 이런 땅이름들을 갖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가’, ‘갓’, ‘가재’, ‘가새(가사)’ 등의 이름을 넣고 있음을 본다.
-갓골(邊洞); 대전시 서구 내동
-갓뜸(邊洞); 충남 공주 유구면 초계리
-냇가(川邊); 전남 해남군 해남읍 읍내리
특히 ‘가재울'이라는 땅이름이 많은데, 이 역시 ’가장자리‘의 뜻인 ‘갓(갖)’을 뿌리로 한 이름이다. '가잿골', '가잿말' 등이 있는데, 대개 가재가 많아 그 이름이 붙었다고 말한다. 한자로는 주로 음차(音借)되어 '가좌(佳佐.加佐)'로 표기되고 있다.
-가재목(加佐); 경북 문경시 산북면 가좌리(加佐里)
-가재올(佳材月);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가재월리(佳材月里)
-가재울(佳才); 경기 화성시 팔탄면 가재리(佳才里)
-가재울(加佐);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가좌동(加佐洞)
-가재울(加佐); 경기 이천시 부발읍 가좌리(加佐里)
-가재울(佳佐); 충북 청주시 남이면 가좌리(佳佐里)
가재가 많아 '가재울'이라면 붕어가 많은 곳이면 '붕어골', 새우가 많으면 '새웃골' 같은 이름들도 많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을 봐서는 이런 이름들이 물에 사는 ‘가재’의 뜻을 담고 있다고 확정하기 어렵다.
'가재울', '가잿골' 중에는 ‘가장자리'의 뜻으로 이름 붙은 것이 많다. '갓(갖)'은 '가장자리'의 옛말이어서 물가나 들의 가장자리에 있을 때 이러한 이름이 붙는다. '울'이나 '골'은 '마을'의 뜻. '애' 모음 개입되어 나온 이름이다.
갖+울=갖애울>가재울.
갖+골=갖애골>가재골
‘가장자리’의 뜻을 가진 한자식 이름 중에는 천변(川邊), 변동(邊洞) 식으로 ‘변(邊)’자가 들어간 것이 많다.
② 한쪽으로 쑥 튀어나갔다고 해서
삐죽하게 튀어나간 곳이 '곶'이다. 황해도 서해안의 '장산곶'이나 서울 성동구의 '살곶이' 같은 땅이름의 '곶'도 그런 뜻이겠다.
곶의 안쪽이면 '곶안(高棧)', 곶의 바깥쪽이면 '곶밧'이 된다. '밧'은 '밖'의 옛말. 즉. '곶+안'이 '곶안(고잔)'이 된 것인데, 이러한 땅이름은 서해안 일대에 무척 많다. '곶의 바깥쪽'이란 뜻의 '곶밧'은 경음화(硬音化)하여 '꽃밭'으로도 옮겨갔다. 의역되어 한자식 지명 '화전(花田)'이 되기도 했다.
'곶'은 '꽃'으로 변해 '곶나리', '곶내', '곶마'가 '꽃나리', '꽃내', '꽃마'로 옮겨갔다.
-고잔(高棧); 인천 남구 고잔동(高棧洞)
-고잔(高棧); 경기 안산시 고잔동(高棧洞)
-고잣말(高尺); 경기 이천시 신둔면 고척리(高尺里)
-꽃바테(花田); 경기 화성시 장안면 수촌리 화전(花田)
-꽃밭(花田);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花田洞)
-꽃밭(花田); 충남 예산군 봉산면 화전리(花田里)
-꽃나리(花蝶); 경기 남양주시 퇴계원면 화접리(花蝶里)
-꽃내(花川); 경북 경주시 건천읍 화천리(花川里)
-꽃마(花山); 경북 경주시 천북면 화산리(花山里)
-꽃메(花山); 경기 수원시 장안구 화서동의 화산(花山)
-꽃가름(花洞); 제주도 북제주군 한경면 금등리의 화동(花洞)
③ 구석에 있다고 해서
'구석'의 옛말 또는 방언은 '구억'이다. 이 말의 뿌리말은 '굿'이다. 이 '굿'은 '구시', '구세', '구이(귀)' 들의 말로도 옮겨지면서 많은 관련 땅이름을 이루어 놓았다.
'구석'의 방언 '구억'과 '마을'이란 뜻의 '말'과 합해지면 '꿩말'까지 갈 수 있다.
구억+말>구억말>구엉말>꾸엉말>꿩말
그래서, '구억'이나 '꿩'자가 들어간 땅이름 중에는 '구석의 마을'이란 뜻의 것이 많다.
-구서(久瑞); 부산시 금정구 구서동(久瑞洞)
-구셋골(九水谷); 울산시 울주군 두서면 서하리의 구수곡(九水谷)
-구억말(九億); 경기 평택시 서탄면 장등리의 구억리(九億里)
-구억말(九億); 충남 금산군 제원면 구억리(九億里)
-구억(九億); 서귀포시 대덕면 구억리(九億里)
-궉말(꿩말); 경기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시미리의 궉말
-꿩마(雉洞); 경북 예천군 풍양면 풍신리의 치동(雉洞)
-꿩매(雉山); 전남 영광군 군남면 설매리의 치산(雉山)
-꿩뫼섬(雉島); 전북 부안군 위도면 치도리(雉島里)
④ 늘어져 있거나 넓다고 해서
땅이름에서는 '넓다'는 뜻이 지방에 따라 사투리처럼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한자로 옮겨지는 과정에서는 '넓다'는 뜻과는 전혀 관계없는 쪽으로 옮겨가기도 한다. 즉, '넓다'는 뜻의 '너르'가 음의 변화로 '누르'가 되어 '누렇다'는 뜻으로 간 것도 있고, '노루(獐)'가 된 것도 있으며, '널'로 되어 '날판지'와 같은 뜻으로 간 것도 있다.
또, '널'이 '날'로 되어 '날다'의 뜻으로까지 간 것도 있다.
-날뫼(飛山); 경기 안양시 동안구 비산동(飛山洞)
-너(널)다리(板橋);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板橋洞)
-너른바우(廣石); 경남 진주시 대곡면 광석리(廣石里)
-널기미(板龜尾); 경북 경주시 안강면 두류리의 널기미(板龜尾)
-노루목(獐項); 전북 남원시 산내면 장항리(獐項里)
-누렁구지(黃口池); 경기 평택시 서탄면 황구지리(黃口池里)
-누렁골(黃山); 전남 해남군 현산면 황산리(黃山里)
-누렁골(黃谷); 전북 김제시 금산면 장흥리의 황곡(黃谷)
서울 여의도(汝矣島)는 ‘너벌섬’의 한자식 이름인데, 이 역시 ‘넓음’의 뜻을 담고 있다.
‘넓음’의 뜻을 가진 한자식 이름 중에는 황곡(黃谷), ‘판교(板橋) 식으로 ‘황(黃)’이나 ‘판(板)’자가 들어간 것이 많다.
⑤ 돌이 많다고 해서
'독'은 '독(甕)'일 수도 있지만, '돌(石)'일 수도 있다.
'돌'의 옛말은 '돍'인데, 이것이 '독'으로 되었다가 '항아리'와 관련된 땅이름처럼 보여 지형이 독과 같다든가, 독을 구웠던 곳이라든가 하는 식의 풀이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독'자 땅이름 중에는 '돌' 관련 땅이름이 적지 않다. '돌'의 옛말인 '독(돍)'은 그 뒤에 오는 음에 따라 '동'으로 되기도 하면서 땅이름에선 '동쪽'이란 뜻으로 이끌려 간 것도 있다.
-독고지; 경기 고양시 일산구 산황동의 독고지
-독다리(石橋); 경남 남해군 남면 석교리(石橋里)
-독섬(獨島); 동해의 독도(獨島)
-독실(甕谷); 경북 안동시 서후면 성곡리의 옹곡(甕谷)
-독우물(甕井); 경기 김포시 통진면 옹정리(甕井里)
-밧독재(外甕峙); 강원 속초시 외옹치(外甕峙)
-동몰(東村); 전남 완도군 청산면 동촌리(東村里)
-동매(東梅); 경남 하동군 악양면 동매리(東梅里)
-동매(獨山); 경북 경주시 황성동의 독산(獨山)
‘돌’의 뜻을 가진 한자식 이름 중에는 석산(石山), ‘옹곡(甕谷) 식으로 ‘석(石)’이나 ‘옹(翁)’자가 들어간 것이 많다.
⑥ ‘산’의 옛말 ‘매(뫼)가 들어간 이름
'산이 매(鷹)처럼 생겼다', '산에서 매 사냥을 했다', '매처럼 생긴 바위가 있다.'
이런 얘기와는 달리 '산'의 옛말이 '메(뫼)'이므로 '매산', '매봉', '매봉산'이 되고 이것이 한자로 옮겨져 '응산(鷹山)', '응봉(鷹峰)', '응봉산(鷹峰山)'이 된 경우가 많다.
-매봉(鷹峰); 강원 인제군과 양구군 사이 매봉(응봉.鷹峰)
-매봉(鷹峰); 경기 가평군 상면의 매봉(응봉.鷹峰)
-매봉산(鷹峰山); 경북 청송군 부남면의 응봉산(鷹峰山)
-매산등(鷹山); 전북 장수군 산서면 학선리의 응산(鷹山)
'모래재', '모래말(모랫말)', '모라' 등을 보고 모래가 많아 나온 이름이라고 하지만, '모래' 또는 '모라'는 '산(山)'의 옛말인 '몰(말)'에서 나온 경우가 많고 '모래'와는 관련 없는 것이 많다. 이것이 그 다음에 오는 옛 소유격 조가 '애(아)가 오면 '모래', '모라'가 된다.
몰+내=몰애내>모래내
'몰'이 '모래'로 되면서 뜻빌기로 '모래사(沙)'자가 취해지기도 하고, '모라(毛羅)'로 취음되기도 했다.
-모라(毛羅); 부산 사상구 모라동(毛羅洞)
-모래내(沙川);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의 사천(沙川)
-모래논; 경기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윗툭골의 모래논
-모래말(沙村); 경기 양주시 남면 구암리의 사촌(沙村)
-모래촌(沙村); 전남 강진군 신전면 사촌리(沙村里)
-모래골(沙谷); 충북 음성군 감곡면 사곡리(沙谷里)
-모래고개(沙峴); 충남 서산시 운산면 갈산리 사현(沙峴)
산의 꼭대기를 ‘수리’라고 한다. 그해서 ‘수리산’, ‘수리뫼’처럼 ‘수리’를 단 것이 많다.
또 이것이 엉뚱하게 ‘수레’로 되면서 이 말이 들어간 이름들도 적지 않다.
‘산’이나 ‘봉우리’의 뜻을 가진 한자식 이름 중에는 ‘남산(南山), ‘응봉(鷹峯)’ 식으로 ‘산(山)’이나 ‘응(鷹), ’봉(峰,峯)자가 들어간 것이 많다. ‘사(沙)’자가 들어간 이름 중에도 ‘몰-모리’라는 ‘산’의 옛말이 ‘모래’로 변하면서 ‘사(沙)’자로 취해진 것이 적지 않은 것이다. ‘수리’가 ‘수레’로 되면서 ‘수레차(車)’자가 들어간 이름들이 있다. 충남에 있는 차령(車嶺)은 ‘수레재’의 한자식 이름인데, 원래 산마루의 뜻인 ‘수리재’이다.
월출산(月出山), 월악산(月岳山) 등에서의 ‘월(月)’은 '달'(=땅, 산)을 의역(뜻옮김)한 것으로, ‘산(山)’의 의미를 포합하고 있다.
⑦ 벼랑이 있거나 비탈인 크게 진 곳이라 해서
땅이름에 '벼루'자가 들어가면 땅모양이 '벼루'처럼 생겨서 나온 이름이라 한다.
그러나 그런 이름 중에는 '벼랑'의 뜻에서 나온 것이 무척 많다. '벼랑'의 옛말은 '볃', '별'인데, 이 말이 '벼래'로도 가고, '벼루'로도 갔다.
-벼루말(硯村); 서울 노원구 월계동의 연촌(硯村)
-꽃벼루(花硯); 강원 정선군 북면 여량리의 화연(花硯)
-밤벼루(栗峴); 강원 횡성군 유천면 두곡리의 율현(栗峴)
-벼루재(硯峙); 경기 이천시 신둔면 지석리의 벼루재와 벼루재들
-벼루박달(硯朴); 충북 제천시 봉양면 연박리(硯朴里)
'벼랑'이라는 뜻의 '벼루'와 '고개'가 합쳐져 '벼루고개'가 되고, 다시 '벼룩고개'가 되어 '벼룩'과 관련된 땅이름처럼 되기도 한다. 또, '벼랑'의 옛말이 '별'이어서 땅이름에선 '벼랑'의 뜻이 그대로 '별'로 되어 한자로 '별성(星)'자로 옮겨가기도 했다.
-벼룩고개; 전북 순창군 유동면 창신리의 벼리고개(비리고개)
-벼룩뿌리;(별유불) 충남 예산군 예산읍 주교리의 벼룩뿌리
-벼룻질(길); 전북 장수군 천천면 연평리의 벼룻질
-별고개; 경기 남양주시 별내면 용암리의 별고개
-별말(星村); 경기 남양주시 진건읍 용정리의 별말(星村)
-별재(星峴); 경기 가평군 설악면 설곡리의 별재(星峴)
-별태(星谷); 경북 영주시 장수면 성곡리(星谷里)
-별티재(星峴);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현리(星峴里)
강원도 정선 고을은 너무도 험한 산악지대. 고을에 부임해 오는 현감마다 힘들어했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산굽잇길을 돌다 보면 절로 한숨이 났을 것이다.
그 현감을 따라오던 부인마저 이렇게 탄식을 했단다.
‘아질아질 꽃베루 / 지루하다 성마령 / 지옥 같은 이 정선을 / 누굴 따라 여기 왔나? /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 주게.'
베루는 벼랑이란 뜻의 강원도 사투리
정선 고을에 들어와 선정을 베풀었다는 오 현감의 부인이 꽃베루와 성마령(星摩嶺)을 넘으며 지루함을 달래느라고 불렀다는 이 노래가 정선아리랑의 하나로 남았으니 그 민요가 왜 구슬픈지를 알 만도 하다. 산이 많고 골이 길어 들어올 때는 울지만, 오래 살다 보면 정이 들고 아늑해서 웃고 산다는 고장. 연암 박지원(朴趾源·1737-1805)이 그의 작품 양반전에서도 산간벽지로 그린 강원도 정선이다.
그래서 정선 읍내 중심에서 하늘을 보니 그 넓이가 겨우 15평이란다. 일제 때 철도 부설로 언덕을 깎아 하늘이 한두 평 더 넓어 보인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이런 얘기가 있다.
오 현감과 함께 가마를 타고 꽃베루재를 넘던 부인이 너무나 지루해 탄식을 하자, 그것을 보다 못한 현감이 나졸들에게 물었다.
“고을이 아직 멀었느냐?”
아직 한참 더 가야 하는 것을 알지만 나졸들은 이렇게 대답한다.
“조금만 더 가시면 되옵니다”
그러나 한참을 더 가도 아직까지 깊은 산골짜기.
“저 산베루만 돌아들면 되겠지?”
산베루를 돌아들어도 계속 벼룻길. 현감은 아예 머리를 밖에 내놓지 않고 물었다.
“아직 산베루는 안 끝났나?”
“예, 산베루는 곧 끝나요.”
이젠 현감이 묻기도 전에 나졸들은 계속 외쳐댔다.
“곧 베루가 끝나요.”
“곧 베루가 끝나요.”
이렇게 해서 ‘곧베루’란 땅이름이 나오고, 이것이 꼿베루, 꽃벼루가 되었단다. 지금의 정선군 북면 여량리의 한 지명 화연(花硯)은 이 꽃베루(꽃벼루)를 한자로 옮긴 것이다.
베루는 벼랑이란 뜻의 강원도 사투리로서, 이곳에선 산굽잇길, 산기슭길의 뜻으로도 쓰인다. 곧베루의 ‘곧’은 가도 가도 끝없다는 뜻의 강원도 방언이기도 해서, 곧베루는 ‘매우 긴 산굽잇길’의 뜻이 되기도 하니, 나졸들은 이 뜻을 잘 모르는 현감에게 일부러 이 말을 써서 변명할 소지를 남겼는지도 모른다.
낭떠러지의 험한 언덕을 ‘벼랑’이라고 한다. 물가의 위험스러운 벼랑을 벼루라 하고, 이런 곳에 난 길을 벼룻길이라 한다. 벼랑, 벼루의 ‘별’은 더 거슬러 올라가면 머리, 또는 산의 뜻인 ‘볃’, ‘받’이 된다.
벼랑, 벼루의 사투리는 무척 많다. 베랑, 베랑체, 베렝이, 베레이, 베리, 베아리, 비랑, 비렝, 비렝이, 비렁이, 비량, 비낭, 빈냥, 비양, 비앙, 빈장, 베루, 벼락, 베락, 베락체, 베락창, 비락체, 비럭, 비룩 등.
비슷한 말에 비탈이 있는데, 이것의 사투리는 비탁, 비알 등이다. 비탈은 ‘빗(斜)’과 ‘달(地)’이 합쳐 이루어진 빗달이 변한 말로, ‘빗’은 ‘볃’(받=山. 頭)에서 나온 말로 보고 있다.
이 ‘빗’은 기울거나 어긋남을 뜻하기도 해서 비뚜로, 비키다, 비스듬하다, 비슷하다, 빗장, 비틀비틀 등의 관련 낱말들이 나오게 했다. 접두사로서의 ‘빗’은 빗근길(경사진 길), 빗금(비스듬히 그은 금), 빗꺾다(엇비슷하게 꺾다), 빗나가다, 빗듣다(틀리게 듣다), 빗디디다(잘못 디디다), 빗뜨다(눈망울을 옆으로 굴려서 뜨다), 빗맞다(잘못 맞다), 빗보다(틀리게 보다), 빗서다(방향을 좀 틀어서 서다) 등의 말을 이루게도 했다.
·고히 곧고 누니 빗도다(鼻直眼橫=코가 곧고 눈이 비뚤다) <금강경삼가해·권2.11>
·빗근 남ᄀᆞᆯ(干彼橫木) <용비어천가 86장>
·빗근길 사(斜)(비탈진 길) <역어유해 상6>
벼랑의 뜻은 옛 땅이름에도 많아 비스듬하다, 비탈, 벼랑 등의 뜻을 가진 말은 산이 많은 이 나라의 땅이름에 두루 쓰일 수 있어서 많은 관련 지명들이 곳곳에 깔리게 했다. 옛 땅이름 중에도 이러한 뜻이 들어간 것이 적지 않다. 고구려 때 평진현(平珍峴·강원도 통천군 속현)은 벼랑고개의 뜻인 별재로 유추되고 있다. 역시 당시 지명인 비례홀(比例忽. 淺城·함남 덕원군)도 벼랑골의 뜻인 비래골이 원이름일 것으로 보고 있다.
비탈골로 유추되는 비달홀(非達忽·압록수 이북 미강성-未降城), 빗벌로 유추되는 비화(比火·경북 경주 안강읍) 등도 있다. 충남 서천군 비인면의 옛 땅이름 비중(比衆), 전 충남 회덕군이며 지금의 대전시 일부로 들어간 우술(雨述·뒤에 比豊)도 각각 빗골, 빗수리(또는 붇수리)로 유추된다.
전북 전주시의 옛이름은 비사벌(比斯伐.比自火)인데, 이를 양지쪽 들의 뜻으로 해석하는 이도 있으나, 이것 역시 언덕이 진 벌, 널리 퍼진 벌의 뜻일 가능성도 있다. 경북 성주군의 통일신라 때 이름은 벽진(碧珍)군으로, 이 역시 벼랑의 뜻인 별의 소리빌기로 보고 있다. 벽에서 ㄱ을 뗀 벼에 돌(珍)의 ㄹ을 받침으로 붙여 별을 이두식으로 표기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밖에도 나픈별(높은 벼랑), 독별(돌 벼랑)이 원이름일 것으로 보이는 난은별(難隱別·경기 파주시 적성면), 옹천(甕遷·황해 옹진군) 등의 고구려 때 지명이 있다.
벼랑이 한자식 땅이름에서 별(星), 보리(麥) 등 한자로는 여러 글자로 나타나지만, 벼랑이나 비탈의 뜻은 그대로 지닌다. 조선시대 정약용의 <아언각비>나 노사신 등의 <동국여지승람>을 보면 벼루를 천(遷) 자로 취했음을 알려준다.
·천遷(벼로. 벼랑. 병애)이란, 물이 양쪽 산골에서 나와 그 양쪽 언덕에 임박하는 길을 말하는데,…천(遷)을 방언으로는 벼로(別吾)라고 한다(水出兩狹中,其兩厓水之路…遷方言別吾) <아언각비 권2>
도미천은 7~8리나 얽힌 돌길이며, 신라 방언으로 물가의 언덕으로 돌이 많은 길을 천(遷)이라 한다.(渡迷遷...石路索紆七八里新羅方言 多以水崖石路稱遷) <동국여지승람 여주 산천조>
은성천과 문경천이 합치는 경북 문경 마성면 신현리의 물가 벼랑을 ‘팃재이(톳재이)배리’라고 하는데, 한자로는 토천(兎遷) 또는 곶갑(串岬)이라 하면서 다음과 같은 전설을 전해 주고 있다(톳재이는 토끼란 뜻의 사투리).
고려 태조가 신라를 치러 가는데, 벼랑길에 막혀 어찌할 줄 모르는 중에 산토끼가 벼랑 위를 지나는 것을 보고 그 토끼를 따라 길을 찾았다. 토끼가 알려 준 벼랑이니 토천(兎遷)이 된다. <동국여지승람>
이 책에서는 이밖에도 견천(犬遷·경남 합천군), 와천(瓦遷·평북 창성군), 동천(銅遷·함남 갑산군) 등의 천(遷) 자 지명을 보여 주고 있다.
이처럼 ‘벼랑’이나 ‘비탈’의 뜻을 가진 한자 지명 중에는 성산(星山), 성곡(星谷) 등의 ‘성(星)’, 횡성(橫城)의 ‘횡곡(橫谷)’ 등의 ‘횡(橫)’ 등의 글자가 들어간 것이 많다.
⑧ 사이(가운데)에 있다고 해서
'샘말'이란 땅이름이 많다. '샘'과 관련짓기 쉬운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새(사이)+말+샛말>샌말>샘말
'사이의 마을'이란 뜻이 이렇게 '샘이 있는 마을'이란 뜻처럼 옮겨갔다. 이런 과정으로 '샘말'이 되었으면서도 한자로는 대개 '샘천(泉)'자가 취해져 더욱 뜻의 혼란을 낳는다.
-샘말; 서울 도봉구 방학동의 샘말
-샘말(間村); 경기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의 간촌(間村)
-샘마루(泉旨); 경북 안동시 길안면 천지리(泉旨里)
-샘마(泉里); 경북 예천군 호명면 금릉리의 천리(泉里)
'싯'은 '골짜기'의 옛말인데, '골짜기 사이의 내'의 뜻인 '싯내'가 '쉰내'로 되었다가 '쉰'이 '오십(五十)'으로 되어 강원도의 '오십천(五十川)'과 같은 이름이 나오기도 했다. 물굽이가 50 군데, 물여울이 50 곳, … 등의 풀이는 글자에 빠져 잘못 해석한 결과로 보인다.
'새'가 '쇠'로 옮겨가 한자의 '금(金)', '철(鐵)'자로 취해진 땅이름을 많이 볼 수 있다.
'새'는 '사이'의 뜻이기도 하고, '새로움'의 뜻이기도 한데, 이것이 '쇠'의 음으로 옮겨가는 바람에 쇠가 났던 곳이라거나, 쇠가 날 곳이라는 등의 해석을 낳게도 만들었다.
'새'가 '쇠'로 되면서 '쇠머리', '쇠꼬리' 같은 낱말에서의 '쇠'처럼 '소(牛)'의 뜻으로 가기도 해서 그와 관련된 뜻으로 생각하게 된 땅이름도 많다.
-쇠골(金谷); 인천 서구 금곡동(전 김포 검단면 일부)
-쇠말(金村); 경기 파주시 금촌읍 금촌리(金村里)
-쇳골(鐵谷); 강원 양구군 양구읍 웅진리의 철곡(鐵谷)
-쇳재(鐵嶺); 경북 청송군 안덕면 신성리의 철령(鐵嶺)
-쇠실(金谷); 경북 상주시 함창읍 금곡리(金谷里),
-쇠실(金谷); 충북 영동군 용산면 금곡리(金谷里)
-쇠터(金垈); 경기 가평군 가평읍 금대리(金垈里)
-쇠골(牛洞); 전북 김제시 금구면 하신리의 쇠골(牛洞)
-쇠내(牛川); 충북 영동군 황간면 우천리(牛川里)
-쇠묵(牛項); 충남 논산시 가야곡면 중산리의 쇠묵(牛項)
-쇠일(牛谷); 경기 이천시 백사면 우곡리(牛谷里)
-쇠재(牛峙); 강원 영월군 수주면 도원리의 쇠재(牛峙)
‘사이’나 ‘가운데’의 뜻을 가진 한자 지명 중에는 ‘간촌(間村)’, ‘간곡(間谷)’ 등의 ‘간(間)’, ‘새(사이)’가 ‘쇠(소)’로 변하면서 된 ‘금촌(金村)’, ‘금곡(金谷)’ 등의 ‘금(金)’, ‘우곡(牛谷)’, ‘우촌(牛村)’ 등의 ‘우(牛)’, ‘샛말’이 ‘샘말’로 변하면서 한자화한 ‘천리(泉里)’, ‘천촌(泉村)’의 ‘천(泉)’, 그리고 ‘중(中)’, ‘간(間)’ 등이 들어간 것이 있다.
문경 새재로 알려진 조령(鳥嶺)은 ‘새재’의 한자식 이름인데, 이 역시 사이(새)의 뜻을 담고 있는 이름으로 보고 있다.
⑧ 물과 관련된 이름들
‘물’과 관련된 땅이름이 무척 많다. 그래서 ‘물’자가 들어간 땅이름이나 이의 옛말인 ‘뭇’, ‘무시’, ‘무수’ 등이 들어건 땅이름들도 많다.
전국에 많이 보이는 ‘물골’, ‘물말’, ‘무수막’, ‘무시막’. ‘무쇠막’, ‘뭇막’ 등이 그러한 이름들이다.
물이 도는 곳에는 ‘물돌이(무돌이)’ 같은 이름들이 나왔고, ‘돈다(回)’는 뜻이 담긴 ‘도래말’, ‘돌내’ 같은 이름도 나왔다.
‘물말’이나 ‘물골’은 한자로 ‘수촌(水村)’이나 ‘수곡(水谷)’이 된 것이 많다.
‘무수막’, ‘무시막’. ‘무쇠막’, ‘뭇막’ 등의 이름은 ‘물’의 옛말인 ‘뭇’이 바탕이 된 이름이다.
강원도 원주의 문막(文幕)은 원래 ‘뭇막’, ‘뭇으막’이 ‘문막’으로 불리다가 소리빌기로 한자가 옯겨간 경우다.
‘석계(石溪)’를 ‘돌내’로 뜻옮김하여 ‘돌’과 연관지어 뜻을 풀기도 하지만, 이 중에는 물이 돈다고 하여 ‘돌내’로 된 것이 많다.
경기도 양평에 있는 ‘두물머리’는 한자로 ‘양수(兩水)’가 되었는데, 이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쳐져서 나온 이름이다.
우리말에서 물줄기가 합쳐지는 곳을 일컫는 명칭은 다양하다. 그러나 ‘아우라지’ 이외에는 모두 땅이름에서 나타날 뿐 국어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다.
합수목(合水목)은 두 갈래 이상의 물이 한데 모이는 물목을 말하고, 합수머리(合水머리) 역시 두 갈래 이상의 물이 한데 모이는 곳의 가장자리를 말한다.
‘아우내’, ‘아우라지’ 등도 ‘물이 어울어짐’의 뜻이 들어간 이름이다. 충남 천안의 아우내는 한자로 ‘병천(竝川)’으로 한자 의미상으로도 ‘어우러짐’의 뜻이 들어가 있다.
경기도 파주의 교하(交河)의 옛이름은 어을매(於乙買). 여기서의 ‘매’는 ‘물’을 뜻하는데, 한강과 임진강이 어울어진 곳이어서 붙은 이름이다. ‘교하’라는 이름도 같은 뜻을 지니고 있다.
나루가 있는 곳에는 우리말로 ‘~나루’, ‘~개’ 식의 이름들이 붙는다. 이것이 한자로 표기될 때는 ‘~진(津,鎭)’ 또는 ‘~포(浦)’의 이름이 붙는다.
서울의 버들고지나루는 한자로 ‘양화진(楊花津)’이 되었고, 삼개는 ‘미포(麻浦)’가 되었다.
⑨ 고개와 관련된 이름들
우리 나라는 산이 많고 고개가 많아 이와 관련한 이름이 아주 많다. 이런 이름들은 대개 후부 요소가 ‘~고개’, ‘~재’, ‘~치’로 된다.
‘령(嶺)’은 산꼭대기의 고개로, 산맥의 경계점을 이룬다. 규모가 크거나 통행이 많는 지역을 나타낸다. 지역간 통행의 중요한 통로를 형성하고 대개는 일찍부터 군사 요지로 지목되었다. ‘관(關)’도 거의 ‘영(령)’과 같은 개념으로 보지만, 대관령(大關嶺)처럼 군사적 요지라는 의미가 포함되기도 한다.
특히 백두대간(白頭大幹)의 큰 산줄기에 ‘~령’이 붙은 고개들이 많은데 이를 기준으로 하여 영동(嶺東), 영남(嶺南), 관북(關北), 관서(關西) 같은 지역 이름이 나왔다.
‘재’는 넘어 다니도록 길이 나 있는 높은 산의 고개로, 큰 산맥 사이 또는 왕래가 빈번한 곳이다. 피재, 바람재, 싸리재, 구름재 등이 그것이다.
‘치(峙)’는 위로 올라간다는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
‘고개’는 산등성이의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의 낮은 안부를 말한다. 즉, 산마루가 움푹 들어간 곳에 길이 난 곳이다.
‘치’가 들어간 것에는 한치, 설머치 등의 이름이 있고, ‘고개’가 들어간 이름에는 ‘애오개(애고개)’, ‘큰고개’, ‘바위고개’, ‘독고개’, ‘가막고개’ 등 수도 없이 많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兒峴,阿峴)의 원래 이름은 '애고개'인데, 이 역시 ‘작은 고개’란 뜻이다. 옆에 큰고개(만리동 고개)에 비해서 작은 고개란 뜻으로 생긴 이름이다.
5. 우리말의 곳집 땅이름을 잘 살려야
이와 같이 우리 주위의 많은 땅이름들은 토박이 우리말을 바탕으로 한 것이 많다.
우리말 땅이름이 한자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주로 뜻빌기(의역)와 소리빌기(음역)의 과정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이러한 과정을 알아 땅이름의 원뜻을 밝히는 데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땅이름의 생성 과정을 잘 모르고 현재 나타나 보이는 글자 그대로 풀어 해석하는 이들이 있어 안타까움을 안겨 주고 있다.
설펴본 바와 겉이 우리의 땅이름 속에는 우리말이 깊이 배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외국에서는 별로 볼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러기에 땅이름은 우리의 얼이 배인 좋은 문화적 유산이다.
이 무형(無形)의 정신적 유산, 우리는 지금이라도 잘 가꾸고 길이 보존하여 우리 후손들에게 잘 물려 주어야 할 것이다. ///
배 우 리
- 국토교통부 국가지명위원(전)
- 한국땅이름학회 명예회장
<지은 이름들> 위례신도시 등 신도시 이름
압구정로데오역 등 역이름
미사대교 등 교량, 터널, 공원이름
(일반) 하나은행, 한솔제지 등
<전>
-서울대학교 고운이름 자랑하기 심사위원 (81~83년)
-1980년대 초부터 지명(땅이름) 연구 활동 (84년 한국땅이름학회 창립. 회장 역임)
-서울시 교통연수원 교수 (88.8~현재까지 근 20년간 근속) ※ 최근 사직
-1997년부터 도로명 제정 작업. 지방 단체 추진 길이름 제정 및 자문 (행정자치부 추진)
-1970년부터 이름짓기 활동 (상호-인명) 실적 1만 여 개 (하나은행, 한솔제지, 웅진그룹 등 작명)
-연세대학교 사회교육원 '땅이름 연구' 과정 주임(전)
-국토지리정보원 중앙지명위원 (전)
-한국땅이름학회 명예회장 (현재)
<저서>
‘고운이름 한글이름’(1984.4.10) -해냄
‘지명 유래집’ (공저) (1987.12.16) -국립지리원
‘아버지의 한마디’(공저) (1987.12.25) -집현전
‘과천 향토사’ (지명 분야)’ (1993.12.16) -과천문화원
‘연천 향토사’ (지명 분야 감수) (1995.12) -연천문화원
‘담양고을 땅이름’ (2001.10.30) -담양문화원
‘땅이야기’(1996.1.31) -한국토지공사
‘우리 땅이름의 뿌리를 찾아서’① (1994.4.25) -토담
‘우리 땅이름의 뿌리를 찾아서’② (1994.5.25) -토담
‘사전따로 말따로’(1994.11.5) -토담
‘글동산 말동네’(1996.5.18) -해난터
‘배우리의 땅이름 연구’(1997.9.5) -연세대 사회교육원 땅이름 연구반
‘내고향 문화유산을 찾아서’(예언성 땅이름 부분) (1998.12.20) -한국토지공사
‘배우리의 땅이름 기행(2006.3.10) -이가서
‘고운말우리말 고운이름 한글이름(2006.10.18.)-자유로운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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