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0500 우리말 기고 15매 새벗 우리말 교실 `옛사람 이름 `간난 `아지
옛 할머니들 이름
"김간난씨 연락 왔습니다. 전화 받으십시오."
안내자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몇몇 할머니들이 뒤질세라 전화기 앞으로 달려갔다.
"김간난 여기 있수. 그 전화통 이리 주우."
"김간난은 나유. 나한테 온 전환가베유. 내가 받을께유."
전화기 앞에서는 예기치 않은 수화기 빼앗기 싸움이 벌어졌다. 각 할머니들은 자기가 '김간난'이라며 서로 전화를 받겠다는 것이다. 여러 해 전, 방송국 '이산(흩어진) 가족 찾기' 현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김간난'이란 이름은 옛날 할머니들에게 너무너무 많은 이름이다.
'갓낳은'의 뜻을 담은 '갓난'을 소리나는 대로 적은 것이 '간난'이다.
옛날엔 딸을 낳으면 이름도 안 지어 주는 수도 많았다. 그래서, 그러한 이름답지 않은 이름의 생겨난 것이다.
'음전'이란 이름도 있는데, 이것은 '얌전하다'의 '얌전'을 한자로 음을 따서 적은 것이다. 그냥 '아기'란 뜻의 '애기', '아지'란 이름도 있고, '예쁜이'라는 뜻의 '여분', '이분', '입분'이란 이름도 있다.
'큰 딸', '작은 딸'이라는 뜻의 '근년', '자근년'도 있고, 부엌에서 났다고 '복녀(부엌녀)'라는 이름도 있다.
딸 많이 있는 집안에 '고만', '구만'이란 이름도 있는데, 이것은 딸을 그만 낳으라고 '그만'의 뜻을 담은 것이다. '막려', '막내', '마금', '막음', '달마금'등의 이름도 있는데, 이것은 '막음(그만 낳음)'의 뜻이 들어간 이름들이다. '달마금'은 '딸 막음', 즉 딸을 막는다(낳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순이(도순이)'란 이름은 또 딸을 낳았다고 실망해서 기분대로 이름을 지은 것이다.
옛 사람들은 왜 이렇게도 딸 낳는 것을 싫어했을까? /// (글. 배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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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0200 70우리말 기고 15매 기고 새벗 우리말 교실 `간난이(갓난이)
갓난이와 간난이
'갓 낳은 아이'의 뜻을 가진 말
'갓'은 '가시(여자)'의 뜻이 되기도 하고
한이네 반에선 겨울 방학 과제로 각자 '우리 집 뿌리찾기'에 관한 것을 조사해 오기로 했다. 그 뿌리찾기에는 자기의 할아버지-할머니 이름도 적어 오기로 했다. 증조-고조대의 할아버지-할머니 이름도 알면 모두 적어 오기로 했다.
개학날이 되어, 아이들이 해 온 것을 정리해 본 선생님은 할아버지-할머니 이름들 중에 비교적 흔한 것을 칠판에 적으셨다.
*간난;11명
*언년;7명
*아지;6명
*아기;3명
아이들은 '간난'이란 이름이 왜 그렇게 많은지, 그것이 궁금했다. 선생님이 이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셨다.
"옛날에는 딸아기를 낳으면 이름도 지어 주지 않고 있는 경우가 많았지. 그러나, 이름은 불러야 하니까 어떻게 했겠니? 그냥 '아기'로 부른 거야. 그러다 보니까 그것이 그냥 이름이 돼 버린 수가 많았거든. '아기'를 '아지'라고도 했는데, 그러다 보니까 이름이 '아기'나 '아지'로 된 거야."
"그러면, 선생님. '간난'이란 이름도 '아기'란 뜻인가요?"
슬이가 물었다
"간난'이란 이름도 '아기'라는 뜻과 같지. 이 이름은 이렇게 되어 나온 이름이거든."
선생님은 칠판에 이렇게 적으셨다.
갓 낳은 이>갓난이>간난이(간난)
"이러한 과정으로 '간난-간난이'란 이름이 나온 것인데, 여기서, '갓'은 '새로'의 뜻이니까 이 이름도 '아기'란 이름과 거의 다를 게 없지."
선생님의 설명은 계속되었다.
"그래서 옛날 여자들 이름에 이러한 이름들이 많게 된 건데, 아들을 낳는 경우는 좀 달라서 이름을 지어 주었기 때문에 '아기'와 같은 할아버지 이름은 별로 볼 수가 없는 거야."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 그러면 '언년'이란 이름도 '아기'란 뜻인가요?"
한이가 벌떡 일어서서 물었다.
"그건 아니지. 선생님도 확실히는 모르겠는데, '언년'이라는 이름은 원래 '엇년'이란 이름에서 나왔다고 들었다. 아들 낳기를 기대했는데, 아들이 아닌 딸을 낳았다고, 생각이 어긋났다는 뜻으로 '엇'을 넣었고, '딸'이라는 뜻의 '년'을 넣어 '엇년'이란 이름이 되었다는 거야."
이 설명을 가만히 듣고 있던 보람이는 그 때서야 생각난다는 듯이 일어서서 말했다.
"저희 증조할머니 이름이 '구달'이거든요. 그런데, 원래는 '끝딸'이었대요. 그 '끝딸'이라는 이름을 한자로 올리는데, 그 소리와 비슷한 '구달'로 호적에 오르게 됐다고 들었어요. 딸을 그만 낳으라고 '끝딸'이라고 지었다는데, 또 딸을 낳았대거든요."
또 다른 아이가 말을 했다.
"저도 이번 숙제 때문에 알았는데요, 우리 고조할머니는 '막례'래요. 아버지가 말씀을 해 주시던데요, 이 이름도 딸을 그만 낳으라는 뜻으로 '막내'라고 지은 거래요."
여기까지 듣고 계시던 선생님이 설명을 보태셨다.
"아들낳기를 원하는 여자 이름은 그 외에도 무척 많단다. 딸 그만 낳으라고 '구만'이란 이름도 있고, '마기'나 '막둥이' 같은 이름도 있지. '구만'은 '그만'이란 뜻이고, '마기'는 '막이' 즉 '막는다'의 뜻을 갖고 있는 거야."
선생님의 설명을 열심히 듣던 채운이가 이 말을 받아 일어서서 말했다
"저의 증조모님은 '아지'이고, 큰증조모님은 '대아지'래요."
"대아지? '돼지'란 이름을 그렇게 적었을까?"
선생님이 물었다
"그게 아니구요. 원래 '아기'란 뜻의 '아지'였는데요, 또 아기가 태어나서 그 아기가 '아지'가 되고, 먼저 아기였던 큰증조모님은 '큰아기'가 되었다가 '큰'이 한자로 '대(大)'가 돼서 '아지'와 '대'가 합해 '대아지'가 되었대요."
"큰아긴데 '대아지'라? 그런데, 꼭 '돼지'란 이름으로 들리는구나."
아이들이 까르르 웃어 댔다.
옛 여자들 이름에는 '언년'도 많고, '아지'도 많지만, 가장 많은 것은 '간난'이다.
'간난'이란 이름에서 '갓난'은 '갓난'이 변한 것이고, '갓난'은 '갓낳은'이 줄어 된 것이다.
'갓'이란 말은 '새로' 또는 '처음'의 뜻을 갖는 말이다.
그래서, 새로 시집을 왔다고 하면 '갓 시집왔다'고 하고, 점심을 방금 먹었다는 뜻으로 말할 때는 '점점심을 갓 먹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또 스무 살 이상으로 10의 배수(20,30,40,……) 되는 나이를 말할 때는 '갓'을 앞에 붙여 말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갓 스물'이라고 한다면, '이제 막 스무 살이 되었다'는 뜻으로 말한 것이다.
'갓'이란 말은 많은 친척말을 이루어 놓았다.
'갓발기'란 옛말이 있는데, 이 말은 '막 밝을 무렵' 즉 '새벽'을 일컫는 말이다. '새로'란 뜻의 '갓'과 '밝은 때'란 뜻의 '밝이'가 합해서 된 이 말은 옛날에는 흔히 썼던 말이었으나, 지금은 '새벽'이란 말에 밀려 사라지고 말았다.
'부부'란 뜻의 옛말은 '가시버시'이다. '갓'이 '가시'로 되면서 이 말이 나왔는데, '새로 두 벗이 짝지음'을 나타낸 말이다. '새로'의 뜻의 '가시'는 또 다음과 같은 여러 말을 이루어 놓았다.
*가시아비;장인(아내의 아버지)
*가시어미;장모(아내의 어머니)
*가시집;처갓집(아내의 친정집)
*가시할아비;장조부(아내의 할아버지)
*가시할미;장조모(아내의 할머니)
그러고 보면, '갓'은 '가시'로 옮겨가면서 또 다른 뜻인 '갓 시집 온 사람'의 뜻을 만들어 놓은 셈이다. '시집 간 여자'의 뜻을 갖는 '가시'는 나중에는 그냥 '여자'의 뜻으로도 되었다가 '가시내'라는 또 하나의 낱말(사투리)을 만들어 놓았다.
'간난이'란 이름이 나오게 만든 '갓'은 친척말이 이처럼 많다. ///
950400 70우리말 기고 15매 기고 새벗 우리말 교실 `마루치 `아라치
마루치와 아라치 '지-치'는 '사람'의 뜻을 가진 말 '거지'의 '지'나 '벼슬아치'의 '치'도 똑같은 말
오늘은 봄이네가 장승배기 마을에서 모래내라는 마을로 이사를 하는 날이다. 봄이네 집안 식구들은 한쪽에선 짐을 싸느라 또 한쪽에선 짐을 밖으로 내 놓느라 그리고 또 한쪽에선 짐을 싣느라 모두가 분주한 모습이었다. 봄이 언니는 이층에서 책들을 챙기고 있었다. 봄이는 어제 이미 자신의 책이나 가져갈 물건들을 모두 추려서 상자 안에 정리해 놓은 상태여서 언니의 일이나 도와 줄까 하고 이층으로 올라갔다. 온 방에 책이 가득 널려 있었다. 그런데, 책을 챙기던 언니는 갑자기 일을 하다 말고 옛날 일기장 갈피 속에 끼워져 있던 어떤 광고 쪽지 같은 것을 열심히 들여다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언니, 뭐야?" "책을 추리다 보니까 옛날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본 만화 영화의 팜플렛이 나오지 않겠니. 그래서……" "짐 싸다 말고 그건 왜 들여다보고 있어?" "이번 이사 가는 기회에 필요 없는 것은 모두 버리고 갈 작정이거든. 이런 팜플렛 같은 것은 어떻게 할까 생각 중이야." 봄이는 언니가 보고 있는 그 팜플렛을 보았다. 만화 영화의 제목이 크게 들어왔다. '마루치와 아라치' 제목이 특이했다. 무슨 뜻일까? "마루치? 언니, 마루치가 뭐야? '며루치'의 사투리야?" "호홋, 며루치? 아 참, 그러구보니 이제 생각나는데, 이 영화에서도 네가 물은 그런 물음이 한번 나왔었어. '네가 그 며루치란 놈이냐' 이렇게 묻는 대목이 있었거든. 그런데, 그건 아니구 '마루치'는 '으뜸이 되는 사람'의 뜻이래. '치'는 '사람'의 뜻이라나 봐." "그럼, 아라치는?" "그건 영화 내용 중에서도 나왔는데, '아름다운 사람'의 뜻이라고 했어." "………?" 모두가 알 수 없는 말이었다. 그 중에서도 '치'가 '사람'의 뜻을 나타낸다는 말은 처음 듣는 말이었다. 멸치, 갈치, 공치, 참치,…… (……'치'는 대개 물고기를 나타내는 것 같은데?) 봄이는 이 '치'가 왜 '사람의 뜻을 뜻하는지 더 자세히 알아 보기로 했다.
'치'는 원래 '지'였고, 이 말이 거센 투로 변해 '치'가 되었다. 우리 나라의 삼국시대에 많은 벼슬 이름이 나오는데, 거기에도 이 '지'가 '사람'의 의미로 씌었다. 고구려의 연개소문은 벼슬이 '막리지'였는데, 이 말은 '마리지'란 말이 한자식으로 옮겨 간 것으로 '으뜸 벼슬'의 뜻을 지닌다. '마리'는 '머리'로, '으뜸 자리'를 뜻하고, '지'는 '사람' 또는 '벼슬 가진 이'의 뜻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지'가 '치'로 변했을까? 우리말은 곧잘 거센소리로 돼 가는 성질을 지녔다. 그래서, 옛날에는 '고'라고 하던 것이 변해서 '코'가 되었고, '갈'이라고 하던 것이 변해서 '칼'이 되었다. 이러한 것을 '거센소리되기' 또는 한자말로 '격음화'라고 하는데, '사람'이란 뜻의 '지'도 그러한 거센소리되기의 버릇에 따라 '치'로 된 것이다. '치'는 '사람'의 뜻을 나타내긴 하지만, 그것이 단독으로 쓰이는 일은 별로 없고, 그 앞에 어떤 말이 있을 때, 그러한 사람, 또는 그 일과 관계되는 사람의 뜻을 나타낸다. 경상도 일부 지방에서는 이런 말을 쓰고도 있다. "그 치는 밤낮 빈들빈들 놀고만 있어." "어제 왔던 치나 오늘 왔던 치나 버릇들이 다 좋질 않아." '장사치'에서 '치'도 '사람'이다. 즉, 장사를 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관리들을 전에는 '벼슬아치'라고 했는데, 이것은 '벼슬을 하고 있는 사람'의 뜻을 지닌다. '벼슬치'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치'는 성격상 그 앞의 '아'나 '어' 같은 모음을 불러 오는 경우가 많아 '벼슬치'가 아닌 '벼슬아치'가 된 것이다. '장사치'도 원래는 '장사아치'였는데, '사아'가 '사'로 줄어들어 그런 말로 된 것이다. '거지'의 원래 말은 '걸어지' 또는 '걸어치'였다. 이 말이 거리를 떠도는 사람의 뜻에서 나온 것인지, 걸어다니며 구걸을 하기 때문에 나온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 말이 변해 지금의 '거지'로 된 것이다. '걸어지-걸어치'에서의 '지-치'도 물론 '사람'의 뜻을 지닌다. '거지'는 또 다른 사투리로는 '거렁뱅이'라고도 한다. 가죽으로 물건을 만드는 사람은 '갓바치'라고 했다. 여기서 '갓'은 '가죽'을 나타내는데, '가죽'의 원래 말은 '갖'이었다. '갖'이란 말이 변한 것이 '가죽'이고, 또 달리 변한 것이 지금의 '거죽'이란 말이다. '속'의 반대인 '겉'도 그 친척말이다. 어떻든 '사람'의 뜻을 나타내는 우리말인 '치'는 '장사치'나 '벼슬아치'처럼 지금까지도 살아 있다. 그러나, '치'가 원래 '사라'의 뜻을 나타낸 말이었음을 아는 이가 많지 않음은 어쩐 일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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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도 우리 토박이 이름
02) 703-5200
02) 703-5300
이름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