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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백 편지(2018.8~ )

'수양(修養)'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

작성자남궁|작성시간26.06.10|조회수108 목록 댓글 0

 

오늘, 기분 상한 일이 있었습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어디 그런 일이 한두 번 있겠습니까만, 그리고 맨날 좋은 일만 생기리라는 법은 더더욱 없을 것이겠지만... 저는 기분도 안 좋았을 뿐더러(상처도 받았고), 스스로 자책도 했던 날이었답니다.

 

발단은 우리 아파트 '소독 날'이었는데요,

며칠 전부터 엘리베이너에 안내장이 붙어 있었을 뿐더러, 오늘 아침엔 두세 차례 안내방송까지 보내주더군요.

오늘 9시 반부터 오후 3시까지 소독이 있으니, 소독원이 방문하면 이상없이 행위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라구요.

 

물론 저도 그러기로 했고, 저는 아예... 아파트 현관 문까지 활짝 열어두기까지 했습니다.

왜냐면 요즘 날씨가 그리 덥지는 않지만, 제가 혈압도 높아진 것 같고 또 시원한 바람이 통하도록(그래도 현관에 방충망 간이 문이 있기에) 해놓았던 거지요.

 

그런데 오전이 지나도 소독원이 안 오기에, 오후에 오겠거니... 하고 점심을 챙겨 먹었고,

제가 늘 그러듯 점심 뒤 약간 낮잠을 자기도 했답니다.

그래도 됐던 건, 소독원이 오면 초인종을 누를 것이고... 내가 적절히 대처하면 될 테니까요.

(더구나 제가 아무리 낮잠을 잔다고 해도, 초인종 소리까지 듣지 못하고 잘 사람이 아니거든요. 더구나 문까지 열어놓은 상태라......)

 

그런데 오후가 돼도 안 오기에,

'왜 이리 늦지?' 하면서도, 하필이면 바둑 중계가 있었기에... 거기에 신경을 빼앗겨 있었는데,

뭔가 이상해서 시계를 보니, 3시 반이 넘어가고 있드라구요.

그래서 정말 이상하다며,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랬더니 거기 여직원이 받기에,

"왜, 오늘... 소독원이 안 오지요?" 하고 항의 겸 그 상황 설명을 하는데,

"선생님, 오후 3시까지 소독을 끝냈는데요?" 하기에,

다시 제 설명을 하는데, 그제야,

"딩동!"

초인종이 울리기에,

"아, 지금 오나 보네요!" 하고 문쪽으로 갔는데,

도착한 사람은 소독원이 아닌, '도시가스 검침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전화가 아직 안 끊긴 상탱여서,

"아니, 지금 도착한 사람은 가스 점검 나왔다는데요?" 하고 전화를 이어서 하게 되었는데요,

관리소 여직원 하는 말이,

"우리 관리소에 바퀴벌레 약이 있으니, 가져다가 대신 설치하시면 되겠네요." 하기에,

"내가 그 약을 그 전에도 받아서 사용했는데, 잘 듣지 않거든요?" 하면서, "그 약은 필요 없고... 나는 지금 왜 내가 아침부터 현관 문까지 열어놓은 상태로 기다렸는데도 소독원이 안 왔느냐는 거요." 하고 말을 해도,

"선생님,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오후 3시까지 소독을 마치고 그사람들은 돌아갔다구요." 하는 말을 반복하기에,

제가 답답해서,

"그럼, 나 같은 주민은 어떡하라구요?" 하는데도,

"그 사람들이 일부러 선생님 댁을 빼먹고 돌아갔을 리는 없고..." 하는 데서 제가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그래서,

"여보세요! 내 말은... 그럼, 나 같은 주민은... 실컷 하루 종일 소독을 기다렸는데도, 받지도 못하고 말았는데... 거기에 따른 사과는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거 아뇨?"

"그렇다면 죄송하지만, 그 사람들이 일부러 그랬을 리는 없을 거..." 하기에,

"아니, 관리사무소에서... 주민 편을 드는 거요, 아니면 그사람들 편을 드는 거요?" 하고 목소리가 커졌는데도,

"누구 편을 드는 게 아니라..." 하기에, 제가 확 돌아버렸던 겁니다. (몇 분간 그 얘기로 마침내 제가 흥분하게 되었는데, 그 얘길 다 기록할 순 없고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그래요? 이대로는 안 될 것 같고, 내가 당장 내려갈 테니... 기다리세요!" 하고 전화를 끊고는, 저는 흥분한 채로 바로 관리소로 내려갔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남자 둘이 앉아 있었고, 여직원 자리에 그여자가 있더군요.

"나요!" 하면서,

"제가 사과를 드렸고, 여기 관리소에 바퀴약이 있으니..." 하는데, 제가 기가 막혀,

"당신 같은 사람하고 말해 봤자, 나만 열 받치고..." 하면서, 거기 앉아 있던 남자들(그 중에 관리소장이 있었습니다.)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하자,

"선생님, 여기에 앉으세요!" 하기에 거기 의자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얘길 하는데,

"그렇게 너무 흥분하시지만 말고, 물이나 한 컵 드시고..." 하면서 물을 떠오던데,

"내가 지금 여기 물 마시러 온 줄 아슈?" 하면서,

"내 말은, 어찌 됐든... 나는 하루 종일 현관문을 열어놓고 기다렸어도 소독을 못 받았는데, 그러면 그 책임소재는 누구한테 있는 거냐는 거요! 아니, 멀리 갈 것도 없이... 내가 여기와 전화 통화 중에 가스 점검도 받았는데, 그 점검원은 초인종까지 눌러서 내가 나가 점검을 받은 것도 너무나 명백한데... 소독원은 안 와서 내가 그걸 알리기 위해 전화를 했던 거 아니겠소? 그리고 당신들이 조치를 잘 취해줬다면, 내가 이렇게 내려와서 이러고 있을 일도 없었을 거 아뇨?" 해도 여전히 말귀를 못 알아들어서,

"아니, 아파트 관리소는 아파트 주민을 위해서 존재하는 건데... 나는 관리소에서 하라는 대로 다 했는데도, 그게 제대로 일이 집행되지 않았으면... 최소한 당신들이, 소독업체에 연락을 해서, 왜 방문하지 않은 가구가 있었는지를 확인한 뒤에... 당신들이 그들을 다그치던지 하는 거야, 당신네 소관 아니겠소? 내가 소독업체까지 전화해서, 왜 안 왔느냐고 따져야 하오? 당신들은 그런 일을 한 다음, 나 같은 주민에게 사후 대책을 주면 되는 거 아니냐구요!" 하자,
"그건 맞는 말씀이십니다!" 하기에,

"그러니까 어쨌거나, 거기에 따른 피해를 본 주민에게, 거기에 따른 사과와 사후 처리를 해주면 되는데... 사과는커녕, 나한테 이해하라는 식으로 얘길 하는 것도 모자라" 하는데도,

그 여직원, 옆에서...

"그래서 제가 사과했잖아요?" 하고 나서기에,

"내가 하라고 해서야, 그것도 사람 약을 잔뜩 올려놓은 다음에 화가 치밀어 말하자... 겨우 마지못해 한 것도 그렇지만... 당신은 소독원 편에서만 얘길해서, 내가 더 화가 났잖아?" 했더니,

"제가 언제 그쪽 편만 들었다고 하세요?" 하고 대들기에,

"내 핸드폰에 그 내용이 다 녹음되어 있거든요? 내가 일부러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전화 내용을 녹음한 게 아니고, 내가 핸드폰의 기능을 조절하지 못해, 그냥 통화가 자동적으로 녹음이 된 것인데... 그렇게 우기니, 그럼... 한 번 들어 봅시다. 내가 왜 이렇게 화를 내는지..." 하자,

"그렇게 해 주세요!" 하고 그 여직원이 나서기에,

핸드폰을 작동까지 시켰답니다.

물론, 전화 녹음이 어딜 갑니까?

그리고 그 여자가 바득바득 우겨서(그래서 제가 더 이상 그여자와 얘기하고 싶지 않아, 소장과 얘길 했는데... 옆에서 계속 나서고 있기에), 그런 일까지 있게 됐던 겁니다.

 

결국, 아파트 관리 소장은 저에게 사과를 했고,

저는 다시 한 번 강조를 했습니다.

"내가 화를 내며 여까지 찾아온 건, 아파트 관리소가 자기들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해주질 못해... 그걸 지적해준 것이고, 그걸로 끝내겠소. 그렇지만 어찌됐든, 사후 처리는 해줘야 하지 않겠소?" 하니,

"예, 알았습니다!"

해서야 올라왔답니다.

 

그렇게 흥분을 했고 열을 냈더니, 제 마음이 좋겠습니까?

그 얼마 뒤에 전화가 왔습니다.

관리소장이었습니다.
"선생님, 여기에... 그 사람들이 놓고 간 약이 있습니다. 저희들이 올라가서 소독을 해드릴까요?" 했는데,

제가 한심했습니다.

왜냐구요?

제가 가급적 이 아파트 내부를 공개하지 않는데요,

그래서 어제 일부러(내일 소독원이 오니까), 방의 그림들이 드러나지 않도록, 방 안의 그림들(캔버스)을 다 뒤집어놓은 상태였거든요. 캔버스까지 없앨 수는 없으니까, 그 사람들이 그림만 못 보도록 뒤집어놓았던 거지요. 
(전에도 보니까, 소독원들은 올 때마다 사람들이 바뀌는 것 같아... 그저 한 번 들렀다 가는 사람들일 뿐이라서요.)

그 정도로 제가 사는 방 내부 공개를 꺼리는데(그렇지만 소독원에겐 어쩔 수 없이 그렇게라도 공개해 왔는데), 이제 관리소 직원까지 올라와 소독을 해주면(그들은 언제라도 다시 봐야만 할 사람들이기도 하니, 동네방네 다 떠드는 꼴이기도 해서)...

(그들은 제가 화가인지 모릅니다. 더구나 바뀐지 오래 되지 않아서, 제가 뭐 하는 사람인지는 더더욱 모를 겁니다.)

이래저래 그런 게 더 복잡할 것 같아, 

"이번은 여기서 끝냅시다!" 했더니,
"소독은 하셔야 할 거 아닌가요?" 하기에,

"다음 달에 받는 걸로 하지요." 

"알았습니다!" 하는 식으로 마무리를 짓긴 했는데요,

 

저는 이미, 그렇게 화를 내며 아파트 관리사무소까지 내려갔던 일을 후회하고 있었답니다.

그까짓 소독 하나 마나, 사는 건 그게 그건데... 그런 일로 열이 받쳐, 거기까지 내려가서... 그 난리를 친 것이, 못내 찝찝했습니다. 

(사실 저는 그들에게 논리적(?)으로 따진 건 잘못이라는 생각은 아닙니다. 다만, 그런 일을 못 참아... 불같이 화를 내며 파르르 내려가, 사과까지 받아왔다는... '부질없는(?) 분노'를 참지 못한 제 자신에, 더 화가 치밀드라구요.)

 

제가 좀 그래요.

평소에는 아무런 다툼이거나 화낼 일도 없이 지내는 사람 같은데(?), 

어떤(오늘 같은?) 상황에 맞닥뜨릴 때, 상대방이 바로 자신의 실수거나 오류를 알아채고 사과를 해온다면? 바로 제가 먼저, 양보를 합니다.(이해를 해줍니다. 그걸로 끝입니다.)

그런데, 자신의 잘못 같은 건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남탓을 하며)...

"그 일로 불편하셨다면(실컷 약을 올릴 대로 다 올린 뒤), 사과 드리지요." 하는, 마지 못해 하거나 진정성 없는 식의 사과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사람 죽여놓고, 미안하다고 해라!' 하는 심정에, 불같이 화를 내며... (너무 흥분한 나머지, 저도 이성을 잃어버리면서...)꼬치꼬치 따지면서, 그 사과마저 받아들이지 않으며... 싸운다는 겁니다.

물론 싸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처럼... 그렇게 흥분한 상태로 목청을 높이면서까지 그래서는 안 된다는 거지요.

그걸 알면서도, 천성이 그런 건지... (제가 까칠한 건 맞습니다.)화를 잘 참지 못한다는 겁니다. '분노 조절'이 안 되는 거지요. 

사실 따지고 보면, 하잘것(부질) 없는 일이었는데도요.

 

결국은 제가 '수양(修養)'이 덜 된 사람이라는 거고(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망스런 행동을 한다는 건데... 그런 일로 남들에게 욕을 먹는 것까지도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긴 하지만,

 

제 스스로도 마음이 너무 불편하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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