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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방(2018.8~ )

그날

작성자남궁|작성시간26.06.07|조회수102 목록 댓글 0

 

그날.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통과하는 수많은 나날은 모두 저마다의 '그날'에 속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제가 이야기하려는 '그날'은, 시간의 무심한 흐름에 따라 아무런 흔적 없이 왔다가 스러져가는, 그리하여 훗날 기억에서도 인지하지 못하는 그런 밋밋한 날들의 반대편에 서 있는 시간인데요, 

우선 '그날'은 오래전부터 미리 약속을 잡아놓은 날로 국한해볼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 예정된 시간도 다시 두 갈래의 감정으로 나뉠 수 있겠습니다.

손꼽아 기다리는 설렘 속에서 하루라도 빨리 당도하기를 바라는 날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그 시간이 가져올 무게나 두려움 때문에 차라리 오지 않기를, 시간이 이대로 멈춰버리기를 바라는 피하고 싶은 날이기도 하겠습니다.

 

그러나 삶은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아서, 인간의 기획과 의도를 비웃듯 전혀 예상치 못했던 '그날'이 불쑥 밀어닥치기도 합니다. 우연을 가장해 찾아오는 뜻밖의 사고나, 도저히 거역할 수 없는 거대한 힘으로 들이닥치는 운명적인 순간들이 그렇겠지요. 

기다렸든, 두려워했든, 혹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든, 이 밀도 높은 '그날'들이 촘촘히 모여 한 개인의 역사가 될 거고, 그 개인의 역사들이 강물처럼 합류하여 이 거대한 세상의 역사로 기록되는 것일 겁니다.

 

아무튼 '서론'이 너무 거창한 것 같고 길기도 한데요,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면...... 

 

돌이켜보면 지난 5월은(특히 초순), 저에겐 몇 차례 굵직하고 중요한 일들로 기록되어지기도 했지만, 중후반으로 넘어오면서는 커다란 굴곡 없이 잔잔하게... 어쩌면 다소 지루하다고 느껴질 만큼 밋밋하고 평탄하게 흘러간 것 같습니다.

6월에 접어들자마자 초순의 달력 위로 '그날'들이 한꺼번에 몰려왔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 덩어리가 다 끝난 뒤라서... 조금 느긋한 마음으로, 그 얘기를 하려고 한답니다.

 

5월 하순의 저는, 

'다음 주는 중요한 일들이 착 몰려있네!' 하고, 진짜 기대와 긴장, 혹은 피하고 싶었던 감정들이 뒤엉킨 밀도 높은 시간의 덩어리들 앞에 놓여있었습니다.

그 첫번째는 '6.3 지방선거'였는데요, 

여태까지 제가 살아오면서 '선거'를 어디 한두 번 한 것도 아니라서 굳이 긴장할 필요까지는 없었지만, 왜 그런지... (아마 '내란' 이후, 뭔가 그 결과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인 듯)신경이 제법 써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원래는 '사전 투표'를 하려고 했었는데, 그 즈음에 제가 밖에 나갈 일이 없어서(아마 장보러는 나갔다 왔을 텐데)... 그런데 그 길목에 '투표소'가 안 보였기에, 

'에이, 본투표'를 하지!' 했었거든요. 

그러니 당연히 그 본 투표 날, 아침부터 서둘러 투표를 했고... 그 결과가 궁금해 제 일상과 어긋나는 일정을 보내면서까지(자정 전까지 '첫잠'을 못 잤거든요.) 매달려 있었는데,

그 결과는?

(바로 아랫글 '같은 하늘 아래에 살면서...'에 그 내용이 나옵니다.)

 

그 두번째는, 제 '정규 건강검진'이었습니다.

하필이면 본투표 다음 날이 '그날'이었는데요,

원래는(아마 4월 말인가? 제가 치과에 가면서 등록을 했는데) 6월 1일에 받기로 돼 있었는데,

중간에 병원에서 전화가 와서, 자기네 내부 사정으로 4일로 바꾸자기에... 바꿨던 것이, 공교롭게도 투표와 연결이 되어,

'개표 방송'을 보면서도 '금식' 때문에, 물을 마시고 싶어도 못 마시기까지 했었는데... 

여러분도 그러실지 모르지만, 저는 건강검진 받는 게... 정말, 싫거든요?

군대 가는 것에 비교할 바는 아니겠지만, 최소한 '예비군 훈련' 받기 정도와 비견할 수는 있도록... 정말, '죽지 못해(?) 하는 일'이랄까요? 

특히 '내시경' 받는 일이, 도망가고 싶을 정도로... 싫은 사람인데,(제가 젊었던 시절, '십이지장 궤양' 등으로 수도 없이 내시경을 받았던 터라... 더더욱 싫어하는지도 모릅니다.)

더구나 저는요, 지난번(2년 전?) 검사 때, 틀니 문제로... 내시경 직전에(마취액까지 마신 뒤) 취소돼서, 그 당시엔,

'차라리 잘 됐다!' 하고 병원에서 웃고 나왔던 기억이라, 

이번에는 그러지도 못할 터라서, 더더욱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하필이면 '6.3 선거' 개표 상황과도 맞물려, 심적으로도 많이 위축돼 있었답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그날'이 안 오나요?

6월에 접어들면서 제 심적으로 가장 부담을 느낀 일이 바로 '건강 검진'이었고, 거기에서도 '위 내시경'이었답니다.

그것도 더더군다나 하필이면 '말도 안 되는 개표 결과'를 안 직후,

저는 '위 내시경'을 받는 상황과 맞닥뜨리게 되었던 것입니다.

'수면 내시경'은 돈을 얼만가 내라던데(그 전에는 7만원이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12만원인 것 같았습니다.), 거기 검진표 작성에 그냥 '비수면'으로 했기에... 

결국 생으로 내시경을 받았답니다.

(누군들 쉽기만 하겠습니까? 더군다나 (엄살이 심한)저는 '이제 죽었구나!' 하는 심정으로, 몇 분을(더 되던가요?) 발악을 했답니다. 아니, 꾹 참기는 했지요. 심적인 압박과, 몸부림을 치기는 했지만(아니, 큰 동요는 없는 것처럼 죽자사자 참느라 힘들었다는 겁니다. 몇 차례, 왝! 꽥! 하기는 했지만, 몸을 심하게 움직인 건 아닙니다.)......)

 

마침내 내시경이 끝났고, 눈물 콧물 침까지 범벅이 되어... 뒷수습을 하니, '건강 검진' 끝이었습니다.

그 결과는 2-3주 뒤에 우편으로 보내준다더군요.(뭔가 문제가 심각하면 개인적으로 연락을 해준다고도 했습니다.)

아무튼, 일단 내시경을 끝내면서... 그 부담스럽던 '건강검진'은, 우선 눈앞에선... 끝난 것이라,

안도의 한숨을 쉬며(자유의 몸이 된 기분으로) 돌아왔지요.

 

그리고 세번째 '그날'은요, 

그것도 5월 말이었는데, 오랜만에 제 옛날 직장 동료(교직)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 전에도 자주 만나던 멤버들끼리 한 번 만나자는 연락이었습니다.

요즘엔 그런 일이 있으면 '단톡방'을 이용하게 되는데, 우리도 마찬가지로 오랜만에 단톡방을 만들어 통화를 이어갔는데,

(사실 저는 그 순간 '첫잠'을 자다가, 전화를 받고 깨어나기까지 했는데요. 저녁 7시 반경이었습니다.)

서로가 약속 날짜를 조율하다, 5일(금) 밤으로 정하게 됐던 겁니다.

물론 그 모임은, 부담없는 그리운 사람들끼리의 만남이니... 기다려지는 '그날'에 속합니다.

 

그 사이 1주일이 지나, '만남의 모임'까지도 끝난 상탭니다.

어젯밤이었는데, 다섯 명이 모여, 옛날 지금 얘기를 하느라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화기애애할 수밖에 없었고......

모두가 좋은 기분으로 돌아가서, 다음 날 마감인사까지를 마친 상태거든요.

 

그렇게 제 '최근의 '그날'에 대한 얘기'를 끝냅니다.

묘하게, 어떤 건 기다려지지 않았던, 어떤 건 너무나도 기다려졌던... 날들이 한꺼번에 나란히 배열 돼, 

다양한 심적(육체적까지도) 변화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던 며칠이었습니다.

 

근데요, 이렇듯(?)...

'그날'은 언젠가는 옵니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는 시차가 있다 해도, 마침내... '그날'은 오고야 말지요. 

살면서 보면, 정말 먼 뒤의 일 같은 날도... 어느새 오고, 지나가고 말드라구요.

'마침내, 그날은 온다.'

(이게 어디 저한테만 있는 일이겠습니까? 그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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