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수염을 기르고 있습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는데요, 이 아랫글에서 그 얘기가 살짝 나오지요? (스페인 '꾸꼬' 부부가 말하는 장면요.)
예, 맞습니다.
벌써, 몇 달째 거든요.
웬 수염이냐구요?
그러게요......
저야 혼자 사니까, 집안에서 누구 물어볼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니, 수염이 있든 없든... 그냥 살면 되지요.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난리(?)랍니다.
최근, 이따금 한 번씩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는데요,(제 친구들, 군산, 지인들 등...)
제가 이런 모습으로 나타나면,
"웬 수염?" 하면서, 난리도 아닙니다(?).
"멋있어 보이려고 그랬다!"고 아주 도전적으로(?) 한 마디 하면,
"깎아!" "누구(영화 감독)를 닮았네!" "뭐, 생뚱맞아 보이지는 않네!"... 말이 많지만,
또 누군가는,
"얼굴 주변에 검버섯이 많은데, 수염을 기르니... 검버섯이 많은 줄은 모르겠네(?)......" 하고 아주 구체적으로, 평가를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아무튼, 주변 사람들이 난리는 난리랍니다.
(정말, 저에게 검버섯 좀 빼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그런 쪽엔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거든요.)
그러게요.
그렇지만, 굳이 제 생각을 밝힌다면요...
나이 일흔이 넘은 영감탱이가, 수염을 기르면 어떻고... 또, 안 기르면 어떻겠는가.
사람이(제 경우) 살다 보면, 머리가 길 때도 있고 짧을 때도 있는 건데(저는 약 서너 달만에 한 번씩 머리를 깎습니다.)... 얼굴에 나는 털(수염), 깎을 때도 있는 거고... 어떨 때는, 그냥 내버려 둘 때도 있는 거지.
근데, 사람들은 제가 그런 모습으로 나타나면?
뭔가 생뚱맞기는 한가 봅니다.
처음에는 마구 떠들다가도(재미있나 보드라구요.), 이내 잠잠해지거든요.
(그렇게 한 번 익숙해진 사람들이라면, 다음에는 안 그러겠지요?)
근데요, 사실은...
지난 겨울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겨우 내내 제가 두문불출했잖습니까?
그러다 보니 면역력이 떨어졌는지, 몸에 다양한 (좋지만은 않은)신호가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입안이 헗는가 하면, 입술이 부르트기도 했고, '대상포진' 증세도 고개를 들고, '현기증' 같은 것도 자주 발생하고......
한 번은, 입술이 부르터... 수포가 몇 개 입술 언저리에 생겨났는데,
마침 수염이 제법 길어 있어서, 면도마저 못할 지경이었답니다.
그러다 겨우 낫는가 싶었는데,
웬걸? 다른 쪽에도 다시 수포가 자리를 잡는 것이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입술에 물집이 잡혀있는데(수포도 제법 컸답니다.), 어찌 면도를 하겠습니까? 잘못해서 물집이 터져버리기라도 한다면?...)
그러다 보니 어영부영, 한 달 정도를 면도도 못하고 지내고 있었는데요,
바깥 출입이라는 게 겨우 장보러 나가는 것 이외엔 거의 없던 사람인지라, 어떤 때는 마스크를 쓰고 나가기도 했고... 어떤 때는, 그냥 나가기도 하는 등...
그렇게 지내게 되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남들이 뭐래거나 말거나(?그럴 사람도 없었고)... 신경 안 쓰고 살았고,
지난 번 '대학로'에 옛 직장 동료들을 만나러 나갔을 때는, 틀니조차 빼놓고 나갔더라구요.
(분명, 나가기 전에... 틀니만큼은 끼고 나가야지. 했었는데도, 깜빡하고 그냥 나갔던 거지요.)
그런 줄도 모르고 나갔다가,
"일부러 늙은 거 티낼려고 그래?" 하는 소리까지 듣지 않았겠습니까?
글쎄요, 제가 일부러 늙은 걸 티낼 것까지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티를 안 내려고 하는 사람 역시 아니거든요?
그냥, '생긴 대로 살면 된다'는 사람인지라, 특별하게 신경 쓰지는 않는다는 거지요.
글쎄요, 젊은 시절 제가 스페인에서 살 때는요, 이런 생각은 했었답니다.
'내가 수염이 많다면(숱이 많다면), '콧수염'(스페인 말로는 '비고떼(vigote)'라고 하거든요?)을 멋지게 기르고 싶은데......'
정말, 그러고 싶을 때가 있었답니다.
근데, 숱도 많지 않고 모발이 가늘기까지 해서... 길러봤자, 표시도 안 나게(?) 생길 것 같아...
관두기는 했거든요.
하물며 지금은 더하드라구요.
나이가 들어서 숱도 없어진 데다가, 희끗희끗 흑백이 섞이다 보니... 수염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어떤 사람 말처럼, 얼굴에 검버섯과 수염까지 길러... 지저분한 건 다 담은(?) 모습이라...... 그렇다고 제가 '지저분한 사람'이라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아무튼 최근에 제가 그런 모습으로 살고 있는데요,
얼마 전, 미국에 있는 신부님(멍 신부님)과 통화를 하다가... 말끝에 그 얘기가 나왔는데,
"신부님, 제가 요즘... 얼굴에 수염을 기르고 살고 있는..." 하고 말을 꺼내자마자, 말도 끝내기도 전에...
"아이고!"
"주변 사람들이, 난리도 아니랍니다."
"아이고!"
"신부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이고!"
"뭐가 '아이고'ㅂ니까?"
"아이고!"
하도 허탈해서, 제가(아니, 둘이) 웃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참내!
'내가 수염 기른다고, 사람들이 왜 이러는지. 그게, 뭐 어떻다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