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제 친구 하나가(강원도에 사는) 여기 '내 자리'에 와서 하룻밤을 자고 가는 일이 있었습니다.
최근 세태로 보면, 그런 일은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 친구가 오는 바람에, 둘이 만나는 대신(?) 또 한 친구도 불러서... 결과적으로는 셋이서 하룻밤을 함께 보낸 일로 발전하기도 했는데요,
오랜만(몇 달 만)에 통화를 했던 그 친구였는데, 처음에는,
"한 번 오지?" 하고 그 친구가 저를 초대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왜, 나만 가야 해? 자네가 올 수도 있잖아?" 하고 말았는데,
제가 그랬던 이유는,
작년에 제가 '봉화'에서 지낼 때도 그 친구에게 한 번 오라고 했지만, 바빠서 오지 못했고,
올해도 두어 차례 통화는 했는데, 제가 외국에 나갔다 오는 등... 경황이 없어서 못 보던 차에,
"추석도 지났는데, 이제는 시간이 돼?" 하고 그 친구가 물어오면서 비롯된 일이었답니다.
물론 제가 그 친구가 사는 강원도에 갈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서로 마주했던 게 한 2 년 반 정도 전이었는데, 그 때 제가 강원도에 갔었고... 그 친구의 후한 대접을 받고 돌아왔던지라,
제가 그 친구를 그렇게 대접하지는 못한다 해도, 적어도 성의껏은 맞아줄 수 있다는 제 의도이기는 했는데요...
사실, 저에게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 시기가(?) 좋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하면,
늘 가난하게 사는 저이긴 하지만, (여러분도 아시다시피)제가 지난 여름 스페인 등을 나갔다 오면서는, 외국을 나갔다 오는 것도 힘들었지만, 그림까지 가져오느라... 없던 '몫돈'까지 써야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다 보니 특히 요즘, 제가 많이 쪼들리거든요.
(돈이 들어올 구멍은 없는데, 이래저래 지출은 많았고... 명절까지 껴서 더더욱 힘들 수밖에 없었는데, 그렇다고 어떤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하필이면 그 즈음에 이런 일이 터졌던 거라,
제 입장이 많이 난처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게 잦은 일이라면 또 모를까...
그 친구가 2년 반 만에 저를 한 번 보겠다고 하는데, 다음으로 미룰 수가 없었을 뿐더러...
"그럼, 내가 갈까?" 하는데,
'다음에 만나자'고 할 수가 없드라는 겁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그래. 내가 잘 대접할 수는 없지만, 그저 있는 그대로... 따뜻한 밥은 해 줄 수 있으니...... 그리고 내가 호텔까지 잡아 줄 형편도 못 되니, 그냥 이 손바닥 만한 아파트에서... 방구뀌는 소리 들으며 하룻밤 같이 자자고......" 하고 그 친구를 초대할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제가 그렇게 한 데에는, 그 친구는 우리를 초대해서... 호텔까지 잡아서 재워줬거든요.)
아무튼 그렇게 친구가 서울로 왔고, 그 사이에 또 다른 친구한테도 연락을 해서(그는 이 상황을 잘 알기 때문에... 부담은 없었습니다.)... 그 친구도 합류하게 되었는데요,
사실은,
그 친구가 여기에 머무는 동안은(약 하루) 제가 세 끼의 식사를 다 해서 먹으려고 했었는데,
오자마자(마침 비오는 날 점심에 도착해서)는 '비빔 국수'로 대접했고,
원래 제 계획은 저녁도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두 친구가... 저녁은 밖에 나가서 먹자고 해서,
제가 그들의 의견을 따라주어야만 했는데,
그들도 이 좁은 방에서 하룻밤 함께 보내는 것에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아,
밤에 돌아와...
세 명이서 도란도란 얘기도 나누면서,
하룻밤을 보냈답니다. 좁은 방에서 세 명이 잠도 잤구요.
(그래도 좋았다고들 하더라구요.)
물론 그 다음 날 아침도 제가 '김치국'을 끓여, 아침을 먹여... 보내는 걸로,
우리들의 모임(?)을 무사히 끝내긴 했는데요,
초대를 한 사람은 저였는데, 그 날 저녁은 방문객이었던 그 친구가 냈답니다.
에휴!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제 입장이 떳떳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사람 구실도 제대로 못한(하는) 것 같아서요......
근데요,
그런 상황에서도 제 자신으로 돌아오면요...
사실 이렇게 쪼들린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뭔가 돈벌이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아예 돈벌이 할 구실이나 기회가 없다면 또 모를까,
제가 이번에 외국에 나가기 전에 했던, '봉화에서의 미술 강좌' 있잖습니까?
그때 그저 맛보기(?)로 세 차례 강좌를 했는데,
수강생들의 반응은 좋았었거든요? 앞으로 더 하길 바라기도 했구요.
근데, 그 강의를 끝내면서도 저는... '계속 하겠다'는 말을 못했답니다.
제가 외국에 나갔다 돌아오면, 어떤 상황에 처할지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는데요,
따지고 보면, 이렇게 쪼들리는 상황이라...
그 쪽에 연락을 해서, 강좌를 이어갈 수도 있었는데요,
(앞으로는 실기 위주라, 이전보다 더 수월할 수 있는 조건인데)
저는, 그러지 않기로 결정을 했다는 겁니다.
비록 1 주일에 한 번 하는 강좌라지만, 한 번 봉화에 내려가면... 최소한 하룻밤은 자야 할 것이고(상황에 따라서는 가기 전 날이거나, 강의 한 날 당일 등),
그렇게 되면 가고 오고 앞 뒤로 사흘 간은 그 쪽에 매달려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정신집중이 안 돼서, 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할 거라는 우려 때문이었답니다.
(그렇잖아도 나이가 들어 기억력과 순발력도 떨어지는 상황이라......)
그러니, 그렇게 얽매이는 게 싫다면... 그에 상응하는(?) 쪼들림을 감수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