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과 이가 없는 대한민국 [임철순]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 내란 수괴 혐의 등으로 15일 체포됨에 따라 지난해 12.3계엄 이후 조성된 국가 위기상황이 한고비를 넘겼습니다. 앞으로 공수처·검찰의 조사와 구속영장 청구, 그 이후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등 사사건건 여야 정치권의 공방과 양쪽 시위세력의 쟁투가 치열할 것입니다. 나라와 국민은 반반으로 갈려 갈등과 대립이 격화됩니다. 하지만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認容)되지 않을 가능성은 아주 낮아 보입니다. 돌이켜보면 윤 대통령은 참 바보 같고 어리석었습니다. 계엄 직후 담화를 통해 호소했던 ‘대통령의 절박한 사정’을 왜 평소에는 언론과 국민에게 알리지 못하고 그런 폭거를 저질렀는지, 이미 승부에서 패한 약자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왜 정치적으로 다루지 못하고 끝까지 무시/외면만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국민의 반감과 미움이 쌓여가는 아내 문제에도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한 데다 술, 급한 성질, 말 등 세 가지가 지나쳐 문제를 자초하고 키웠습니다. 윤 대통령의 자폭은 보수의 일대 위기로 이어져가는 양상입니다. 그러면 이제 이재명 대표의 세상이 되는 걸까요?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다음 대선에서 가장 유력하고 유리한 사람은 이 대표입니다. 지금 여권의 어느 누구도 지지율에서 그의 상대가 되지 못합니다. 여러 사람의 지지율을 다 합쳐도 안 됩니다. 대체 어떤 이들이 이재명 대표 같은 사람을 지지하는지 오래전부터 궁금하고 지금도 의아스럽지만 조사결과는 일관됩니다. 하지만 윤석열 이후가 이재명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윤 대통령이 단순하고 무모하다면 이 대표는 사악하고 간교합니다. 윤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개념 정립이 부족하고 독선적 권위주의적이며 극우적 사고방식에 매몰된 사람이라면 이 대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열한 범법자, 공개념이 부족하고 거짓과 도덕적 흠결투성이인 파렴치한입니다. 둘 다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서는 기피/제척돼야 할 캐릭터입니다. 비호감 경쟁이 특징이었던 2022년의 20대 대선이 0.73% 차로 승부가 난 것도 두 후보 다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 아니었습니까? 그렇게 박빙의 승부로 대선이 마무리된 이후 두 사람은 원수처럼 척이 진 상태로 외면하다가 총선 결과 여당이 완패하면서 사사건건 야당이 발목을 잡는 국정 마비와 탄핵사태가 빚어져 오늘날 이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지요. 취임 이후 잇따라 범한 윤 대통령의 자충수와 자책골은 계엄으로 종합편을 만들어내고 말았습니다. 이제 윤 대통령 다음의 우리나라는 크게 달라져야 합니다. ‘87년 체제’의 종언을 이야기하면서 내각제, 양원제 등 개헌에 관한 여러 논의와 제안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어떤 제도라도 문제점과 단점은 있으며 언제나 그것을 운용하는 게 어떤 사람들인가가 초점입니다. 우리 정치판의 문제는 민주화투쟁과 시위로 몸을 일으켜 타협과 절충을 모르고 행동해온 586세대 출신들, 공부 성적만으로 출세한 뒤 인간과 삶에 대한 공감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갑으로만 살아온 법조인들이 득세하는 것입니다. 법을 공부했으면 법규에 충실하고 법의 수호와 발전에 기여해야 할 텐데 그와 정반대인 ‘법꾸라지’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도 다 법조인 출신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윤 대통령과 다른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탄핵심판을 차질 없이 서둘러 마쳐야 합니다. 요즘 헌재가 공정하고 공명하지 않다는 의심을 사고 있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든 제도로서의 사법부 최종 결정은 존중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재판도 차질 없이 서둘러 마쳐야 합니다. 재판 불출석, 국회에서의 방탄 투쟁, 단식, 재판부 기피 신청 등 온갖 수법으로 사법 심판에서 질질 시일을 끌어온 이 대표는 하루라도 빨리 대선을 치르기를 바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공직선거법 위반사건 1심에서 당선 무효 기준을 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이게 확정되면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다음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됩니다.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차기 대선에서 절대 찍고 싶지 않은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보니 이 대표가 1위라는 조사결과도 나왔습니다. 국민의힘이 다음 정권을 재창출하든 민주당이 정권을 탈환하든 상관없지만, 윤과 이와 같은 유형의 정치인이 나라를 이끌어 가지 않아야 대한민국은 전진할 수 있습니다. 정권 재창출이나 탈환보다 새로운 정치 인간형을 만들어 달라진 국회의 모습을 갖춰나가는 게 우리나라 국민과 정치의 발전을 위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이 위기가 흔히 말하는 전화위복의 결정적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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