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1쪽인 이 책을 요약해 보았다. 그것이 21쪽이나 된다. 책을 읽는다는 생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어렵다거나 지루하게 생각될지 모르겠다)
☪ 어떻게 살 만한 세상을 만들 것인가?
질문의 차원이 다르다 싶다. ‘어떻게 살 것인가?’하는 질문도 철학적인데, ‘어떻게 살 만한 세상을 만들 것인가?’하는 질문을 보면 철학적 차원을 넘어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이다. 이런 질문은 지금까지 여러 번 있었고, 그것에 답해 준 사람도 아주 많다. 공자, 맹자, 소크라테스, 플라톤, 부처님과 예수님 그리고.... 그러나 실제로 그런 세상을 만들어 준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살만하지 않아도 그냥 살아왔는지 모른다. 다만 이런 질문을 지금에 다시 하고 있다는 것은 누군가가 이 질문에 대답은 물론 그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한 것인지 모르겠다.
지금, 현재, 우리 시대에 그것에 답해 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철학자)은 누구일까? 그가 누군지는 나는 모른다. 그런 사람이 있기나 한지, 아마 그것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가 누굴일까 하고 의심하기는 할 것이다. 그 사람을 미국 메사츠세츠 공과대학(MIT) 언어학 및 철학과 명예교수이고, 에리조나대학교 언어학, 환경 및 사회정의 프로그램의 석좌교수인 ‘노엄 촘스키(N0am Chomsky)’라고 한 사람이 있는데, 그는 경제학자이고 저널리스트기이기도 한 ‘C.J 폴리크로나우’이다.
이제부터 읽을 이 책은 노엄 촘스키와 C.J 폴리크로나우 이 두 사람의 ‘대담집’이다. 옮긴이(변역)는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번역전문가로 활동 하고 있는 최유경 선생이다. 이 책은 2025년 7월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다. 책 서문을 보면 생각나는 것이 ‘질문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질문이 세상을 더 낫게 할 수는 있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프롤로그에서 저자(폴리크로나우)는 무엇을 질문할 것인가하고 그것을 제시했다. 요약하면 기후 위기, 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져온 충격, 고조되는 핵전쟁 위협과 미국 민주주의 미래에 대한 깊은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파시즘의 부상과 AI로 지칭되는 인공지능에 대해서다. 올해(2023년) 대담에 답해주는 ‘노엄 촘스키’교수는 95세로 수십 년간 언어학의 거장으로 인지과학과 심리학, 철학, 컴퓨터과학 분야에서 지대한 영향을 끼친 학자로 이미 그 명성이 높지만, 내가 몰랐을 뿐이다. 본론으로 들어가 본다.
[질문1] 최근 극우 권위주의가 1920∼1930년대 파시즘 부상과 확산보다 더 빠르게 번지고 있다고 생각되는데, 그것은 위험하지 않나요? 아니면 기후 위기가 더 위험한가요?
― 노엄 촘스키 : 앞으로 근본적인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기후위기 심각성은 되돌릴 수 없는 지점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는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은 충분히 현실적이며, 그에 따른 경고도 매우 타당하다. 70년 전 미국과 러시아가 열핵무기를 실험하면서 인류의 지능이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다는 능력으로 진보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은 제재에 강하게 반발하더라도 결국은 따르게 된다. 대표적인 예가 쿠바에 대한 미국의 제재다. 매년 유엔에서는 압도적인 반대를 받고 있음에도, 많은 국가들이 어쩔 수 없이 이를 따르고 있다. 미국과 세계무역기구는 쿠바 정부를 강제로 전복시키려는 미국의 오랜 테러와 경제적 압박 캠페인에 영향을 미칠 권한이 없다. 미국의 제재는 계속되고 있으며, 유럽은 이를 공식적으로 반대하면서도 실제로는 따르고 있다. 이것은 미국이 주도하는 ‘규칙 위반 질서’의 실질적 본질을 보여주는 것이다.
1986년 국제사법재판소는 미국의 니카라과 침공에 대해 불법으로 규정하고, 배상금 지급의 명령을 내렸다. 이에 미국의 반응은 국제사업재판소의 관할권에서 탈퇴하고, 해당 전쟁을 오히려 확대하는 것이었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질문2] 지금 세계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왜 지금에 와서 민족주의와 인종주의, 극단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일까요?
― 촘스키 : 1970년 후반까지는 불평등이 실질적으로 감소했다. 이 시기 상위 1% 소득 계층이 차지하는 전체 소득 비중은 약 9∼10%에 불과했고, 나머지 구성원들은 상대적으로 공정한 분배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상황은 급격히 바뀌었다. 짧은 기간에 상위 1%의 소득이 전체의 25%까지 치솟았으며, 하위 80%는 거의 소득증대를 경험하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는 실정이다.
[질문3] 국제 질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조차도 이란에 이어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안보 블록에 참여하고 있다. 고민이 깊어지는 워싱턴은 그것을 막기 위해 어떤 전술을 사용할까요?
― 촘스키 : 1938년 아우디에서 석유가 발견되고, 이 나라를 통제하는 것이 미국 외교 정책의 최우선 과제가 되었다. 사우디는 점차 독립적인 노선을 걷고, 더 나아가서는 중국 중심의 경제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에 반하는 다극적 체제로의 전환을 상징하는 또 하나의 중대한 움직임이다. 이것은 미국 사회와 정치 내부에 뿌리내린 자기 파괴적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
1953년 이래 이란 정부는 자국의 막대한 석유 자원을 자국민의 이익을 위해 직접 통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한 나라의 자원 개발로 인한 혜택은 자국민이 받아야 하는데, 미국과 영국 같은 강대국은 이를 용납할 수 없는 ‘일탈’로 간주한다. 실질적으로 이란을 지배해오던 영국은 제어할 힘이 없어지자, 미국에 개입을 요청했고, 미국은 이에 응답해 친미 독재자 ‘샤’정권을 세웠다. 이때부터 이란 탄압이 시작됐고, 영향은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유럽, 일본, 한국의 산업계가 미국의 목표인 중국의 발전 저지를 위해 중국이라는 핵심 시장을 포기하라는 요구에 어떻게 반응할지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 그 요구를 따른다면 그 대가는 이란이나 쿠바시장을 잃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타격이 될 것이다.
[질문4] 200년 전 ‘임마누엘 칸트’는 서로 공존할 수 있는 〈영구평화론〉을 제시했으나, 그것은 신기루처럼 도달할 수 없는 이상으로 남아있다. 그것의 전제조건은 무엇인가요?
― 촘스키 : 순진하게도 칸트는 ‘이성이 온화한 세계 정치 질서를 이끌고 영구평화를 실현할 것으로 믿었으나, 또 다른 위대한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세계 평화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게 된 그때에야 비로소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며 회의적이었다. 우리는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고 믿고 싶다. 설사 이상적인 평화에는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질문5] 최근 ‘단극 체제의 시대는 끝났다’는 발언과 함께 러시아가 주권을 수호하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다시 강조하기시작했죠? 반면, 미국 학자 ‘프렌시스 후쿠야마’같은 인물은 ‘핵전쟁 가능성은 지나치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라고 하고, 핵전쟁에 이르기 전까지는 여러 단계의 제어 장치가 존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서 핵무기를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인 걸까요?
― 촘스키 : 2017년 8월에 열린 제10차 ‘핵확산금지조약(NPT)’평가회의는 조직화된 대중이 조약의 핵심 조항, 즉 핵무기의 재앙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선의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무를 이행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국제적 노력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핵무기가 초래하는 엄청난 위협을 실질적으로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출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두 가지 문제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다면, 이러한 변화의 노력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그중 하나는 거의 완전히 잊히고 있고, 다른 하나는 ‘우리가 살 만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관심의 일부조차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우리는 강자들의 손에 쥐어진 도구처럼 그저 수동적인 관찰자로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질문6] 최근 블로디미르 젤렌스키는 CNN과의 인터부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여러 차례 우크라이나는 핵무기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한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나온 말입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가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갖추고 있는지는 불확실하지만, 그러한 선택은 결국 자멸로 이어지지 않을까요?
― 촘스키 : 완전히 자멸적인 일이죠. 핵무기 개발을 향한 첫 시도만으로도 강력한 보복을 초래할 것이고, 이후에는 갈등 수위가 점점 더 격화될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세계 지도자들이 보여주는 이성의 수준을 고려하면 그런 일이 정말로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요?
(여기서 나는 왜 김정은의 핵개발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질문7] 푸틴은 러시아가 핵 비확산 문제에 대해 대화할 의지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했지만,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은 ‘핵확산금지조약’을 뒤흔들려는 시도로 보고 있는 듯합니다. 이 문제에 대한 견해를 말해 주세요.
― 촘스키 : 여러 상황이 다음과 같은 질문을 제기합니다. 새롭게 재편되고 있는 세계 질서 속에서 진정으로 고립되고 있는 쪽은 과연 누구인가? 이것은 결코 가벼운 질문이 아니면서도 무시되어서도 안 됩니다. 권력의 중심에 가까운 곳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一帶一路는 현대에 들어서 가장 광범위한 경제·지정학적 프로젝트 중 하나로 러시아를 경유해 유럽까지 철도와 해상 경로로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이후에 유럽은 과연 워싱턴의 세계 패권 유지를 위한 절박한 시도를 지지해 온 것이 자신들에게 어떤 실질적 이익을 가져다주었는지를 근본적으로 되짚어보게 될 것은 명확합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제 미국이 전 세계적으로 일방적인 군사적·경제적 개입을 제약 없이 감행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공통된 우려를 가지고 더욱 긴밀하게 결속되고 있습니다. 미국이 자초한 이 러시아-중국 협력을 다시 갈라놓을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에 불과할 것입니다. 러시아는 과학기술 역량은 물론 풍부한 에너지 자원과 희귀 광물, 금속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구 온난화는 오히려 시베리아 농업의 잠재력을 확대시키고 있습니다. 중국은 자본과 시장, 노동력을 갖추고 있어 유라시아 전역에 걸쳐 ‘자연스러운 파트너십’의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질문8]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과 기후 위기 사이 연결지점은 정확히 무엇인가요? 각국 정부는 왜 청정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기는커녕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에 의존하려는 정책을 더 강화할까요?
― 촘스키 : 그것은 핵전쟁이라는 인류 최악의 위협에 맞서기 위한 현실적이고도 긴급한 의제로서, 충분히 논의될 수 있을 것입니다. 강조하건데 이보다 더 시급한 과제는 없습니다. 지금의 중대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강대국들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강대국들이 협력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논의도 본질적으로 무의미할 수밖에 없습니다. 눈을 뜨고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연이 ‘이제 그만’이라는 외침을 알 수가 있죠. 극심한 폭염, 대규모 홍수, 치명적인 가뭄과 심각한 물부족, 그리고 머지않아 사람이 살 수 없게 될 지경에 이를 광활한 지역들, 이 모든 것들이 그 증거입니다. 오늘날 현실은 그 어떤 상상보다도 더 심각합니다. 머지않아 야만적 자본주의사회는 어떻게 대응할 것 같나요? 최고의 두뇌를 동원하여 속도를 약간 늦출 기술을 개발한 뒤, 그 기술을 발판 삼아 더 많은 독성물질을 배출하고 수익을 극대화할 것입니다. 그 부수효과로 북극의 영구통토층에 갇혀 있던 탄소가 더욱 빠르게 방출돼 결국 생명이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할 것입니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의 과제를 ‘파리가 병 속에서 빠져나오는 길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파리는 혼란의 개념과 언어의 틀 안에서 맴도는 철학자들을 은유한 것입니다. 이와 같이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해야 할 과제 중 하나는 교육받은 엘리트들이 스스로 가둔 교조적 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며, 나아가 엘리트 계층이 만들어 낸 ‘대체 현실’로부터 일반대중을 해방시키는 일입니다. 물론 이 일은 결코 쉬운 과제는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은 앞으로 우리가 마주할 위기의 시대에 반드시 수행해야 할 과제입니다.
“당신들 부유층은 지구의 종말을 걱정하지만, 우리는 이번 달 생활비가 걱정이다.”프랑스의 노란조끼 시위에서 노동자들의 외침입니다. 삶이 극도로 불안한 이들에게 신뢰하지도 않는 과학자들이 기후위기와 미래에 닥칠 재앙을 경고한들 그것이 피부에 와닿을 리 없습니다.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일이 더 급박한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질문9] 전문가들은 ‘탄소배출이 지속될 경우 기후 시스템들이 훨씬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그러면서 ‘세계 모든 지역이 지역별, 위험 유형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심각한 기후 위험을 경험하게 될 것이며, 이는 생태계와 모든 인간에게 여러 위험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하는데, 이런 경고가 너무 놀랍지 않나요?
― 촘스키 : 극단적 사례일 수 있겠지만, 현재 지배적인 형태의 국가자본주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특히 신자유주의라고 불리는 ‘야만적 자본주의’시대에는 더욱 그것을 경험하고도 남을 것입니다. 신자유주의는 본질적으로 ‘자유시장’이라는 터무니없이 오도된 용어로 포장된 가혹한 계급 전쟁의 한 형태로써 그 실상을 보면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전쟁이 일어난다면 전쟁에서 이기는 것은 물론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이 그 과정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황금률이며, 인류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전쟁 속에서도 예외 없이 적용되어 왔습니다. 지구상 조직화 된 인류의 삶을 지키기 위한 싸움에서도 반드시 그것은 지켜지는 원칙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일찍이 에덤 스미스는 인류의 주인들은 ‘모든 것은 우리를 위한 것이다.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오늘날 관점에서 보면 이 관찰은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지만, 지금까지 절대 권력을 가진 통치자들은 자신들의 막대한 부에 손해를 입더라도 어느 정도 신하들에게 자비를 베풀 여유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자본주의 체제는 이러한 추악한 신조로부터 일탈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오직 조직화된 대중이 압력을 가해 규칙을 바꾸도록 만들 때만 추악한 신조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공공의 자원으로 나온 이익이 부유한 주주들의 주머니나 초부유층 경영진의 주식 옵션으로 가야 할까요? 아니면 사회 전체가 함께 생산한 그 성과가 좀 더 공정하게 분배되어 오랫동안 소외돼 왔던 대다수 시민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야 할까요? 이 질문은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이는 마치 지금의 우리나라 현실을 말해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질문10] 전문가들은 ‘탄소배출이 지속될 경우 모든 기후 시스템 구성요소들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연구 결과를 종합해 “가까운 미래에 심각한 기후 위험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이것은 생태계와 인간 모두에게 여러 가지 위험을 증가시킬 것이라고도 합니다.
― 로버트 폴린 교수 : 2022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405억 톤에 달했습니다. 이 중 366억 톤, 즉 전체의 약 90%가 석유, 석탄, 천연가스를 연소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입니다. 나머지 10%는 농업과 광업, 산림 벌채 등 토지이용에 따른 배출이었습니다. 평균 기온 1.5도 이내 상승으로 안정화할 합리적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50년까지 절반 수준인 200억 톤으로 줄이는 ‘넷제로’배출에 도달해야 합니다. 이것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은 탄소를 포집하는 것인데, 그것을 위한 기술은 하나뿐 ‘인공조림’이 그것입니다.
조림이 효과적인 이유는 살아 있는 나무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이죠. 이는 동시에 왜 삼림 파괴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여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시키는지를 잘 설명해 줍니다. 하지만 조림이 과연 화석연료 연소로 인해 지속적으로 배출되는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어느 정도까지 상쇄할 수 있을까? 분석에 따르면 조림의 경우 2050년까지 5∼35억 톤의 이산화탄소 감축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전체 배출량이 400억 톤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 수치는 제한적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여전히 막대한 양의 화석연료를 태우는 한 조림만으로 대기 중 탄소를 제거하는 근본적 해법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글로벌 청정에너지 전환은 저렴한 에너지를 제공할 것입니다. 미국의 에너지관리청에 따르면 2027년까지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1키로와트시(kwh) 전기를 생산하는 비용은 석탄이나 원자력의 약 절반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측합니다. 이런 전환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정치적 투쟁이 여전히 필요합니다. 겉으로 기후 위기를 걱정하는 척 하지만, 아랍에미레이트 국영 석유회사 ‘엑슨모빌’같은 화석연료 기업들은 지구를 살리겠다는 명분 아래 자신들의 이익을 기꺼이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합니다.
[질문11] 세계 정치사의 흐름을 감안하면 다소 비관적이지만, 비이성적이라고만 할 수 없는 이런 견해에 대해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 촘스키 : 언제나 그렇듯이 가장 가혹한 대가는 부유한 국가의 가장 취약한 계층과 그 너머 가난한 국가들, 특히 개발도상국의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됩니다. 그 여파는 라틴아메리카의 ‘잃어버린 수십 년’에서 유고슬라비아와 르완다의 사회질서 붕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이후 발생한 수많은 참사의 주요 배경이 되었습니다. 그 이면에는 ‘추악한 원칙’이 작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원칙이란 바로 노동자들끼리 경쟁을 유도하고 자본에는 막대한 특혜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자유무역협정’이라고 불렀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죠. 야만적인 자본주의 체제가 인간의 생존에 거의 희망을 주지 못하는 것은 이제는 이성적으로 내릴 수 있는 결론이기도 합니다. 역사를 돌아보면 인간의 본성에 부합하는 것들이 시대에 따라 크게 달라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정상으로 여겨졌던 행동들이 오늘날 공포를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이런 사실은 먼 과거가 아닌 최근의 역사에도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질문12] 2030년까지 전 세계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 40% 이상 감축해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정치적으로 아무런 대응도 못 하는 이 상황을 극복하고 이를 달성할 수 있는 충분한 글로벌 자본과 유동성이 있을까요?
로버트 폴린 : 매년 전 세계 GDP의 약 2.5%를 신생에너지에 투자해야 합니다. 이 수치는 코로나 봉쇄기간 동안 선진국들이 경제회복을 위해 GDP의 25%를 투입했던 것과 비교하면 훨씬 적은 규모입니다. 2022년 화석연료 보조금이 두 배 증가하여 1조 1천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이 막대한 자금을 계속해서 석유 기업들의 가격 조작과 이윤 추구를 지원하는 데 쓰기보다는 신생에너지 소비와 투자로 전환한다면 필요한 엄청난 청정에너지 전환자금의 거의 절반을 충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부가 보증하는 안전투자방식은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도모하는 동시에 월스트리트식 무분별한 투기를 조장하는 대신에 전 세계 기후 안정화 프로젝트에 자본이 흐르도록 유도하는 중요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여기까지 읽으면서 ‘살만한 세상은 여전히 가능한가?’라는 질문에도 답을 찾아보고자 했다고 생각해 본다. 이상 제1부 ‘시대의 경고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였으며, 이제는 제2부 ‘전쟁의 구조, 전쟁과 세계 질서의 균열’에 대해서다. 전쟁의 본질은 ‘누가 옳은가가 아닌 왜 전쟁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접근하기도 한다. 전쟁을 읽는 방식이 곧 우리가 평화를 상상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질문13]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외교적 해법으로 종식이 가능할까요? 장기전으로 가고 있는데도 갈등이 완화될 수 있을까요? 당사국 사이에는 공동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어떤 조건조차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말입니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24일 침공 이전의 국경선으로 복귀하는 방안을 절대 수용하지 않겠다고 하는 입장입니다.
― 촘스키 : 주목할 점은 러시아가 미국과 영국이 과거 전쟁에서 활용했던 방식, 그리고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서 적용한 전술 방식을 채택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이 전략은 통신망, 교통 체계, 에너지 공급 등 사회핵심 인프라를 재래식 무기로 신속하게 파괴함으로써 저항능력을 조기에 무력화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 방식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이후 워싱턴은 중대한 결정을 내립니다. 러시아 국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전쟁을 지속하도록 놓아두기로 한 것이죠. 이를 위해 평화협상 가능성을 배제하고 위험한 선택을 했습니다. 예상대로 푸틴은 전쟁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처음부터 최근까지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반 시설을 체계적으로 타격하고, 동부지역에 대한 군사작전도 한층 강화하고 있습니다. 사회기반을 타격하는 전략으로 전환한 점은 분명히 규탄받을 만합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과거 서구 국가들이 이 전략을 실행했을 때 국제 커뮤티니는 특별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예상한 결과였습니다.
미국은 에너지 및 군수 기업들이 큰 이익을 얻고 있는 반면에 유럽은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 중단과 미국 주도의 제재 조치로 인해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의 경제 중추인 독일 산업이 그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그 너머 상황들이 더 악화되기 전에 지금이야말로 외교적 선택지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전문가들이 이렇게 말 한지 어느듯 4년이 지났다)
[질문14]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 동맹은 오히려 결속하는 계기를 제공했습니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오랜 중립 정책을 접고 나토에 가입했고요. 인도주의 위기는 물론 에너지 가격을 폭등시키고 러시아는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존재가 되었습니다. 노엄, 당신은 침공 첫날부터 이를 ‘범죄적 침략행위’라고 명확히 규정했습니다. 그것은 미국의 이란 침공이나 그전의 이라크 침공, 히틀러-스탈린의 폴란드 침공에 비견하기도 하죠. 만약에 푸틴의 이 군사적 모험이 장기전으로 이어질 것을 알았다면 과연 침공을 다시 생각해 보았을까 궁금해집니다.
― 촘스키 : 미국 정보기관은 러시아가 키이우를 손쉽게 장악하고 친러 정권을 세울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동조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한 예측실패로 드러났죠. 푸틴은 외교적 제안을 냉소적으로 거부했으며, 그 결과 자국에 엄청난 대가로 돌아왔습니다. 나토의 동쪽 확장은 고프바초프와 했던 명확하고 확고한 약속 위반이고, 이로 인해 위협을 느낀 러시아는 지난 30년간 반복해서 강조해온 러시아의 인식이죠. 지난 2008년 조지 W 부시가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검토라는 무모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 ‘워싱턴 포스트’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침공 전에 러시아의 입장을 밝혔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나토가 동쪽으로 확장하지 않겠다는 확실한 보장이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 기사 어디에도 백악관이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문제와 관련해 구체적인 타협안을 제시한 흔적은 찾을 수 없다.”라고 했다.
미국과 나토의 도발은 지금의 전쟁 직전까지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단순히 협상을 방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크라이나를 나토의 군사 지휘 체제에 통합하려는 계획을 더욱 확대해 나갔습니다. 미국 군사전문 저널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사실상 나토 회원국처럼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계의 대다수 국가들은 여전히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침략을 비난하면서도 정상적인 외교 관계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 미국과 영국이 아무런 도발 없이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도 서방국가들은 이를 비판하면서도 침략국들과는 외교관계를 끊지는 않았던 것과 유사합니다.
[질문15] 러시아가 처음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고전하게 된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보시나요? 러시아는 여전히 키이우에 비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원한다면 언제든지 전쟁의 승리을 선언할 수 있다고 하는 말에 동의하시나요?
― 촘스키 :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을 자국 전역, 즉 크림반도를 포함한 모든 영토에서 몰아낼 수 있다고 반복해 주장해 왔습니다. 그것이 현실화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푸틴은 그 상황에서 조용히 물러나 가방을 싸게 될까요? 아니면 많은 이가 우려하듯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기존에 보유한 무기들을 더 많이 사용할까요? 미국은 푸틴이 물러날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이 전략은 단지 우크라이나인들의 생명뿐 아니라 더 광범위한 인류적 위협을 담보로 한 도박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푸틴 대통령이 아지까지 서방 관료들을 충격에 빠뜨릴 만한 방식으로 전쟁을 확대하지는 않았지만, 가장 위험한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한 《뉴욕타임스》보도를 무시하는 것일까요.
[질문16] 중국과 인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오히려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늘려왔고 그것도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해 왔다. 그런 점에서 두 나라가 유럽연합의 제안을 받아들일까요? 만약 두 나라가 서방을 압력에 굴복해 이 제안을 수용한다면 그로 인해 초래될 정치적 파장은 무엇일까요?
― 촘스키 :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외교적 중재 시도를 말 그대로 마지막 ‘선물’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거부함으로써, 유럽은 스스로 미국의 영향권 안으로 들어간 셈이 되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미국의 대서양주의 패권 프로젝트 즉 북미와 유럽간 연대강화에 커다란 호재로 작용했습니다. 미국은 80년 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으로부터 글로벌 패권의 바통을 넘겨받고, 이후 영국의 식민지 야망을 훨씬 뛰어넘는 영향력을 추구해 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목표는 상당부분 실현해 냈습니다.
브릭스 즉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간의 경제 협력 동맹이라고 있습니다. 오늘날 주목할 점은 중국이 이 다국적인 세계 질서를 새롭게 정립하려는 움직임의 중심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질문17] 시간이 지날수록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망은 암울해 보입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평화 정착을 위한 조건을 제시했지만, 모스크바는 ‘지금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거부했습니다. 전쟁이 어떤 방식으로 마무리될지 짐작해 볼 수 있는 역사적으로 유사한 전례가 있나요?
― 촘스키 : 역사적으로 유사한 사례는 무수히 많습니다. 아프카니스탄, 예멘, 리비아, 가자지구, 콩고, 소말리아 등은 모두 미국과 그 동맹들이 주도했거나,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분쟁지역들로 이들 대부분은 현재까지도 비극적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들은 언제나 문제의 원인이 ‘우리’가 아니라 ‘그들’에게 있다는 전제가 암묵적으로 깔려 있었던 것입니다.
만약 러시아가 이후 미국·영국 전쟁방식으로 전환하여 우크라이나의 기반 시설, 에너지, 통신, 사회 기능의 핵심을 직접 타격한다면 과연 우크라이나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이미 우크라이나는 심각한 경제적·인도적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사람들이 대규모로 우크라이나를 떠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호리우냐(통화)를 유로나 달러로 바꾸어 나가게 된다면 국가 통화의 급격한 평화절하가 이루어 질 수 있다”고 우크라이나 중앙은행 관계자가 말하기도 합니다.
[질문18] 독일 총리(슐츠)는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러시아 제국을 재건하려는 전략적 시도의 일환으로 보기도 하면서 러시아가 패배한 이후라야 비로소 모스크바와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유럽은 새로운 냉전 국면에 휘말린 걸까요? 더 나아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국, 나토와 러시아 간 대립은 사실상 냉전이 완전히 끝난 적이 없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은 아닐까요?
― 촘스키 : 소련이 붕괴되면서 냉전은 일시 종료되었습니다. 당시 코르바초프와 조지 W 부시간 협상, 특히 독일의 통일과 관련해 논의는 냉전 유산에서 벗어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죠. 그러나 그 희망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냉전의 종식이 단지 일시적으로 이데올로기적 장벽을 걷어냈을 뿐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수십 년간 모호하게 덮어 두었던 사실과 달리 중동의 복잡한 문제들은 더 이상 크렘린 탓으로 돌릴 수 없는 것입니다. 그 대신 미국이 오랫동안 가장 우려해 온 위협, 즉 독립적인 민족주의야말로 중동의 불안정의 진정한 원천이라는 인식이 분명해졌습니다.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사라졌음에도 이 위협 인식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명분이 필요해졌을 뿐이죠.
공식적인 냉전은 종식되었습니다. 조지 부시는 미하일 코르바초프에게 한 약속을 지켰지만, 빌 클린턴은 즉시 그 약속을 뒤집고 분명하고도 확고했던 합의를 어기며, 나토를 러시아 국경까지 확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클린턴의 국내 정치요인, 특히 폴란드계 유권자들을 의식한 것이었다고 친구였던 보리스 엘친에게 설명했죠.
[질문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미국과 독일은 무기 지원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토와 미국의 다음 수순은 무엇일까요?
― 촘스키 : 답은 명확하죠. 바로 상황이 비극적으로 악화되기 전에 전쟁을 종식시키는 진지한 시도입니다. 비극적 악화란 우크라이나가 철저히 파괴되어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2023년 2월 기준 유엔은 우크라이나에서 7,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보고했지만, 실제보다는 낮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수치를 배로 늘려도 1982년 미국의 지원 아래 이스라엘이 감행한 레바논 침공 당시 사망자 수에 겨우 접근합니다. 만약에 30배로 들인다면 미국이 ‘사소한 일쯤’으로 여겼던 도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 중앙아메리카에서 자행된 대량학살의 희생자 수에 겨우 이릅니다.
현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단기간 내 화해할 가능성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는 국제 외교의 역사에서 새로운 일은 아닙니다. 지금의 흐름을 보면 외교적 노력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으려는 방어적 시도로 폄하되거나 왜곡되어 인식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대신 상대방을 악마화하고 비난하는 접근이 더욱 선호되고 있으며, 이와 함께 선과 악의 우주적 대결이라는 과장된 修辭가 번번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수사방식은 미국이 과거 세계 각지에서 벌여 온 개입을 지켜봐 온 이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풍경입니다.
“결정적 순간에 세계 최강국인 미국이 무기력하고 한심한 거인처럼 행동한다면, 전체주의와 무정부 세력은 세계의 자유국가들과 자유제도를 위협하게 될 것이다.”닉슨이 캄보디아를 초토화하던 당시 외쳤던 말이다. 이처럼 반복되어 온 수사는 오늘날도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되풀이 되고 있습니다.
[질문20] 실제로 위협을 가하는 주체는 누구인가요? 러시아가 유럽에 위협을 가하는 것인가요? 아니면 나토가 러시아에 위협을 가하는 것인가요? 점점 확대되는 유럽의 ‘나토화’는 세계 평화 안보에 어떤 의미를 지니나요? 결국 제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보시나요?
― 촘스키 : 러시아와 중국의 방해로 군비통제 체제가 위험에 처했다고 한탄하는 말이 있지만, 사실 그 체제를 파괴한 주범은 바로 부시 대통령과 1기 트럼프 대통령 임기 동안에 미국이라는 점은 언급되지도 않습니다. 이러한 사실들이 나토의 이른바 ‘역사적’전략 개념 발표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는 것은 놀라운 일도 아닙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핵무기금지조약’에 서명한 국가들이 나토 정상회의를 열었고, 이로 인해 중대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미국이 중국 포위를 목적으로 무장을 지원해온 아시아 전초기지 국가들을 처음으로 나토 회의에 참석하게 한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폴란드에선가에서 개최된 여기 김건희 여사와 같이 가 참석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안에 담긴 제국주의의 함의는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자명할 것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 할 말이 많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겠습니다.
“과거 제국주의 러시아는 핀란드와 폴란드를 지배한 적이 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 제국은 중부유럽 깊숙이 동독까지 포함하는 지역을 통치한 적이 있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우크라이나에서 그를 막지 못한다면, 푸틴의 제국주의적 야욕은 반드시 더 확장될 것이다.”미국의 싱크탱크로 통하는 피터 디킨슨의 주장이다.
푸틴은 ‘옛 소련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고, ‘최근 역사에서 우리는 소련 해체 이후 독립한 나라들의 주권을 존중해 왔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도 “최소한 파트너십만 유지했어도 누가 무력을 쓰자고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주민들의 권리, 러시아 언어와 문화가 존중받았더라면 크림반도 전쟁 같은 사태는 애초에 시작되지도 않았을 것이다.”라고 했죠.
지난 30년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두 나라 갈등의 핵심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였습니다. 이 사안이 얼마나 민감한지 미국의 고위 관료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과 가까웠던 보리스 옐친은 소련 해체 당시 미하일 코르바초프에게 나토를 확장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놓고 그 약속을 저버리자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코르바초프 역시 이런 상황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러시아의 위협은 단 하나, 나토가 러시아 국경까지 접근할 경우 자국의 방어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뿐입니다.
국제법상 가장 중대한 범죄 중 하나는 무력을 통해 점령한 영토를 자국 영토로 합병하는 행위입니다. 대표적 사례가, 모로코는 국제사법재판소 판결을 무시하고 서사하라를 합병했습니다. 또 이스라엘은 유엔안보리의 만장일치 결의를 어기고 시리아의 골란고원과 동예루살렘을 자국에 편입시켰습니다. 이 두 사례 모두 미국의 지속적인 지지를 받아왔고,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공식 승인했으며, 바이든 행정부 역시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하거나 심지어 언급하는 목소리조차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질문21] 중국은 나토 회원국들의 이익과 안보에 더해 ‘안보적 도전’으로 간주되지만, 적대국으로 규정되지는 않았습니다. 용어 문제는 접어두더라도 서방이 과연 점점 확대되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 행사를 실제로 저지할 수 있을까요? 나아가 근본적으로 단일 강대국이 지배하는 단극 체제가 양극체제나 다극 체제보다 세계평화에 안전한 구조일까요?
―촘스키 : 미국은 중국의 세계적 역할을 제한하고 그 발전을 저지하려는 의도를 상당히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안보적 도전’의 본질이죠. 중국의 一帶一路는 대규모적 다차원 프로젝트입니다. 이는 유라시아 대륙 대부분을 중국 중심의 경제·기술 체계로 통합하려 하며, 그 범위는 중동과 아프리카, 심지어 미국의 전통적 영향권인 라틴아메리카까지 확장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를 일종의 ‘범죄적 왓어바우티즘’의 관정에서 바라보자면, 미국은 전 세계에 약 800개의 군사 기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지는 단지 ‘방어’를 위한 목적만은 아닙니다.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전역에서 수백 건에 이르는 ‘저강도 대리전’을 가능하게 합니다.
어떻게 하면 세계평화를 가장 효과적으로 증진시킬 수 있을까?는 좀처럼 제기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국가마다 저마다 평화를 말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아돌프 히틀러조차도 자기 나름의 평화를 주장했죠. 미국에 평화란 곧 자국이 정한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따르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른 국가들도 나름의 기준을 내세웁니다. 세계 대부분 국가는 그 틈에서 힘센 코끼리들이 밟고 지나가는 풀처럼 존재할 뿐입니다.
[질문22]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안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나토가 최고 수준의 기준을 세우겠다고 천명했습니다.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 전쟁과 무기가 동원된다니, 이보다 더 든든할 수가 없네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촘스키 : 군사비는 우리가 직면한 재앙에 두 겹으로 기여합니다. 첫째 엄청난 자원이 인간 생존의 최소 조건을 파괴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고, 둘째 그렇게 쏟아붓는 자원 때문에 정작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들이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미래를 파괴하는 데 투입되는 비용이 미래를 준비할 기회를 송두리째 앗아가고 있는 셈이죠. 우리는 닥쳐올 재앙을 막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협력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아직은 그것이 가능합니다. 그렇지 못한다면 인류라는 이 거대한 실험은 결국 비참하고 초라하게 막을 내리게 될 것입니다. 선택은 그만큼 단순합니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보다 본질적인 문제입니다. 미국의 정책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점이죠. 러시아를 심각하게 약화시키기 위해 전쟁을 계속해야 한다는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수용해야 할까요? 아니면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 나아가서 전 세계 다수의 목소리에 동함해, 이 끔찍한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미국에 압력을 가해야 할까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그들 두 나라에 국한된 비극이 아닙니다. 더 큰 참화가 전 세계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선택은 그만큼 중요합니다. - 6.18 09:00
정말 세계적인 석학의 이야기를 한 참 들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 번 더 이 책의 광고를 본다.
“지금 필요한 건 숨겨진 맥락과 의미를 읽어내는 통찰이다.
·기후 위기와 생태 파괴
·전쟁과 세계 질서의 균열
·경제적 불평등과 신자유주의의 패배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의 위기
지금껏 누구도 이렇게 명쾌하지 못했다.
촘스키는 냉철한 분석과 따뜻한 인간애로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의 ‘뿌리’를 드러내고
단순한 해결책을 넘어선 ‘행동의 방향’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