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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시오솔길

[스크랩] [좋은 시] 김남조의 [후조(候鳥)]

작성자그리움의 향기|작성시간26.06.09|조회수1 목록 댓글 0

후조(候鳥)

김남조

 

당신을 나의 누구라고 말하리

마주 불러볼 정다운 이름도 없이

잠시 만난 우리

이제 오랜 이별 앞에 섰다.

 

갓 추수를 해들인 허허한 밭이랑에

노을을 등진 긴 그림자 모양

외로이 당신을 생각해 온 이 한 철

 

삶의 백가지 간난을 견딘다 해도

못내 이것만은 두려워했음이라

눈 멀듯 보고지운 마음

신의 보태심 없는 한개 그리움의

벌이여 이 타는듯한 가책

 

당신을 나의 누구라고 말하리

나를 누구라고 당신은 말하리

 

우리 다같이 늙어서 정복한

어느 훗날에

그 전날 잠시 창문에서 울던

어여쁘디 어여쁜 후조라고나 할까

 

옛날에 그 옛날에

이러한 사람이 있었더니라.....

 

애끊는 한 마음이 있었더니라

이렇게 죄없는 얘기거리라도 될까

 

우리들 이제

오랜 이별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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