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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닿은 시조

자개농을 닦는 시간 / 이태정

작성자김덕남|작성시간26.06.05|조회수18 목록 댓글 0

자개농을 닦는 시간 

 

이태정

 

 

검푸른 옻칠 위에 세워진 집이 있다

사립문 사이로 바람이 들어오면

햇살은 더 둥글게 앉아 그늘을 거두는 곳

 

지붕 위 열린 박이 문패처럼 달려 있는

살뜰한 보금자리 닳도록 닦아 내면

겹겹이 은빛 물결로 환한 천지 이룬다

 

비긋이 주저앉은 서랍 속 사진 한 장

놓치듯 두고 간 빛바랜 추억들도

꽃 자수 곱게 핀 행주로 가지런히 닦는다

 

 

- 《가히》 2026.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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