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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닿은 시조

왕의 이름 / 김영란

작성자김덕남|작성시간26.06.05|조회수6 목록 댓글 0

왕의 이름 

 

김영란

 

 

왕이면서 누군가의 아들이고 싶었을

그 얼굴 떠올리면 강물이 먼저 흐른다

섬 아닌 섬에 갇혀서 하루하루 서성였을

 

바람에게 말 걸고 갈대에게 대답 들으며

자기 이름을 한 번쯤 불러도 보았겠지

누군가 물 건너에서 답해줄 것만 같아서

 

저녁은 일찍 내려와 어린 그림자 길게 눕히고

바람 불면 흔들리고 해 지면 어두워질 뿐

짧은 생 풀잎처럼 눕고 일어나지 못했지

 

강은, 끝내, 다정하지, 않았다

차마 흔들지 못한 손 가슴속에 남기고

왕이라 불리던 날들 물비늘로 부서진다

 

 

- 《유심》 2026.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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