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지 않는 달
- 소설 『토지』 속 봉순이의 말
한분옥
봉순아 네가 정녕 나를 부른 것이냐
이 몸이 부른다고 허위단심 오실 리야
길 잃은 달그림자만 머문 듯이 흩습니다
인연이라 말하자니 언약이 서느럽고
언약을 두자 해도 모진 것이 인연이라
서로를 놓지 못한 채 저녁놀이 탑니다
평사리 들녘 건너 바람은 댓잎을 치고
아슴한 눈길 끝에 서리 앉은 가을 달빛
천지는 하마 저물어 가야 할 길 멉니다
떨리는 어깨 위로 따스히 내린 손길
오히려 이 마음엔 세상 끝보다 멀어
갈 길도 돌아갈 길도 가뭇없이 지웁니다
- 《유심》 2026.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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