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문희숙
변해가는 이목구비를 애써 못 본 척한다
꽃이라 핀 순간이 태양에 스러지고
바람에 떠밀려가는 이 길을 애도하며
번쩍이던 쇠 향로도 녹나고 기우는데
이름을 물에 씻은 해변의 잔해들처럼
대지 위 고집들 함께 무릎이 낮아진다
모든 길은 발 아래 있다*는 말을 앓으며
거듭되는 소멸과 순환 뒤 선명해지는
그 앞에 바닥이다가 천정이다가 흙이란,
* 영화 'Lighting Up the stars'에서
- 《시조21》 2026.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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