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창작강의 - (75) 시는 무엇을 표현하는가 – ④ 시는 가치 있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 시인 이형기
시는 무엇을 표현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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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시는 가치 있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
《논어》의 〈야화편(陽貨篇)〉에는 공자가 아들 백어(伯魚)에게 “시를 배우지 않으면 그 마음은 마치 담벼락을 보고 마주 선 것과 같다”고 말했다는 구절이 나온다. 담벼락을 보고 마주 선다는 것은 융통성 없는 답답한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물론 그런 사람은 감정이 메말라서 그 마음 또한 볼품없이 막혀 있는 사람이 아닐 수 없다. 돈만 아는 사람, 권세만 추구하는 사람, 자기 한 몸의 동물적인 욕망에만 사로잡혀 우주와 인생의 그 도처에 널리 가득 차 있는 무수한 다른 가치들로부터 동떨어져 있는 사람을 쉽게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시와 감정, 시와 마음의 상관관계를 공자는 우리에게 다시금 일깨워 주고 있다.
그러나 시가 감정을 표현한다는 말이 꼭 시가 감정만을 표현한다는 뜻은 아니다. 감정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저속하거나 무가치한 감정은 배제하고 의미 있는 감정, 가치 있는 감정을 표현해야 비로소 시가 시다워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차원 높은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철학적 명상과 지적 사고(思考)를 쌓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표현의 효과를 드높이기 위한 기술적 고려는 오히려 우리에게 감정의 억제를 요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시대의 발달이 인간에게 더 많은 지적 활동을 촉구하고 있다는 사실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현대인의 정신에서 지적 사고는 일찍이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마음의 거울인 시가 우리 시대의 현실적인 인간의 삶을 도외시한다면 그건 시가 아닌 것이다.
우주와 인생, 그 모두를 마음의 눈, 즉 가장 인간적인 눈으로 비추는 것이 시이다. 그때의 그 마음속에는 물론 시대가 요구하는 현저하게 증대된 지적 사고도 녹아 있어야 한다. 시는 감정 표현을 내용의 기본 특성으로 하되, 사물과 세계에 대한 지적 분석과 비판 정신도 아울러 수용하는 문학 양식인 것이다.
< ‘이형기 시인의 시쓰기 강의, 새로운 형식의 시쓰기 비법(이형기, 문학사상, 2020)’에서 옮겨 적음. (2020.10.02. 화룡이) >
[출처] 시창작강의 - (75) 시는 무엇을 표현하는가 – ④ 시는 가치 있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 시인 이형기|작성자 화룡이의 행복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