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꽃씨로 찍는 쉼표
꽃씨로 찍는 쉼표 ― 이은규(1978∼ )
먼 이야기
어느 왕에게 세 명의 아들이 있었지
왕은 그들에게 꽃씨를 나눠주며
가장 잘 간직한 사람에게 왕위를 물려준다 했지
간직이라는 말에 방점을
첫째 아들은 바람 한 줄기 없는 금고 속에 꼭꼭
숨겨두었고
둘째 아들은 꽃씨를 팔아 더 귀한 꽃씨를 샀다
셋째 아들은 꽃씨에 오래 귀를 대고 있다 심고
가꿨다는 이야기
지금 꽃씨는 어디 있느냐는 물음에
저 허공 속에 있다고 답했다는 셋째 왕자
바람이 간직하고 있다는 말
꿈에 사막을 걷다
쉼표 모양으로 끝이 살짝 삐친 꽃씨를 심었다
시 창작은 직업이 못 된다. 시를 써서는 생계를 유지할 만큼 돈을 벌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시인은 시가 돈이 안 된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게다가 거의 대부분의 시인이 경제관념과 거리가 멀다.
시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생각해보면, 이들이 돈과 가깝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있다.
시인은 꿈을 꾸는 사람이다.
최첨단 도시에서 악몽을 꾸는 시인도 있고, 미풍 속에서 고운 꿈을 꾸는 시인도 있다.
악몽이든 길몽이든 모든 시인은 저마다의 꿈을 꾼다.
돈을 꿈꾸지 않고 꿈을 꿈꾼다는 점에서 이들은 비현실주의자이고,
엉뚱한 사람들이며, 이해하기 어려운 부류이다.
그러나 그 상상의 꿈속에서 우리는 낯설고 익숙한 빛,
혹은 희망, 또는 에너지를 발견하기도 한다.
이은규 시인은 세상에서 만나는 장면을 꿈꾸는 듯 그려내는 시인이다.
시인의 꿈속에서 한 왕은 세 명의 왕자에게 세 개의 꽃씨를 물려주었다.
그리고 세 명의 왕자는 각자 다른 방식으로 물려받은 유산을 간직했다.
첫째 아들의 방식은 유지와 계승을 중시하는 구시대적 방식,
둘째 아들의 방식은 경제 논리를 따르는 근대적 방식을 상징한다.
그리고 시인은 셋째 아들의 방식을 지지한다.
귀를 기울여 꽃씨의 마음을 듣고, 그 물음에 응답하는 방식.
꽃씨를 오용하지 않고 꽃씨가 지닌 뜻에 따르는 방식.
그것이 지닌 가능성을 내일로 연장시키는 방식.
이 셋째 아들의 방식은 현재를 구하지 않고 미래를 구한다.
이것이 효율적이지는 않지만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시는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진정, 시인들이 꿈꾸는 방식이고 이유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동아일보 2017.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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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규의 「꽃씨로 찍는 쉼표」는
꽃씨를 중심으로 한 상징과 비유를 통해 삶의 철학적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입니다.
시 속 꽃씨는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며, 작품 전체의 주제를 형성합니다.
주요 특징과 분석을 살펴볼게요:
주요 소재와 상징
꽃씨
상징적 의미: 꽃씨는 생명, 가능성, 창조를 상징하며, 각 왕자들의 행동에 따라 다른 의미로 변화합니다.
역할: 첫째 왕자의 금고 속 꽃씨는 보존을, 둘째 왕자의 거래된 꽃씨는 변화와 가치 추구를, 셋째 왕자의 심고 가꾼 꽃씨는 창조적 성장과 바람과의 연결을 상징합니다.
바람
상징적 의미: 바람은 자유와 자연의 힘을 상징하며, 꽃씨의 보존과 생명을 이어가는 역할을 맡습니다.
역할: 셋째 왕자가 "바람이 간직한다"고 답하는 순간, 꽃씨의 의미가 개인적 소유를 넘어 자연과의 조화로 확장됩니다.
쉼표 모양의 꽃씨
상징적 의미: 쉼표는 잠시 멈춤과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며, 꽃씨를 통해 삶의 잠재성과 전환점을 표현합니다.
역할: 화자가 사막에서 쉼표 모양 꽃씨를 심는 장면은 새로운 시작과 가능성을 암시합니다.
시의 구조적 특징
단락 구성: 왕자들의 이야기와 사막의 꿈이라는 두 개의 주요 흐름이 교차하며, 꽃씨의 의미를 다각도로 탐구합니다.
질문과 답변: "지금 꽃씨는 어디 있느냐"라는 질문과 셋째 왕자의 답변이 중심적 메시지를 전달하며, 독자로 하여금 의미를 깊게 생각하도록 만듭니다.
- 철학적 메시지
소유의 의미: 첫째와 둘째 왕자가 꽃씨를 소유하는 방식과 셋째 왕자가 심고 가꾼 방식은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연결됩니다. 시는 소유보다 자연과의 조화와 창조적 행위를 강조합니다.
자연과 인간의 연결: 바람이 꽃씨를 간직한다는 말은 개인적 소유를 넘어 자연과의 조화로 확장된 삶의 철학을 제시합니다.
이 시는 간단한 이야기를 통해 깊은 철학적 메시지를 전하며, 독자에게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