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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연 시인의 방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바닥에서도 아름답게

작성자하지연 (하현식)|작성시간25.03.27|조회수33 목록 댓글 0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바닥에서도 아름답게

 

 

바닥에서도 아름답게 ― 곽재구(1954∼ ) 
  
사람이 사람을 
사랑할 날은 올 수 있을까 
미워하지도 슬퍼하지도 않은 채 
그리워진 서로의 마음 위에 
물먹은 풀꽃 한 송이 
방싯 꽂아줄 수 있을까 
(…) 
미쟁이 토수 배관공 약장수 
간호원 선생님 회사원 박사 안내양 
술꾼 의사 토끼 나팔꽃 지명수배자의 아내
창녀 포졸 대통령이 함께 뽀뽀를 하며 
서로 삿대질을 하며 
야 임마 너 너무 아름다워 
너 너무 사랑스러워 박치기를 하며 
한 송이의 꽃으로 무지개로 종소리로 
우리 눈뜨고 보는 하늘에 피어날 수 있을까

  
시인 곽재구는 울림이 굵은 시를 쓴다. 기교 없이 뜨끈뜨끈한 시를 쓴다.

그래서일까. 그의 시 중에는 가슴이 물컹해지는 작품이 무척 많다.

그런데 조금 억울하게도, ‘사평역에서’의 인지도에 밀려 다른 작품들이 덜 회자되는 감이 있다.

다시 생각해봐도 시 ‘사평역에서’가 참 명작이기는 하다.

추운 겨울에 읽어보라. 가만히 있어도 발가락이 시려오면서, 마음에 서리가 핀다.

스산하게 쓸쓸한 분위기가 압권이다.

그 작품은 겨울로 미뤄두기로 하고 오늘은 곽재구 시인의 다른 시를 추천한다.

찾아보니 이 시를 애송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숨은 애독자가 많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이 시는 마음먹고, 작정하고, 대놓고 인간적인 세계를 지지한다.

아주 확실히 지지한다.

‘사랑이 밥 먹여 주냐, 인간성이 좋으면 손해나 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선포한다. 아주 확실히 선포한다. 곽재구 시인은 머뭇머뭇하지 않는다.

인간은 당연히 인간적이어야 한다고, 그는 독립군이 독립을 믿듯이 믿는다.

이때의 사랑은 내 딸이나 연인에 대한 나의 사랑이 아니다.

인간이 인간에게 가지는 응당의 사랑, 사람을 사람이게 하는 당연의 사랑을 말한다.

희망이나 인권 따위는 호모 사피엔스의 허구일 뿐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 앞에서 사랑 타령은 철 지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철 지났다는 말은, 오래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장시간 지지되었다는 뜻과도 같다.

상상해보면 너무 좋다.

미장이와 대통령이 서로 네가 더 사랑스럽다 칭찬하는 사회.

지위가 아니라 인간이 먼저인 사회. 허구에 불과하다고 해도 떠올리면 뿌듯하다.

그러면 된 거다. 시는 된 거다.  
  
나민애 문학평론가(동아일보2017.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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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구의 「바닥에서도 아름답게」

인간 사회의 조화와 화해, 그리고 사랑에 대한 희망을 담은 작품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직업들을 통합적으로 그려내며 이상적인 화합과 연대의 가능성을 탐구합니다.

이 시의 주요 특징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주요 주제

  1. 사랑과 화해

    • "사람이 사람을 사랑할 날은 올 수 있을까" → 미움과 슬픔을 초월한 순수한 사랑의 가능성을 묻고, 인간 사이의 화합을 갈망합니다.

    • "물먹은 풀꽃 한 송이 방싯 꽂아줄 수 있을까" → 단순하지만 따뜻한 행위를 통해 서로를 위로하고 사랑할 수 있는 세상을 상상합니다.

  2. 다양성 속의 연대

    • "미쟁이, 토수, 배관공, 약장수"와 같은 다양한 직업과 역할은 인간 사회의 모든 계층과 직업이 평등하게 사랑과 연대의 대상으로 포함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 "대통령, 지명수배자의 아내, 창녀, 포졸" → 상반되거나 대립될 수 있는 사람들이 함께 웃고 서로를 사랑하는 모습을 통해 조화로운 공동체를 제시합니다.

표현 기법

  1. 열거법

    • 다양한 사람과 직업의 나열은 사회적 계층과 직업의 다양성을 강조하며, 모두가 평등하게 사랑받을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2. 반복

    • "사람이 사람을 사랑할 날은 올 수 있을까", "피어날 수 있을까" → 반복을 통해 화자가 간절히 희망하는 이상적 세상을 강조하고, 독자에게 강렬한 정서를 전달합니다.

  3. 대조적 표현

    • "미워하지도 슬퍼하지도 않은 채" →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난 상태를 이상적 사랑으로 대조하여 인간 관계의 궁극적 목표를 드러냅니다.

  4. 상징

    • "풀꽃 한 송이", "한 송이의 꽃으로 무지개로 종소리로" → 평화와 희망, 사랑의 상징으로 등장하며, 이상적인 사회를 구현하는 매개체 역할을 합니다.

철학적 메시지

이 시는 다양한 사람들의 화합과 사랑을 통해 새로운 사회적 이상을 제시하며,

서로의 차이를 넘어서 조화로운 공동체를 이루는 가능성을 탐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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