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59〉할머니 꽃씨를 받으시다
| 할머니 꽃씨를 받으시다 ― 박남수(1918∼1994) 할머니 꽃씨를 받으신다. 방공호 위에 어쩌다 된 채송화 꽃씨를 받으신다. 호 안에는 아예 들어오시질 않고 말이 숫제 적어지신 할머니는 그저 노여우시다. (중략) 글쎄 할머니, 그걸 어쩌란 말씀이시오. 숫제 말이 없어지신 할머니의 노여움을 풀 수는 없었다. 할머니 꽃씨를 받으신다. 이제 지구가 깨어져 없어진대도 할머니는 역시 살아 계시는 동안은 그 작은 꽃씨를 털으시리라. 너무 많은 일을 해서 몹시 지쳐 있으면 위로를 바라는 마음조차 가질 수 없다. 무슨 바람을 가질 힘조차 없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일을 했는데도 아직 일이 한참 밀려 있으면 손발이 잘 움직이질 않는다. 생각만큼 잘 해내지 못하는 나를 탓하게만 된다. 사무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일상은 잔잔해 보인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그 내면에도 절망은 수시로 찾아온다. 그럴 때 갑자기 찾아오는 위로는 감사하다. 나무 아래를 지나는데 갑자기 꽃잎이 떨어져 내리듯, 마음에 내려오는 위로는 고맙다. 그중에서 내가 들었던 가장 고마운 위로는 우리가 생명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말이었다. 우리는 지구에 떨어져 유한한 시간을 살아가는 생명체. 시간과 힘과 능력에서 한계가 있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니 한계에도 불구하고 아등바등 살려고 애쓰는 생명체가 가엾고, 기특하고, 장하고, 애틋하지 않을 수 없다. 박남수의 시에 보면, 전쟁으로 거칠어진 땅 위에서 반대로 작은 생명을 지키는 할머니가 등장한다. 전쟁은 생명보다 더 중요한 무엇이 있다고 주장한 사건이고, 할머니는 그 반대에 위치해 있다. 우리의 일상은 어느 편일까. 부디 전쟁 같은 일상이 아니라 꽃씨 같은 일상이 되길 바란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동아일보 2018.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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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전쟁의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할머니의 모습을 그린 작품입니다.
방공호라는 공간은 전쟁의 폭력성과 비극을 상징하지만,
그 위에서 꽃씨를 받는 할머니의 모습은 희망과 생명의 지속성을 나타냅니다.
주요 내용 및 해석
전쟁과 절망
"호 안에는 아예 들어오시질 않고 말이 숫제 적어지신 할머니는 그저 노여우시다." → 할머니는 전쟁의 참혹함을 겪으며 말이 줄어들고, 깊은 분노를 느낍니다.
"진작 죽었더라면 이런 꼴 저런 꼴 다 보지 않았으련만……" → 전쟁의 비극을 직접 목격해야 하는 현실에 대한 한탄.
희망과 생명력
"할머니 꽃씨를 받으신다." → 꽃씨는 희망과 생명의 지속성을 상징하며, 전쟁 속에서도 삶을 이어가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이제 지구가 깨어져 없어진대도 할머니는 역시 살아 계시는 동안은 그 작은 꽃씨를 털으시리라." → 극한의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할머니의 모습이 강조됩니다.
표현 기법
대조(Antithesis): 방공호(전쟁의 절망)와 꽃씨(희망)를 대비하여 극적인 효과를 줌.
직접 인용(Quotation): 할머니의 말을 직접 인용하여 전쟁의 참혹함을 생생하게 전달.
반복(Repetition): "할머니 꽃씨를 받으신다."를 반복하여 희망의 지속성을 강조.
이 시는 전쟁의 폭력성과 그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희망을 담담하게 표현하며,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단어는
박남수 시인의 "할머니 꽃씨를 받으시다"에서 사용된 단어들은 시의 분위기와 감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몇 가지 핵심적인 단어를 살펴보면:
"꽃씨" → 희망과 생명의 지속성을 상징하며, 전쟁 속에서도 삶을 이어가려는 의지를 나타냄.
"방공호" → 전쟁의 폭력성과 비극을 상징하며, 절망적인 상황을 강조.
"숫제" → 할머니의 말이 점점 줄어드는 모습을 표현하며, 전쟁의 참혹함과 분노를 암시.
"노여우시다" → 할머니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며, 전쟁에 대한 분노와 무력감을 표현.
"지구가 깨어져 없어진대도" →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하며,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태도를 강조.
이 시는 전쟁의 폭력성과 그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희망을 담담하게 표현하며,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얼개는
박남수 시인의 "할머니 꽃씨를 받으시다"는 전쟁의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할머니의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얼개(구조)를 분석하면 다음과 같은 흐름을 보입니다:
도입부: 전쟁의 참혹한 현실
"할머니 꽃씨를 받으신다. 방공호 위에 어쩌다 된 채송화 꽃씨를 받으신다." → 방공호는 전쟁의 폭력성과 비극을 상징하며, 그 위에서 꽃씨를 받는 할머니의 모습은 희망과 생명의 지속성을 나타냄.
전개: 할머니의 침묵과 분노
"호 안에는 아예 들어오시질 않고 말이 숫제 적어지신 할머니는 그저 노여우시다." → 할머니는 전쟁의 참혹함을 겪으며 말이 줄어들고, 깊은 분노를 느끼지만 이를 표현하지 않음.
절정: 전쟁의 비극과 무력감
"진작 죽었더라면 이런 꼴 저런 꼴 다 보지 않았으련만……" → 전쟁의 비극을 직접 목격해야 하는 현실에 대한 한탄.
"글쎄 할머니, 그걸 어쩌란 말씀이시오." → 주변 사람들은 전쟁의 비극을 겪으면서도 무력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임.
결말: 희망의 지속성
"이제 지구가 깨어져 없어진대도 할머니는 역시 살아 계시는 동안은 그 작은 꽃씨를 털으시리라." → 극한의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할머니의 모습이 강조됨.
이 시는 전쟁의 폭력성과 그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희망을 담담하게 표현하며,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