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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내화 수필가의 방

삶은 대리되지 않는다

작성자조내화-푸른바위|작성시간26.06.12|조회수22 목록 댓글 0

수필-217

삶은 대리되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는 자신의 삶을 주장하며 산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남의 삶을 따라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신이 주연이 아니라 조연임을 자처한 채 타인의 기대와 시선에 맞추어 살아가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자신의 생각과 선택보다 남이 정해 놓은 기준에 기대어 살아가는 삶이다. 정작 자신의 삶의 주인임을 잊은 채 말이다.

 

세상은 오래전에 신분의 굴레를 벗어났지만, 여전히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는 일에는 서툰 사람들이 있다. 육체는 자유를 얻었으나 마음은 독립하지 못한 것이다. 자신의 삶을 주도하지 못한 채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걷는 모습은 대리인생과 다르지 않다.

 

물론 우리는 혼자 살아갈 수 없다. 가족과 사회 속에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그러나 자신의 삶에 대한 결정권마저 남에게 내어준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할 나는 관객으로 물러나고, 무대 위에는 다른 사람만 선명하게 보인다. 그 사이 나는 어느새 그림자가 되어 버린다.

 

한 번뿐인 인생이라 하지 않던가! 다시 무대에 오를 기회가 없다면 적어도 이번 무대만큼은 내 모습으로 살아야 하지 않을까. 때로는 위험을 감수하고 세상과 부딪힐 용기도 필요하다.

 

너 자신을 알라라는 오래된 가르침도 결국 자기 삶의 주인이 되라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종종 그것을 잊는다. 편하게 살기 위해 스스로 서는 일을 포기하고 누군가의 삶을 흉내 내며 살아간다.

 

특히 요즘은 남의 삶을 구경하기가 너무 쉽다. 손가락 몇 번 움직이면 성공한 사람,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의 일상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그들의 삶을 바라보는 데 익숙해지고, 정작 자신의 삶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쉽다.

 

그러나 인생은 대리운전이 되지 않는다. 자동차는 대신 운전할 수 있지만 인생은 대신 살아줄 수 없다. 누군가의 기대도, 누군가의 성공도, 누군가의 행복도 결국 내가 끌고 갈 수 밖에 없다. 남의 신발을 신고 아무리 멀리 걸어도 내 발자국은 남지 않는다.

 

문득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본다. 나는 내 삶을 살아왔는가, 아니면 남이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걸어왔는가. 내 선택으로 기뻐하고 내 결정으로 후회하며 살아왔는가. 아니면 누군가를 대신 살아온 것은 아닌가. 혹은 누가 대신 살아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삶의 성적표를 들여다보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다. 혹시라도 내가 살아온 인생의 많은 부분이 대리 인생이었음을 발견하게 될까 봐서다.

 

그래도 늦지는 않았다. 인생은 누구에게도 대신 살아 달라 부탁할 수 없다. 결국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는 일, 그것이 살아 있는 동안 내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숙제일 것이다. 내 인생은 내가 운전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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