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220
어찌 그리 되었을까.
오늘도 내 얼굴은 굳어 있다. 누가 무슨 말을 해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내가 한 말 한마디, 행동 하나는 나름대로 여러 번 생각하고 내린 결과인데, 돌아오는 것은 인정보다 비난인 경우가 많다. 그럴 때면 나 역시 굳은 표정의 사람이 되어버린다.
나와 직접 관계없는 일에도 짜증이 난다. 힘 있는 나라들이 더 큰 욕심을 위해 일으키는 전쟁, 세계 경제의 질서를 흔들어 놓는 갈등과 대립, 석유의 흐름을 막아 세상을 불안하게 만드는 소식들까지도 나를 불편하게 한다. 그러다 보니 짜증은 불만이 되고, 불만은 어느새 불평으로 흘러나온다.
오늘 아침도 그랬다. 마음속에는 늘 행복하게 살자고 다짐하면서도 정작 나는 짜증 속에 묻혀 살고 있다.
말을 줄이자고 해놓고는 괜한 참견을 했다가 핀잔을 듣기 일쑤다. 조심하자고 다짐해 놓고도 실수는 반복된다. 예전보다 더 잘해보겠다고 마음먹은 일들마저 어쩐지 모양새가 빠진다.
세월이 오래 묵으면 둥글어질 줄 알았다. 그런데 나는 지금 한쪽이 일그러진 채, 마음속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저 비어 있는 하늘만 바라본다.
병원을 다녀온 아내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쏟아낸다. 말을 안 하면 안 해서 문제고, 말을 하면 되돌아오는 말이 듣기 싫어 문제다. 모든 것이 짜증으로 다가온다. 그러니 말 한마디에도, 행동 하나에도 불만이 묻어나고, 결국 불평으로 이어진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불만과 짜증, 불평은 서로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어떤 일이 마음에 들지 않아 생기는 감정이 불만이라면, 그 불만이 쌓여 신경질과 역정으로 드러나는 것이 짜증이다. 그리고 그것이 입 밖으로 흘러나오면 불평이 된다.
문제는 내가 그 불만조차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속에 쌓아둔 채 삼키기만 한다. 더 큰 파도가 밀려올까 두렵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언젠가 이 감정들이 용암처럼 터져 나올까 봐 겁이 난다.
그래서 나는 하늘만 바라보는 사람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요즘은 인생 자체가 짜증으로 가득 찬 것처럼 느껴진다. 하루하루 부딪치는 일들이 줄어들다 보니, 오히려 한순간 한순간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한다. 내 온 정성을 쏟은 일이 의도와 다르게 왜곡되어 지적받을 때면 스스로 무너져 내린다.
성공의 경험보다 실패의 경험이 더 크게 마음을 흔드는 나이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세상일마저 짜증스럽게 보인다. 수많은 매체가 쏟아내는 이야기들도 마음을 채워주기보다 마음을 긁어댄다. 외면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받아들이지도 못한 채 짜증으로 반응한다.
결국 나는 내 마음을 채우지 못한 것들을 향해 짜증을 내고 있었던 셈이다. 세상이 문제인 줄 알았는데, 정작 내 안을 들여다보니 나를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짜증이었다.
벗어날 수 있을까.
방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한 내가 미련스러울 뿐이다. 그래도 한 번은 벗어나 보자. 짜증이 아닌 감사로, 불평이 아닌 이해로, 굳은 얼굴이 아닌 웃는 얼굴로 하루를 살아보자.
오늘이 그 첫날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