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월11일 – 생일잔치 A
이제는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집사람이 떠나고부터는 내 생일이 나 개인만의 생일로 전락했다.
집사람이 떠나기 전에는 내 생일은 언제나 우리가족의 경축일과 같았다.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차례 논 음식을 맛있게 먹고 케이크에 촛불을 끄고 준비한 선물을 나누는 행사였다.
그런데 집사람이 없고 아이들도 제각기 먼 곳으로 이사하고부터는 결국 혼자 남았다.
그러다보니 행사는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말았다.
특히 생일이 되면 전화로 축하한다는 메시지보다는 문자로 축하를 전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카톡을 통해서 문자로 축하 메시지를 받는 것도 좋았지만 전화로 축하 메시지를 받는 것은 더 좋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일본에 사는 귀요미 말고는 직접 전화해서 축하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아이들마저도 전화가 아니라 문자로 메시지를 보내 왔다.
그래도 축하 문자 메시지라도 받았으니 고마웠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나의 생일을 기억하고 일본에 살고 있는 친구로부터 생일 축하한다는 전화를 받고 보니 기분이 좋았다. 또한 문자와 이모티콘도 받았다.
전화로 직접 메시지를 들으니 정말 감동적이었다.
문자만 보내는 사람밖에 없어서 조금 마음이 섭섭했는데 그 생각이 다 사라졌다.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에는 혼자 생일날 아침에 미역국을 끓여 먹을 때 내 스스로가 가련해 보였다.
미역국을 아무리 맛있게 끓여보려고 해도 집사람의 그 맛은 따라갈 수가 없었다.
나의 생일날은 달력에 동그라미를 크게 두 번 그리고 별표를 두 개 그려 놓았던 집사람이 생각났다..
그래서 1월달 달력을 보면 나의 생일날만 크게 보였다.
물론 집사람의 생일인 7월달 달력에는 동그라미 세 개와 별이 세 개 그려져 있었다
생일날에는 각별하게 생각하여 내가 좋아하는 가지나물과 불고기, 그리고 동그라미 땡 부침과 잡채를 아낌없이 만들어 놓았다.
다른 날은 몰라도 내 생일날만은 임금님이 받은 수라상보다 더 종류가 많았던 것 같았다.
이렇게 나의 생일은 집사람에게는 특별한 날이기도 했다.
어려서부터 생일상을 제대로 받아보지 못하고 마음 아프게 보냈던 나를 생각하면서 이날만은 그동안 제대로 생일상을 차려먹지 못한 것을 생각하면서 원없이 해주고 싶은 마음이 커서 그런지 이날만은 전날부터 부엌에서 바빴다.
내가 평소에 좋아하는 음식보다 더 많이 성의껏 만들어서 나를 기쁘게 해 주려고 애를 많이 썼던 것을 기억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