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감나무가 있다
아주 맛이 좋은 커다란 감이 열린다 종자는 모르겠다
큰 화분에 방울토마토를 두 포기 심고 물을 주러 다닌다
오늘을 며칠전부터 벼르던 감나무 거름을 주려고 나갔다
세상에나 감이 얼마나 많이 열렸는지 지난해 몇개만 열리더니 올해는 아주 많이 달렸다
나는 걱정이 되어 감나무에게 말했다
너 힘들어서 어쩌니 왜 이렇게 많이 달린거야 감당할수 있겠니?
힘들면 조금씩 적당히 떨어트려 니가 살고 봐야지
앞 베란다에 쟈스민 화분이 세개나 있다
향기는 비슷한데 나무잎 모양도 꽃모양도 다른다
한 나무는 얼마나 많은 꽃이 피었는지 가지가지에 꽃이 한송이씩이다
처음에는 진 보라색으로 피었다가 연보라색으로 나중에는 흰색으로 바뀐다
대작품이라 향기가 얼마나 진한지 거실문을 열면 향기가 훅 들어온다
그 아가들을 보며 나는 늘 또 이야기를 건넨다
얘야 어쩌자고 이렇게 많이 피었니
너 힘들어서 어쩌려고
꽃이 피어있는 시간이 길었다
임신을 했다가 아이를 출산하고 난뒤 엄마의 뱃가죽이 쪼글거리듯이
잎사귀들의 팽팽함이 사라지고 그렇게 탄력을 잃었다
그러게 적당히 피우지 온 힘을 다하여 이렇게 꽃을 피우냐..
오래된 꽃나무가 있다 고목처럼 되어 저 애는 얼마나 버틸까하며
그래도 거름을 주고 잘 돌보고 있는데 요즘 또 그렇게 꽃을 피워내네
지도 늙어서 쭈굴거리는 잎사귀를 가지고 살면서 가지가지에 웬 꽃을 그리 피워내는지
안스러워 너는 왜 구태어 꽃을 안피워도 되는데 이리 또 몸살을 앓니?
겨울에 많은 하이얀 꽃을 피워내던 꽃기린 화분에서 다시 꽃을 피워낸다
그것도 나무가지마다 가득히
그것은 언니네 거실에 옮겨주었다 꽃을 좋아하니까..
탁장의 주차장에 가면 내가 차를 세우는 쪽으로 둔덕위에 철쭉이 쭉 둘러있는데
그 아이들은 하이얀 꽃을 피워낸다
그러면 갈 때마다 고마워 수고했어 인사를 건넨다
하늘의 구름은 날마다 시마다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또 노래가 나온다
니는 무지 근사하다 고맙구나
달님을 보면 또 한참을 앉아서 바라보고
북한산의 밤 등산객이 내려오면서 비추는 빛을 따라 한참을 앉아 있다
앞날을 길게 잡을게 없다
오늘 하루 마무리 하고 내가 이 세상을 떠난다해도
더 이상 어떻게 살껄하고 후회하지 않는 삶을 이어가고 싶다
한발국 밖에 못뛰는거니까
사람이 한발자욱이 아니라 세발자욱 네 발자욱 그렇게 건너 뛰지는 못한다
그 한발자욱을 누구와 동행해야는가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지고 계산이 달라진다
그래서 한발자욱은 정말 중요하다
한발자욱이 한 달이 되고 한 달이 일 년이 되고 십 년이 되고
그렇게 죽어가는거 아닌가?
배란다에 꽃들이 다양하게 피어있다
백일홍 다알리아 만데빌라 카랑코에 장미 제라늄 꽃기린...
젊은 때는 꽃이 피는 화분은 키우지 않았다
나이 들면서 바뀐 취미다
그리고 그 꽃들을 보며 늘 이야기를 나눈다 감사해서 고마워서 기특해서...
얼마를 더 살면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다
오늘 하루가 나에게 주어졌다면 오늘 만나는 모든 것이 행복하고 감사한거다
당신이 내 앞에 있다면 오늘 하루 나에게 주어진 삶이기에 또 당신은 귀한 사람이다
머리굴려 내일을 꿈꾸고 몇 년후를 꿈꾸고 그런거 키우지 않기로 했다
오늘 하루 당신의 손을 붙잡고 걷다가 저녁에는 계산하자 해도
당황하지 않고 감사하며 계산대에 올라가는 삶으로 마무리 하고 싶다
사람인데 왜 나에게 올라가고 싶은 계단이 없고 날고 싶은 창공이 없을까?
올라가고 싶어도 날고 싶어도 그것은 한발자욱으로 시작되니까
한발자욱이 그 분과 마음이 합하여진다면 이것들이 이어져 마지막 날까지 이기는 삶이 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