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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소총 –70화 늙은 도적의 속임수 (老賊之術) 기축년(己丑年)에 국상(國喪)을 맞아 이원(梨園, 기생집)을 혁파하자 진주기생 여러명이 고향으로 돌아가다가 안포역에서 묵게 되었다. . 이때 김해(金海) 땅에 허생(許生)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또한 고향으로 가다가 같은 역에서 묵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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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어지자 허생이 기생들에게 말하기를, . "이곳은 산이 깊고 마을이 드무니 옛날부터 도적이 잘 드나드는 곳이다. . 이전에 내가 우후(虞侯) 벼슬로 합포(合浦)에 부임하다가 우연히 여기서 묵게 되었는 데, . 강도 수십명이 몰려와 창으로 위협하여 당해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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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가 그 도둑의 괴수를죽이자 무리들이 드디어 흩어져 갔다. . 여기는 도둑 아니면 호랑이 먹이가 될 염려가 많은 곳이며, . 요즈음 와서 그 살아남은 도적들이 번창하여 행인은 몸을 보전하기 어려우니 오늘 어디서 죽게 될지 모르겠다." 하니 기생들이 모두 크게 놀랐다. . 밤 이경(二更, 21시경)에 허생이 하인으로 하여금 어지럽게 대문을 두드려 치게 하여 도적이 약탈하러 온 것처럼 하자 . 여러 기생들이 급히 달려들어 허생의 옷자락을 잡아당기기고 혹은 만류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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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생이 말하기를, "옛부터 대장부가 쉽사리 아녀자 때문에 몸을 망치는 일이 많다. . 너희들이 나를 망치려고 하느냐 ! . 그러나 이른바 장부 된 이유는 능히 사람의 급한 일을 선뜻 도와주고 사람의 재난을 막아주는 것이다. . 늙은 내가 아직 죽지 않았으니 너희들은 너무 걱정하지 말라." 하고 여러 기생들을 방마다 따로 숨게하고 . 뜰 가운데 나가 큰 소리로 "나는 옛날에 너희들의 괴수놈을 한 칼에 죽인 허장군이시다. . 지난해에는 동으로 이시애(李施愛)를 쳐서 공이 제일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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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또한 서쪽으로 쳐 나가 이만주(李萬柱)를 베었으니 또한 공이 일급이라. . 벼슬도 올라 첨지중추(僉知中樞)를 받았다. . 너희들 쥐와 같은 무리를 어찌 이빨틈에 끼워 두겠는가. . 적대하려면 감히 와서 싸울 것이고 만약 그렇지 않으면 물러가라!" . 하고 일갈하니 하인이 얼마 후 "도적들이 황급히 물러갔습니다." . 하는 것이었다. 이에 허생이 말하기를 "도적의 꾀는 예측하기 어려우니 밤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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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철저히 하라. "이에 기생들이 몸을 숨긴채감히 나와서 소리를 내지 못하였다. . 그제야 허생이 방마다 돌아다니면서 두루두루 하나도 빠짐없이 기생들을 품어 안다보니 그 사이에 날이 밝았다. . 이 때에 여러 기생들이 허생이 떠나는 모양을 보니 야윈 말 위에 말고삐 잡이 하인 하나에 허생 머리는 백발인데다 . 몰골은 수척하였다. 기생들이 놀라 서로 돌아보면서 탄식하였다. . "우리들이 바로 저 늙은 도적의 속임수에 빠졌지 뭐냐!" ![](https://m1.daumcdn.net/cfile263/image/993FED3359B50A4C341C4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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