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들어서 첫 개미활동입니다. 포근한 가을날씨, 예쁜 단풍. 노을공원 버스정류장에 내리기전 메타세콰이어들도 단풍이 들었습니다.
컨테이너에 가보니 처음 뵙는 활동가님이 계셨고, 박웅님이셨어요. 개미는 저희뿐이었습니다. 다른 한 분은 안타깝게도 몸이 아프시대요. 사물함에서 보던 이름이 실제 인물로 등장! 목소리도 멋있고 외모도 멋있는 신사입니다^^
오늘은 본격 집씨통 만들기입니다. 늘 싹틔운 집씨통에서 어린 나무를 꺼내기만 하다가 도토리를 집씨통에 넣는 일도 하게 되었어요. 흙이 많이 있었고 화분이 되는 집씨통, 뚜껑 집씨통, 골판지, 고무줄, 도토리 등 여러 가지가 준비되어 있었어요. 삽/호미/낫을 가지고 흙과 나무와 전투적으로 일을 하다가 갑자기 손으로만 사부작 일을 하니, 무슨 사무실에서 일하는 화이트칼라 노동자가 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185개)
화분이 되는 집씨통은 밑에 구멍이 뚫려있고 종이가 한 장 덧대어져 있습니다. 흙을 담아서 7~8개의 도토리를 넣고 골판지를 덮고 비슷한 크기 집씨통(구멍 안뚫린)을 뚜껑삼아 덮습니다. 도토리가 자란 후 그 공간을 덮어서 다시 택배를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고무줄로 십자 고정하고 종이봉투에 담아 마끈을 감아서 포장을 끝냅니다.
오늘은 세연이가 가장 주도적으로 일을 했습니다. 조그만 손으로 화분에다가 흙을 담고 도토리를 넣고 골판지를 덮어서 저에게 주면 저는 뚜껑을 씌워 고무줄로 고정했어요. 박웅님께서는 인두를 달구어 집씨통에 글자를 새기고 계셨는데, 익숙하던 글자가 늘 거기에 있는 것만 보아서 인두로 새기는 모습을 보니 새삼 신기했어요. 세연이도 같이 인두로 눌러보았어요.
세연이는 노래도 부르고 신나게 일을 했어요. 어른들이랑 사면에서 일을 할 때는 위험한 일도 많아서 주도적으로 일을 할 수 없었는데, 오늘은 자기가 감당할 만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이 주어져서 정말 신이 나서 콧노래를 부르며 해냈습니다. 정말로 185개를 다 만들고 포장도 한 30개는 한 것 같아요.
종이봉투도 재사용하는 것이라서 접힌 자국이 있었고 그대로 넣고 접어서 마끈을 둘러주면 되었습니다. 누군가 종이포장을 잡아주면 마끈 두르기가 더 쉬워서 처음에는 세연이와 함께 했고, 나중에는 세연이가 오로지 혼자서도 포장을 척척 했어요.
알고보니 모 회사에서 185개를 단체 주문했다고 하는데, 배송은 각자의 집 주소로 한다고 해요. 회사에서 단체로 수령해야 탄소배출이 줄지, 이걸 각자 집으로 배달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했어요. 트럭이 집씨통을 185집에 가져다주는 탄소배출을 생각하면 지구에 해가 되지 않게 살자는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뭔가 운송장 시스템에 오류가 나서 운송장을 붙일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포장은 진행을 했어요.
5시가 되었지만 신나게 포장을 하다보니 6시가 되었어요. 그런데도 세연이는 재미있다면서 더하겠대요. 저랑 웅님이 말리지 않았으면 정말 더 할 기세였어요. 세연이가 하루만에 집씨통 장인이 되었습니다. 저는 오늘도 종이팩을 잘 받아왔어요. 젊은 활동가님들 덕분에 노을공원시민모임이 잘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처음 만난 박웅 활동가님이 환대해주시고 잘 설명해주시고 세연이 장난도 받아주셔서 재미있게 이번 개미활동도 무사히 하고 왔습니다. 아이고 힘들어~~하면서 집에 오지 않으니 이상하지만 세연이가 정말 좋아했으니 되었지요. 곧 또 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