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이런저런 소설마당]

어머니, 우리 어머니....

작성자난정|작성시간03.07.17|조회수98 목록 댓글 2
    *어머니, 사랑한다고 말해야 했는데 아직도 그 말씀 못드렸네요* 아득한 옛날인가요? 삼십년도 더 되었는가요? 아버지가 어느날부터 남몰래 병마로 씨름하시던 그 때가 벌써 이토록 까마득해졌나요? 어머니는 그러셨죠. 처음에는 푼돈 만지기 밖에 안될지언정 남편솜씨를 자랑하고파 무를 머리에 이고 팔러다니기 시작했어요. 지세포에서 장승포로, 지세포에서 옥포로, 지세포에서 삼거리재를 너머 거제읍내로...... 지금은 거제시가 된 거제군 일대를 주린허리 불끈 동여매고 장단지 푸른 심줄 툭툭 불거지든말든 무거운 무다라를 이고 다녔어요. 시원한 무시 사이소, 시원달큰한 무시 사이소..... 영숙이 저그아부지가 키워 도 대회 나가 특상을 탄 이 청방무 맛좀 보이소! 세상에 나서 남편자랑을 그토록 외고패며하던 여자는 어머니 이후로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네요. 남편이 멸치어장 선주였을 때에 너무나 곱고 너그럽고 모든 윗사람 아랫사람들에게 햇살같이 베풀기만 하던 선주부인 사장사모님 우리어머니..... 어머니가 불현듯 행상 품목을 바꾸셨지요. "무시장사로는 아이들 교육에 택도 음따 체면이 밥멕이주나?" 그랬지요. 어머니는 남의 어장에 가서 남이 잡은 마른멸치를 떼어다 팔기 시작했지요. 대신에서 대동으로 대신에서 소동으로 대신에서 회진으로 동네방네 다니다가 역시 벌이가 시원찮다 싶었는지 또 삼거리 재를 넘기 시작하시데요. 멸치 사이소, 멸치 사이소, 금방 삶아말린 멸칩니더. 멸치어장선주마누라가 보장하는 멸칩니더. 아파도 아파도 내색할 줄 모르던 아버지... 아버지는 한가한 강태공처럼 유유자적 낚시를 다녔지요. 평생을 두고보아도 찾을길이 없는 그런 멋진 솜씨, 멋진 성격의 소유자 우리아버지 어머니는 또 당신의 남편이 낚은 고기 숭어를 도다리를 볼락을 감숭어를 멸치 대신 이고 다니기도 하였지요. 미역국하고 천생연분 도다리 사이소! 배창시가 환장할만치 꼬소한 뽈래기 사이소! 서이 묵다가 둘이 죽어도 모를 일품요리 재료, 펄떡 펄떡 뛰는 숭어 사이소! 어머니 우리 어머니 그 때 든 골병으로 언제부턴가 시작하여 시방도 다리를 절고 다니시는 어머니 며칠 전에 갖다드린 명앗대, 이제 지팡이를 애인삼으라고 한낱 풀인 명아주를 꼴란 한해 키워 그것도 선물이랍시고 낳아서 길러서 평생 죽을때까지 쓰다듬어주시는 어머니사랑에 보답이라고 드리면서 그래도 그 말 한마디는 깜박 잊었네요. 어머니, 사랑합니다...... 사무치도록 당신을 사랑합니다. 애간장 다 빼서 자식에게 먹이고 그게 체할까봐 등까지 두들겨주시는 어머니...... 아무리 몸이 아파도 자식이 온다면 몸 벌떡 일으켜 밥쌀 안치는 어머니.... 어머니 당신이 없었더면 이몸 무슨 수로 세상구경 했겠으며 무슨 수로 고귀한 남자, 내 아버지를 단 이십년이나마 만날 수 있었겠습니까? 어머니, 일요일이 전화세 적게 나온다고 행여 전화하려면 반드시 일요일에만 하라신 우리어머니, 오늘은 일요일도 아니고해서 이렇게 난정뜨락 카페 한 구석에 죽치고 앉아 편지를 썼습니다. 제가 선물로 드린 어머니의 애인 그 보잘것없는 풀은 그래도 지금 어머니 곁에 꼭 붙어있으리라 믿으며 이만 총총..... 2003. 4. 5. 다른 친구들 엠티 간 이런 날에 당신의 큰딸 영숙이 올림.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해원 작성시간 03.07.17 님의 글을 배경음악과 많은생각을 하며,, 님의 애틋한 맘의사랑이 온몸으로 느껴옵니다,, 삶의 여울목에서 한여인의 삶을 보게 되는것같아 감사드립니다,, 그러한 ..지나온 삶의 조각들이 모여 님의 맘의모습들이 형성되어 시인으로 거듭 태어 나셨을까!!
  • 작성자난정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3.07.17 공감해주셔서 참 기쁩니다. 자주 오셔서 난정뜨락의 여러 면을 한 꺼풀한 꺼풀 ~~~~ ^&^*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