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웅의 지도 이야기, ‘지도’의 어원
http://en.wikipedia.org/wiki/Hereford_Mappa_Mun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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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 최고(最古) 세계지도는 1290년 헤리포드 지도
지도의 기원을 논할 때 “지도의 역사는 문자의 역사보다 오래 되었다”라는 말을 흔히 한다. 문자가 없던 시대 수렵과 어패류를 채집해 생활하던 원시인들의 삶은 주변 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인지하는 공간적 관심을 갖가지 형태의 그림으로 나타내었다. 이러한 그림들을 지도라고 봤을 때 지도의 역사는 최소한 4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반면 가장 오래된 문자는 BC 3100년경의 메소포타미아 설형문자인데, 지도가 아무리 문자보다 역사가 오래 되었다 하더라도 문자로서 지도의 어원을 밝히자면 문자가 생긴 이후라야 가능해진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 한자 문화권에서 쓰고 있는 지도(地圖)라는 말이 현재로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문헌은 BC 1100년경 중국 고대 왕조인 주(周)나라 때 주공단(周公旦)이 지은 주례(周禮)다. 주례는 관직의 명칭과 그 직무 범위를 총망라한 책으로 제3권 지관사도(地官司徒)에 보면 ‘대사도는 나라의 지도를 만들고(大司徒之職 掌建邦之土地之圖)’라는 기록이 있고, 제8권 하관사마(夏官司馬)에는 ‘직방씨는 천하의 지도를 관장하고(職方氏 掌天下之圖)’라는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사기에 지도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다. 고구려본기 영류왕 11년(628년)에 ‘가을 9월에 사신을 당나라에 보내 태종이 돌궐의 힐리극한을 사로잡은 것을 축하하고 겸하여 봉역도를 바쳤다(秋九月遺便入唐 賀太宗擒突厥頡利可汗 兼上封域圖)’라는 기록이 있고, 신라본기 문무왕 11년(671년)에는 ‘7월에 당나라 사신으로 갔던 김흠순 등이 돌아와 장차 경계를 정하려하매 지도에 의해 살펴보면(至七月入朝使金欽純等至 將畫界地 案圖披檢)’이라는 기록이 있다.
지도의 地(땅 지)는 土(흙 토)와 也(어조사 야)가 합쳐진 글자인데, 경성대 하영삼 교수는 “地는 土와 여성의 음부를 그린 也(이끼 야)로 구성되어 대지가 갖는 생명력을 형상화한 것으로 실제 존재하는 땅을 뜻한다‘고 풀이하였다.
도는 둘레를 의미하는 囗(에울 위, 나라 국)의 가운데 啚(비)가 들어간 글자인데, 囗는 사방이 성으로 둘러싸인 모습으로 도읍 또는 나라를 뜻하고, 啚는 鄙(마을 비)와 같은 자로 벼나 보릿단을 창고 앞에 쌓아둔 모양, 또는 마을, 변방이라는 뜻으로 갑골문자에도 나타나는 글자다.
따라서 圖는 중심 도읍과 변방을 함께 도면에 표현한다는 뜻으로 지도나 그림이라는 의미로 쓰이게 되었다. 우리와 같은 한자를 쓰는 중국에서는 간자체로 地图라 쓰고, ‘디뚜’로 발음하고, 일본에서는 地図라 쓰고 ‘지즈’로 발음한다.
서양에서 지도라는 말은 고대 그리스에서는 피낙스, 로마시대에는 타블라(tabula)라 하였으나 현재 통용되는 영어의 맵(map)은 중세 그리스도 사회에서 사용하던 세계지도의 총칭인 마파문디(mappa mundi)에서 유래되었다. 라틴어로 mappa는 천, 헝겊이란 뜻이고, mundi는 세계라는 뜻으로 mappa mundi하면 ’세계를 그린 천‘이란 뜻이 된다.
마파문디 가운데 현존하는 유일한 지도는 1290년 리카르두스 드 벨로(Ricardus de Bello)가 그렸다는 헤리퍼드 지도(Hereford map)다. 이 지도는 양피지에 채색으로 그려졌고, 크기는 가로 134cm, 세로 165cm이며, 영국 잉글랜드 서부의 작은 도시 헤리퍼드에 있는 헤리퍼드성당에 보존되어 있다.
지도의 내용은 그리스도교 신앙을 근거로 지리적 세계관을 회화적으로 그린 지도로, 원형의 지도 중앙에 예루살렘이 그려져 있고, 위쪽의 반원은 아시아, 아래쪽 반원은 지중해를 가운데에 두고, 왼쪽은 유럽, 오른쪽은 아프리카가 그려져 있다.
영어의 map에 대해 지도를 프랑스어로는 카르테(carte), 독일어로는 카르테(Karte), 이탈리아어로는 카르티나(cartina), 스페인어로는 카르타(carta)라고 하는데, 이는 라틴어의 ‘종이 c(h)atre’에서 유래된 것이다. 영어로 해도를 뜻하는 차트(chart)도 여기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 같이 서양에서 지도라는 말은 모두 지도를 그린 소재에서 유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map이 영어화 된 뒤 반세기가 지난 1586년에 ‘지도화 한다’ 또는 ’지도 작성‘을 의미하는 동사 매핑(mapping)이란 단어가 처음 등장하였다고 한다.
세계지도책을 흔히 아틀라스(atlas)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메르카토르도법 세계지도를 제작한 헤라르뒤스 메르카토르(Gerardus Mercator)가 사망한 1년 뒤인 1595년 그의 막내 아들 뤼몰드 메르카토르(Rumold Mercator)에 의해 완성된 세계지도책의 표지에 아틀라스를 제목으로 출판한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이 책에 실린 아틀라스 그림은 천구의(天球儀)를 어깨 위에 짊어지고 있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거인 아틀라스가 아니고, 지구의를 허벅지 위에 놓고 두 손으로 잡고 있는 인물이 묘사되어 있다.
뤼몰드가 저지른 실수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그림의 주인공은 고대 모리타니아의 전설적 왕인 아틀라스라는 설이 지배적인데, 그는 수학자이자 천문학자로서 세계 최초로 지구의를 고안해낸 인물로도 전해져 이를 더욱 뒷받침하고 있다. 여하튼 지금까지도 전 세계의 모든 지도책은 아틀라스라고 불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