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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 하선옥 수필 " 천방주축 나의 첫 해외 여행"

작성자개암|작성시간25.11.25|조회수39 목록 댓글 3

천방지축 나의 첫 해외 여행

소정 하선옥

 

나의 첫 해외여행은 2010년 7월 30일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다녀온 “태국”이었다. 태국을 거쳐 캄보디아까지 이어지는 여정. 여권 사진을 찍고, 여행사 대금을 완불하고, 캐리어까지 새로 장만하며 설렘 속에 준비를 마쳤다. 동생 부부와 조카까지, 우리 가족만의 단독 여행이라 더욱 특별했다.

그러나 출발을 불과 2주 앞둔 어느 밤, 화장실을 가다 침대 모서리에 발을 부딪치는 사고가 났다. “딱” 소리와 함께 찾아온 통증. 정형외과 진단은 발가락 골절이었다. 종아리까지 깁스하고 의사에게 물었다.

“선생님, 이주 후에 동남아 여행을 가야 하는데요…”

돌아온 답은 단호했다. “못 갑니다.”

눈앞이 캄캄했다. 첫 해외여행인데, 그토록 기다린 여행인데. 그러나 오기가 발동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간다.”

 

출발 전날, 다시 찍은 엑스레이. 의사는 고개를 저으며 “비행기 탈 때도 다리를 꼭 올려야 한다”라고 신신당부했다. 김해공항에서 여행사 사장님은 깁스한 내 모습을 보고 놀라 물었다. “발가락이 부러졌다고요? 그런데도 가신다고요?”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네, 그래도 갑니다.”

태국행 비행기. 네 시간 반 동안 동생 무릎 위에 다리를 올려놓고, 동생은 수시로 주물러주었다. 미안해서 내리려 하면 “언니야, 괜찮다”라며 다독였다. 그렇게 방콕에 도착했을 때, 가이드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깁스한 여행객은 처음입니다.”

호텔에서 잠든 그날 밤. 아침에 눈을 뜨니, 놀랍게도 다리가 가벼웠다. 부기가 빠지고 통증도 사라졌다. 동생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깁스를 풀고 슬리퍼를 신어 보니, 걸을 수 있었다.

 

그 순간부터 반전은 시작됐다. 깁스를 한 채로 시작한 여행이었지만, 파타야 산호섬의 모래밭을 걸었고, 바닷속에 들어가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었으며, 낙하산까지 탔다. 하루가 지날수록 다리는 더 가벼워졌다. 현지 가이드는 “이곳은 무풍지대라 관절염이나 부상 환자도 통증을 덜 느낀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샌들을 신고 캄보디아 국경을 걸어 넘어갔다. 앙코르와트, 톤레사프 호수, 열대 과일… 모든 일정을 소화하며 여행을 마쳤다.

 

귀국할 때는 붓기가 하나 없는 건강한 다리였다. 의사에게는 “깁스에 모래가 들어가서 어쩔 수 없이 풀었다”라고 둘러댔다. 선생님은 씩 웃으며 엑스레이를 찍더니 말했다.

“뼈는 잘 붙었네요. 자연스럽게 물리치료까지 하고 오셨군요.”

그 반전의 첫 여행은 오히려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그 계기로 해외여행은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내가 다녀온 나라는 대륙별로 살펴본다.

 

🌏 오세아니아

• 키위의 나라 뉴질랜드 • 코알라와 캥거루의 땅 호주

🌍 유럽 • 피오르의 신비 노르웨이 • 오로라의 고향 핀란드 • 북유럽의 디자인 감각 스웨덴

• 바이킹의 나라 덴마크 • 맥주의 본고장 독일 • 도나우강의 선율 헝가리 • 프라하의 낭만 체코 • 아드리아해의 보석 크로아티아 • 예술과 낭만의 도시 프랑스 • 르네상스의 중심 이탈리아

🌎 미주 • 자유의 나라 미국(서부, 동부) • 단풍의 고향 캐나다

🌏 동남아시아 • 다민족의 향연 말레이시아 • 메콩강의 미소 라오스 • 순수한 불교의 땅 미얀마 • 아오자이의 나라 베트남 (5회 방문)

🌏 동북아시아 • 설국의 낭만 일본(홋카이도) • 황산의 운무와 백두의 기상 중국(황산, 구이저우, 백두산)

🌏 기타 지역 • 유라시아의 관문 러시아

 

TV 뉴스 속 화면에 낯익은 나라나 내가 걸었던 골목이 비칠 때면, 내 기억의 창고는 어느새 자물쇠를 풀고 화려하게 열리기 시작한다. 여행은 늘 막다른 길에서 또 다른 세상을 만나게 한다. 그 순간이야말로 여행의 보람이자 희열이다.

이제 나는 단체 여행 대신 혼자 떠나는 길을 택하기로 했다. 느슨한 일정 속에 몇 군데 관광지만 정해두고, 나머지는 현지에서 즉흥적으로 결정한다. 가까운 동남아의 시장, 골목, 카페를 거닐며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것. 그곳의 공기와 냄새,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드는 것이 내가 꿈꾸는 여행이다. 혀끝에 남아 있는 고추장과 된장의 토속적인 맛은 그리울 테지만, 비행기를 타고 한반도를 벗어나면 세상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볼거리와 먹거리로 가득하다.

여행길에는 불편함도 많다. 그러나 위기를 빠르게 벗어나는 법은 나만의 노하우가 되었고, 그것이야말로 여행이 내게 남긴 선물이다. 아직도 미답의 세상이 나를 기다린다고 생각하면 마음은 설레고, 몇 달간 여행을 쉬면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린다. 그때가 오면 나는 천방지축, 손때 묻은 캐리어를 챙겨 뒤돌아보지 않고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누가 말리든 말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세상으로 이어져 있다.

 

2025년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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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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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蘭亭주영숙 | 작성시간 25.11.25 신기하네요.
    이 글 문학의빛 사화집에 게재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 작성자개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5.11.26 네. 작가도 흔쾌히 동의할 겁니다.
  • 작성자蘭亭주영숙 | 작성시간 25.11.27 동의하고 참여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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