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촌표 카스테라, 그리고 달걀
요새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지만 달걀 값이 하루가 다르게 오른다.
아침에 밥맛 없을 때 손쉽게 먹을 수 있는 게 달걀후라인데 그마저 자꾸 오른다니 걱정이다.
안그래도 엥겔지수가 장난이 아닌데 말이다.
며칠 전 코스트코를 가니 두 판 묶어서 한판을 만들어놓고 1인 1판이라고 써 놨길래 얼른 사다놓길 잘했지 말이다.ㅎ
어릴 땐 참 달걀이 귀했다.
지금처럼 대량 생산은 생각도 못할 시절이라 소풍날에나 엄마가 선심 쓰듯 서너개 삶아서 소금하고 싸주신 게 다 였다.
그나마도 집에서 닭을 기르니 가능한 일이었다.
시골은 보통 집집마다 닭을 서너마리에서 많게는 스무마리 정도는 키웠다.
봄에 암탉이 알을 품어 병아리가 부화되어 엄마 닭을 뿅뿅거리며 쫒아다니는가 싶었는데 어느 새 커서 여름이면 벌써 중탉이 되고 삼복을 거치고 나면 수탉 한마리와 암탉 대여섯 마리만 남게 된다.
한마리 남은 수탉 놈이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부지런히 대여섯 마리나 되는 암탉 등에 번갈아 올라 타 머리를 쪼아대기 시작하면 얼마 후 부터 암탉들은 매일매일 알을 낳아서 엄마를 기쁘게 해주었다.
금방 낳은 알을 걷어서 광에 차곡차곡 쌓아 놓았다가 한가할 때마다 아버지께서 짚으로 부지런히 만들어 놓으신 달걀꾸러미에 넣어 놓으신다.
엄만 무슨 보석이라도 다루듯 꾸러미에 알을 채워놓았다가 장날, 다른 저잣거리랑 같이 머리에 이고 20리 길을 걸어가 팔곤 하셨다.
그렇게 시골서 달걀은 돈이라도 만질수 있는 소소한 수입거리였다.
그러던 어느 해,
초딩 3~4 학년때 쯤, 난 그만 금단의 맛을 알아버렸으니 바로 신앙촌에서 생산한 카스테라 빵이었다.
그때까지 주전부리라야 고구마나 감자,
아니면 엄마가 만들어 준 찐빵이 전부였는데 우연히 친구가 한 쪽 떼 준 카스테라는 얼마나 맛있는지 내겐 그야말로 천상의 맛이었다.
입에 넣자마자 눈녹듯이 없어지는 그것은 달달하기 그지없어, 촌시럽고 순진해 빠진 내 혀를 환장을 하게 만들었다.
값을 슬쩍 알아보니 10원이나 한단다.
휴~ 어쩌나~
10원은 시골 계집애에겐 너무나 큰돈이었으니 도대체 어디서 그 큰돈을 마련한단 말인가~?
며칠을 그 맛이 떠올라 밥맛을 잃을 지경이었다.
얇은 카스테라 사이사이에 달콤한 팥앙금을 넣어 돌돌 말아 만든 그 빵은 시골 촌 계집애의 혼마저 빼앗아 가버렸다.
돈을 10원씩이나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며칠 굶어도 좋으니 꼭 한번만이라도 그 빵이 먹고싶어 안달이 난 나는 어떡하면 10원을 마련할까에만 골몰하며 며칠을 지냈다.
궁즉통~!!!
맞아~!!!
내가 왜 여태 그 생각을 못했을까~
둔한 머리를 탓하며 달려간 곳은 닭장이었다.
하루에 대 여섯개씩 낳는 달걀을 한개 쯤 슬쩍 한 들 엄마는 모르실 것 같았다.
다행히 집에 아무도 없길래 까치발을 들어 알낳는 둥우리에 손을 넣으니 지화자~~
금방 낳은 따끈한 알이 손에 잡혔다. 들킬새라 얼른 한개를 들고 나와 달려간 곳은 집에서 좀 떨어진 다른 동네의 구멍가게다.
우리 동네 가게는 위험해~!!!
들고 온 달걀이 집에서 훔친 거라는 걸 우리 동네 가겟방 아저씨가 뻔히 알고 엄마한테 이를 걸 잘 알고 있기에ᆢ
처음 가 본 옆동네 가게 앞에서 떨지 말자고 마음 먹었지만 처음하는(?) 나쁜 짓에 가슴이 오그라드는 듯 했다.
눈치를 보며 들어 가 태연한 척 달걀을 내밀며 물어본다.
"이거 달걀 한개에 얼마 쳐줘유?"
컴컴한 가게 방에서 기다란 곰방대로 담배를 뻐끔대던 주인 할머니가 나를 쳐다보지도 않으며 "8원~!" 한다.
이미 값을 알면서도 물어보는 나와, 부모 몰래 가져온 달걀이라는 걸 알면서도 모르는 척 흥정하는 할머니 사이에 암묵적인 거래가 이뤄지고 그동안 어찌저찌 모아놓은 2원을 내고 카스테라를 들고 나올때의 가슴 터질듯한 기쁨이라니~~ ㅎ
집으로 날듯이 달려와 골방에 숨어 먹을 때는 아무 생각도 안났다. 오로지 성공의 댓가로 이룬 기쁨과 환희에 온 몸이 짜릿해서 빵맛은 더 더욱 배가 되었다.
한번도 안 한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한 사람은 없다더니 내가 그짝이 났다.
돈 줄(?)을 알고나니 그 다음부턴 달걀 훔치는 게 아무 일도 아닌 게 돼버렸다.
나의 입은 수시로 달고 맛난 빵을 원했고 닭은 쉼없이 알을 낳아줬으니 이대로라면 내 입은 늘 즐거울 것이다.
그렇게 완전범죄를 꿈꾸던 내게 뜻밖의 복병이 나타났다.
어느 날 저녁,
온식구가 모여 밥먹는 자리에서 엄마가 아버지께 말씀하신다.
"즤 아부지유~ 그 꺼멓구 얼룩한 달구를 잡아 먹어야겠어유~"
"갑자기 달구는 왜 잡는다는 거유~?"
"그놈이 요 메칠 알을 안 낳네유. 알두 못낳는데 잡어나 먹어야지유 뭐. 달구가 늘건나 봐유~"
지은 죄가 있는 나는 암말도 못하고 밥을 먹는 척 했지만 아까 엄마가 날 슬쩍 본 후 얘기하시는 게 왠지 모든 걸 아시는 거 같아 가슴이 떨렸다.
'어트게 알았지? 큰일났네'
아버지께서 결론을 내신다.
"거 메칠만 더 지켜봐유~ 그래다가 다시 낳을 수도 있어유"
"야~ 알았어유. 그럼 메칠 지달려 볼께유~"
속으로 닭이 안죽게 되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그날 밤, 숱한 고뇌 끝에(?) 다행히 식욕보다 뇌가 이겼다.
다음을 기약하며 당분간 빵을 끊기로 했으니 말이다.
며칠 후,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닭이 다시 알은 낳기 시작해서 잡지 않기로 했다고 엄마가 얘기하자 나를 한 번 슬쩍 보시곤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
"거 잘됐구먼유~ 그 달구가 뭐이가 좀 안좋았나 봐유. 잘 되얐구먼ᆢ"
나중에 알고보니 나만 그런게 아니라 바로 위 오빠도 나처럼 달걀 도둑이었는데 문제는 둘 다 같은 닭의 알만 번갈아 훔쳐냈다는 걸 알았다.
돼지우리 위에 수수깡과 나무로 대충 엮어 닭장을 만드신 후 짚으로 둥그렇게 대여섯개의 둥우리를 만들어 놓으면 닭들이 거기에 알을 낳았는데 거긴 높아서 손을 못대고 헛간에 달아놓은 둥우리의 알이 꺼내기 쉬우니 둘이 연실 들락이며 꺼내선 입호강을 했던 것이다.
하여간 오빠가 아니라 웬수다.
고건 어트게 알아서는ᆢ
번갈아 알을 꺼내가는 두 녀석의 소행을 부모님께선 눈치 못채실리가 없을 테고 매로 교육시키기 보다는 두 분이 짜고 어린 자식들이 스스로 가책을 느끼게끔 하신 거 였으니 부모님의 깊은 사랑과 현명함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암튼 달걀값이 자꾸 오르는데 아침마다 후라이 해 먹는것도 사치가 되는 세상이 오려나보다.
꼬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