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호는 희한하게 현실을 훌훌 털고 떠날 줄 안다. 그래서 그의 작업은 사람들을 부럽게 만든다. 왜냐하면 우리가 함부로 떠날 수 없는 현실을 그는 자주 떠나고 있으니 그렇다. 물론 그는 성인인 것도 아니고, 도 닦는 도인도 아니다. 그는 그저 자유로운 도예인일 뿐이다.
그의 작업은 아주 태고적에 있었던 정령신앙을 쫓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만물에 신이 있다고 믿었던 원시적 감성을 발산하고 있는 그의 흙은 정말 숨쉬고 있고, 자라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회양목이 심어진 작품은 하늘과 한 무리가 되어 자연의 절대적인 이치 속에 들어가 고요를 깨닫고 싶어하는 기도처럼 보인다.
이러한 그의 작업은 지식으로 말미암아 생겨나는 시비판단에서 벗어나고, 욕심에서 비롯되는 외형만들기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자기모양을 구사한다. 어떤 것도 인공적인 것은 없다. 마음까지도 그렇다. 손에 잡혀지는 흙더미에서 불꽃이 만들어 주는 색채까지 그는 자연물과 함께 할뿐이지 어떤 의도나 어떤 계획을 꿈꾸지 않는다.
자연을 좋아하는 마음과 숭배하는 마음이 그의 작업을 시작하게 하고 완성시키는 것이지 어떤 다른 요소가 그의 작업 안에 끼어들지 않는 것 같다.
(김숙경 글에서, '95 개인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