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1편]
샤갈, 녹색의 바이올리니스트
김경태
죽은 아들의 척수로 사현四絃을 만들었다
죽은 딸의 척추로 지판을 만들었다
아내의 머리뼈를 갈아 활에 비벼 날린다
폭설이 그친 새벽 두 시,
붉은 활을 그으면
거대한 주검으로 타오르는 음표들
비명엔 음계가 없다 녹슬어버린 웃음소리
닳아빠진 날개를 꺾어 추락한 천사처럼
광기어린 그 눈빛을 감아올린 악보 위로
찢어진 노래를 부른다
구더기 박힌 얼굴로
[신작 2편]
즉흥곡 제1번
김경태
열 시에 태어나서 열한 시에 사라지지
수평선에서 태어나서 지평선에서 사라지지
한순간 숨 쉴 틈 없이 바수어지는 육신처럼
장마철에도 날벌레들은 교미를 멈추지 않아
평생을 비루먹은 개가 온종일 음부를 핥는다
무한히 찢겨져 나간 죽은 혈육들의 살점들
열한 시에 태어나서 열두 시에 사라진다
깨진 유리를 밟으며 모여드는 구름 사이로
핏물이 뚝뚝 떨어진다
버려진 아버지들처럼
즉흥곡 제2번
김경태
태어난 것이 죄인 근본 없는 교란종
윤회와 윤간도 구분하지 못하는
매일 밤 구강성교에 빠져버린 턱뼈들
온종일 이 지긋지긋한 시안화용액을 마시며
봉합선을 따라 피어나는 배신자의 눈웃음
둔기로 두들겨 맞아 터져버린 아가리처럼
평생 노래라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표본실에 전시된 미소 짓는 영장류들
낙태도 한도 초과되어 죽은 개가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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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는 하루
시를 쓴다? 당신은 당신이 정말 시를 쓴다고 생각하나? 밥을 먹고 똥을 싸는 것처럼 당신은 시를 쓰는 것이 일상인가? 밥 한 공기에 시 한 편 쓸 수 있다면 그것이 시인가? 의도대로 시를 쓰고 있다면 그것은 이미 시가 아니다.
시는 의도치 않게 쓰여진다. 의도치 않게 표현되고 의도치 않게 도망간다. 자식을 의도된 대로 낳을 수 없는 것처럼 시도 의도된 대로 쓸 수 없다. 자식은 껍데기만 낳는다고 하지 않는가. 자식이 자라서 판검사가 될 지 살인자가 될 지는 부모도 알 수가 없다. 부모가 의도한 대로 자란 자식이 정말 제대로 된 자식인가?
자식을 낳는 마음으로 시를 쓰지만 당신이 쓴 시의 본질은 당신이 될 수 없다. 껍데기만 당신에게서 나왔지 본질은 당신이 아니기에 시는 변종이고 키메라이고 외계생명체이고 기생충이 되는 것이다.
한 방울의 장미오일을 얻기 위해 수많은 장미꽃이 사용된다. 한 줄의 시를 쓰기 위해 타인의 수많은 글들을 읽어야 한다. 다만 필요조건일 뿐 세상의 모든 글을 다 읽는다고 해도 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 난자가 없는 여자가 자식을 낳을 수 없듯이, 정자가 없는 남자가 자식을 낳을 수 없듯이, 시심이 없는 자는 시의 껍데기조차 쓸 수가 없다.
시를 쓰는 당신에게는 예술적 이데아가 있는가? 다다르고 싶지만 결코 다다를 수 없는 예술적 경지를 향해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나? 이데아는 표현되어지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진다. 신적 공간인 이데아를 향해 아무 의미 없이 고군분투를 하는 그 행위가 시를 쓰는 행위라고 한다면, 시를 쓰려는 자는 신이 되려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루시퍼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 루시퍼가 되어라.
시를 쓰려는 자는 신과 대적할 준비부터 하라. 이길 수 없는 대결에서 기필코 이기겠다는 마음으로 준비를 하라. 시의 껍데기만을 낳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녔지만 그 껍데기에 생명을 불어 넣는 것은 신이고, 이데아이다.
당신은 시를 쓰기 위해 펜부터 들지 말고 먼저 예술적 경지에 이르겠다는 다짐으로 고군분투하라. 당신이 쓴 시 껍데기는 신(이데아)의 가호를 받아 아담과 이브처럼 생명을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나 카인과 아벨을 낳을 것이다.
―『나래시조』(2026, 여름호)
약력
김경태
2022년 《시와반시》 신인상 시 당선.
202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