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를 쪼다
김샴
편의점에 앉아 있는 참새들을 보았니
부리를 살살 쪼아 이슬을 마시는데
눈알서 피가 흐르는 술잔들이 보이는데
택시 뒷좌석 앉아 있는 구관조를 보았니
부리가 살살 흘러 붉은 피 내뿜는데
심장에 들어간 물이 깃털들을 적시는데
침대 위에 죽어 있는 새들을 보았니
부리가 내려 앉아 고름을 토하는데
사지가 포도주처럼 향긋한 향을 내는데
새들을 보았니, 새들을 보았니
괴이한 새들이 반곡점 되는 아침에서
반복을 만들어내는 저 새들을 보았니
- ≪나래시조≫ 2026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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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오르지 못한 새들, 그 마음 따라
밤이 깊어질수록 도시는 조금씩 흔들린다.편의점 불빛 아래 모여 있는 사람들,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술자리 그리고 집으로 들어가기 위해 잡아타는 택시들.새벽이 가까워지면 도시는 잠깐 숨을 고르듯 고요해지지만 그 고요 속에 사람들의 피로와 쓰린 마음은 식지 않는다.
직장인들은 퇴근길에 술을 마시곤 한다.편의점에서 가볍게 시작된 술은 밤늦게까지 이어진다.잔을 기울이고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며 눈알이 붉게 충혈될 때까지 마신다.술자리가 끝난 뒤 각자의 집으로 흩어지는 택시 안은,했던 말 또 하며 횡설수설 하는 구관조처럼 되는 이들도 있다. “부리가 내려앉아 고름을 토하는데/사지가 포도주처럼 향긋한 향을 내는데” 술에 취해 죽은 것처럼 잠든 새들이 있다.술과 피로에 지친 이가 자는 동안 독소를 내뿜어댄다.마치 포도주의 향기처럼.
김샴 시인의 「숙취를 쪼다」는 마음 편하게 흐르지 못한 도시의 밤과 아침이 불편한 감각으로 밀려든다.이 시에서 ‘새’는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힘겹게 하루를 버텨내는 소시민들을 대변한다.‘부리’는 생명 유지 기관인 ‘입’을 고통과 상처의 통로로 설정하고 있다.특히 ‘보았니’라는 반복된 질문이 ‘반곡점’으로 연결되면서 무기력하게 같은 패턴으로 되돌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편의점 앞에서,택시 뒷좌석에서,침대 위에서 우리는 모두 잠깐씩 새가 된다.하루의 무게가 내려앉아 날아오르지 못한 작은 새처럼.그리고 아침이 오면 그 새들은 다시 도시 속으로 흩어져 또 다른 하루를 만들어 낼 것이다.(강영임 시인)
― ≪나래시조≫ 2026년 여름호
2022년 고산문학대상 신인상 등단.
시집 『시간은 한 생을 벗고도 오므린 꽃잎 같다』.
제1회 소해시조창작지원금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