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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묵시2 / 고완수(강영임)

작성자김보람|작성시간26.06.15|조회수5 목록 댓글 0

겨울 묵시2

 

고완수

 

  예수는 기약 없고 산타도 오지 않고 흰 눈만 몰약인 양 도시를 점령하여 손수레 바퀴 자국을 파스처럼 덮으면 세마포 걸친 바람은 무덤을 빠져나와 눈발의 출처 읽으려 두 눈을 부릅뜨고 구름은 공갈빵처럼 골목을 부풀린다

 

  엘이디 웜색 전구로 치장한 빌딩들은 풍문을 캐럴처럼 창밖으로 밀어낸다 수레가 제 그림자마저 허기로 채울 때, 예배당 지붕 위로 방울 소리 울려도 루돌프 발굽 소리가 십자가를 깨워도 어둠이 폐지처럼 쌓인 쪽방만 캄캄하다

 

- 초월 동인 ≪묵묵히 질량을 쓴다≫ (2026, 문학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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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는 어디에 있을까

 

  크리스마스 무렵 도시는 유리창마다 불을 밝힌다.빌딩 숲은 별자리처럼 반짝거리고 거리의 캐럴은 겨울을 달콤하게 만든다.

 

  ‘흰 눈만 몰약인 양 도시를 점령하여하늘에서 시작된 시선은 아래를 향해 잡아끌며 손수레 바퀴 자국을 파스처럼 덮으면으로 이동한다.()은 신의 선물처럼,묵시의 징표처럼 도시 전체를 뒤덮는다.이후 시선은 다시 흔들린다.‘세마포 걸친 바람은 무덤을 빠져나와시선은 수평으로 번진다.바람은 무덤을 통과하고 구름은 공갈빵처럼 골목을 부풀리며 도시의 가장 낮은 쪽을 더 깊숙하게 파고든다.그러다 시선이 또 한 번 빌딩 외벽,예배당 지붕 위로 상승한다.그러나 이 상승은 희망의 상승이 아니라 어둠이 폐지처럼 쌓인 쪽방만 캄캄하다처럼 가장 낮은 곳에서 멈춘다.거대한 도시골목빌딩예배당다시 쪽방으로 이어진다.이 반복적 상승과 하강은 단순한 공간 이동이 아니라 삶의 대비를 극렬하게 드러낸다.

 

  고완수 시인의 겨울 묵시 2는 고정되지 않은 시선이 방범용 카메라처럼 끊임없이 이동하며 공간과 상징을 가로지른다.또한 엘이디 웜색 전구로 치장한 빌딩들수레’‘폐지를 대비시켜 독자로 하여금 불편한 감정을 가져오게 한다.모든 이를 다 구원해 줄 것 같은 십자가도 소외된 자의 어둠을 밝히지는 못한다.눈은 평등하게 덮지만 그 평등은 삶을 더 어렵고 고단하게 만들며 불안을 가중시킨다.

 

  찬란함에 가려져 어디를 바라볼 것인가,무엇을 아파해야 해야 할 것인가를 묻는 이 시에서,눈 위에 드러난 손수레 바퀴 자국 같은 위태로운 마음을 들여다본다.(강영임 시인)

 

― ≪나래시조≫ 2026년 여름호

2022년 고산문학대상 신인상 등단.

시집 『시간은 한 생을 벗고도 오므린 꽃잎 같다』.

제1회 소해시조창작지원금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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