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값
박화남
밥상을 버리자니 딱지를 붙이란다
칠 년을 살았지만 헤어지면 사천 원
이별도 값을 치러야
보낼 수 있다는데
접을 수 없는 나와 펼칠수 없는 너
그 드거운 냄비의 흉터만 남겨놓고
다리가 삐걱거리며
시간이 저려왔다
다시 못 볼 지난날 뒷모습의 모서리
닿아 있는 감정은 아직 식지 않았는데
이별은 돌아서자마자
빈 그릇보다 차갑다
- ≪오늘의시조≫ 2026년 상반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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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값의 의미를 생각하다
이제는 쓸모없어진 밥상을 버리려 하지만 지자체에서 붙이는 폐기물 스티커 한 장에 담긴 ‘4,000원’이라는 금액에서 이별값이라는 시상을 건져올렸다. 7년의 세월이 단돈 4,000원의 비용으로 환산되는 지점에서 우리는 이별의 허무함에 아연하다. 삶의 힘든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뜨거운 냄비의 흉터’는 함께 밥을 나누었던 온기이자 서로에게 남긴 지워지지 않는 상처이기에. ‘접을 수 없는 나’와 ’펼칠 수 없는 너‘라는 대조는 이미 어긋나버린 관계가 회복 불가능함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다리가 삐걱거리는 낡은 상처럼 우리의 삶과 시간도 저려왔음을 얘기한다. 둘째 수 종장에서 화자는 여전히 식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이별은 돌아서자마자 빈 그릇 보다 차갑다‘고 말한다. 온기가 가득했던 식탁이 빈 그릇의 냉기로만 남아 폐기물로 전락해버렸다.
사랑의 결말도 이토록 건조하고 매정하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다. 이 시조는 이별이 단순히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터전을 정리하고 비용을 치러야 하는 고통의 ’현실’임을 말한다. 누군가와 7년을 함께 했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의 흐름을 넘어 수만 번의 식사를 같이하고 서로의 습관을 공유하며 삶의 결을 함께한 거대한 서사이다. 그 방대한 서사가 사천 원짜리 폐기물 스티커 한 장으로 처리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불편하기 그지없다. 한때는 온 가족이 둘러앉아 온기를 나누던 밥상은 식탁이라는 시대에 떠밀려 접혀진 채 그 자리를 비워야 하는 신세다. 7년의 사랑이 지폐 몇 장의 무게보다 가볍다고 느끼는 순간의 허탈감에 빠져든다, 7년이라는 상징성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 달라서 누구에게는 한평생이 될 수도 있으므로.(김석이 시인)
― ≪나래시조≫ 2026년 여름호
201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 천강문학상, 중앙시조신인상 수상.
시집 『심금의 현을 뜯을 때 별빛은 차오르고』외 3권.
2019년『소리 꺾꽂이』아르코 나눔 도서 선정.
동시조집『빗방울 기차여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