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어머니가 아이에게 밥을 먹인다’는 파생적 사동문과 ‘어머니가 아이에게 밥을 먹게 한다’는 ‘-게 하다’ 사동문 즉 통사적 사동문이 그 의미가 약간 다르다는 것은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이 두 문장이 구조상으로 다르다는 근거는 무엇인가요? 둘 다 동일하게 사동 구조를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닌가요?
A. 문법의 영역 중 ‘통사론(統辭論)’이 있는데, 이를 일명 ‘구조론(構造論)’, ‘문장론(文章論)’이라고도 합니다. 따라서 ‘구조상 다르다’는 말은 ‘통사상 다르다’, ‘문장론상 다르다’는 말과 동일합니다. 고영근, 남기심 교수가 쓴 ‘표준국어문법론’(탑 출판사)의 294쪽을 인용함으로써 이에 대한 답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사동사에 의한 사동문과 ‘-게 하다’ 사동문 사이에는 통사적으로 다른 점이 많다.
첫째로, 부사의 수식 범위가 다르다.
(가) 어머니가 아이에게 옷을 빨리 입혔다.
(나) 어머니가 아이에게 옷을 빨리 입게 했다.
(다) 나는 철수에게 그 책을 못 읽혔다.
(라) 나는 철수에게 그 책을 못 읽게 했다.
(가)-(나)의 부사 ‘빨리’는 (가)에서는 어머니의 행위를 꾸미고 있는데, (나)에서는 아이의 옷 입는 행위를 수식하고 있다. (다)-(라)의 부사 ‘못’은 (다)에서는 철수에게 책을 읽히는 나의 행위가 불가능했다는 뜻으로 쓰였는데, (라)에서는 철수가 그 책을 읽을 수 없도록 했다는 뜻으로 쓰였다.
둘째로, 보조동사의 쓰이는 자리가 ‘-게 하다’ 사동문에서는 더 자유스럽다.
(가) 나는 철수에게 책을 읽혀 보았다.
(나) 나는 철수에게 책을 읽어 보게 하였다.
(다) 나는 철수에게 책을 읽게 해 보았다.
사동사에 의한 사동문인 (가)에서는 보조동사 ‘보다’가 사동사 다음에만 쓰일 수 있으나, ‘-게 하다’ 사동문인 (나), (다)에서는 보조동사가 쓰일 수 있는 자리가 두 군데 있으며, 따라서 그 뜻도 더 변화 있게 쓸 수 있다.
셋째로, 주체높임의 어미 ‘-시-’가 쓰일 수 있는 자리가 사동사에 의한 사동문에서는 한 군데밖에 없으나, ‘-게 하다’ 사동문에서는 두 군데가 있다.
(가) 선생님께서 철수에게 책을 읽히시었다.
(나) 선생님께서 철수에게 책을 읽게 하시었다.
(다) 우리들이 선생님께 책을 읽으시게 하였다.
(라) 박 선생님께서 우리 선생님께 책을 읽으시게 하시었다.
사동사에 의한 사동문인 (가)에서는 사동문의 주어만 높여서 말할 수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나), (다), (라)에서 보는 바와 같이 ‘-게 하다’ 사동문에서는 사동문의 주어만 높일 수도 있고, 시킴을 받는 사람을 높일 수도 있으며, 둘을 동시에 높일 수가 있다.
넷째로, ‘-게 하다’ 사동문에서는 사동사를 다시 사동화할 수 있다.
내가 철수에게 토끼한테 풀을 먹이게 하였다.
* ‘먹이다’가 이미 사동사인데 그것을 재차 사동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