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인적드문 문학관에 부시럭부시럭 마른잎 밟는 소리가 들려 두리번거리곤 했는데
오늘에야 그 소리의 주인을 찾았습니다.
어미는 아닌듯 하고 엉덩이를 보이며 고개를 돌려 새초롬히 나를 보는 뒤태로 봐선 암놈 고란이였습니다.
건초 위나 잡목들 사이에 서 있어도 움직임이 없으면 전혀 구별 되지 않는 어린 짐승.
완벽한 보호색에 깜깜속을 뻔 했습니다.
사람이나 고란이나 겨울이 몹시도 적요로웠던 것이었을까요.
이파리를 쓸어내는 바람소리가 사람의 기척인 줄 문을 열고 내다보는 나나, 제 발소리에 놀라 휙 돌아보는 고란이나
겨울속 깊이 가라앉은 정물입니다.
에어리언이 지나간 것처럼 조용히 바람만 움직이는 북천골짜기에 첫눈도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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