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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설이라고 하니

작성자분다리카|작성시간18.02.15|조회수60 목록 댓글 0

슬슬 웅크렸던 것들이 꼼지락거리는 것 같지요.

죽은 듯이 박혀 있는 나무도 가만히 들여다보니 제 몸의 눈들을 말간히 씻었더군요.

작년 늦가을 서리가 내리고서도 한참 동안이나 넓은 문학관 마당을 점령했던 풀들.

그들도  곧 박석 틈바구니를 비집고 올라오겠지요. 뽑아내어도 돌아서면 피어나는 작지만 질긴 생명들이.

그들의 존재를 없애는 것은 애초부터 부질없다는 걸 알지만 마치 전쟁을 선포하듯 호미와 칼을 들고  살금살금

기어다녀야 할 시간이 찾아오는 것이지요.

광대나물, 뽀리뱅이, 지칭개, 꽃다지, 쇠별꽃, 봄까치꽃들이 기어이 살아남아 씨앗을 퍼뜨렸으니 봄 되기가 바쁘게

도전장을 내밀 텐데.

벌써부터 박석을 딛고 선 발밑이 움찔움찔하는 느낌입니다. 


 오늘은 바람도 없이 잠잠한 까치설.

지갑을 열었다 닫았다 만 원권 오만 원권이 들락날락 말로는 비싸서 못 사겠다고 하면서도

봉지마다 배가 불룩하게 챙겨간 식재들로 지금쯤은 굽고 지지고 데치고 튀기고 끓이고...집집이 한창 바쁠 시간.

이 한가함이 낯설어 편안하지가 않으니 이것도 내 것이 아닌가 싶어 난감합니다.

풀씨처럼 가볍고 무성해지는 생각들을 붙들어 앉히자면 땅으로 기어드려는 무거운 몸을 일으켜 주섬주섬  청소나

해야겠습니다.

어지러이 흩어진 사물이 정리가 되면 생각도 가지런해질까요.

내일은 방방이 설맞이 햇살 가득 들여놓고 뒹굴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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