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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창작실

북천 / 김남호

작성자김남호|작성시간20.05.14|조회수88 목록 댓글 3




북천

김남호 

 

 

 

   북쪽의 어느 부족은 구사하는 낱말이 몇 개밖에 안 된대요. ‘아프다는 말도 그들의 사전에는 없대요.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파도 아플 수가 없대요. 낭떠러지에서 떨어져도, 사냥 나간 가족이 죽어도,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도 그들은 바위에 걸터앉아, 오늘 따라 왜 이리 숨쉬기가 힘들지? 왜 이리 어지럽지? 왜 이리 살고 싶지가 않지? 자신의 가슴팍만 두드린대요. 피눈물이 흘러도 가슴이 미어져도 그들은 전혀 아프지가 않대요. 아무도 아프지 않아서, 누구도 아픈 적이 없어서 병원도 도 필요가 없대요. 이 없으니 영혼을 거두어줄 자가 없어서 죽을 수도 없대요. 죽은 적이 없으니 산 적도 없대요. 살아도 산 것 같지 않고 죽어도 죽은 것 같지 않대요. 북쪽의 어느 부족은 아프다는 말이 없어서 그들은 어느 하루도 아프지 않은 날이 없대요. 그들은 어느 하루도 북쪽 아닌 날이 없대요.

 

 

 

-<시와사람>(2019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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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진효정 | 작성시간 20.05.15 카페지기 바뀌고 첫 손님이세요. 이렇게 선물까지...선생님, 고맙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김남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0.05.15 별말씀을..^^
    시를 나누고 공부하는 데 이 공간이 유용하게 쓰였으면 좋겠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시에 | 작성시간 22.08.19 김남호 선생님~
    시 좀 자주 올려주세요
    반짝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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